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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

~ 에로스 , 필리아 그리고 아가페 / 안셀름 그륀 신부님 ~



 

     에로스, 필리아 그리고 아가페

                                

                                                          안셀름 그륀

 

 

'에로스'(Eros)

그것은 욕정에 불타오르는 사랑이고, 남녀 간의 사랑이며,

여자를 감시하고 정복하도록 남자를 뒤에서 밀어붙이는 사랑이다.

 

구약성서 중에서 아가서는 이 에로스적인 사랑을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노래한다.


"나의 누이, 나의 신부여, 그대 사랑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대 사랑 포도주보다 얼마나 달콤한가"(아가4,10).

 

그리고 마지막에 신부는 다음과 같이 고백할 수밖에 없다.

"사랑은 죽음처럼 강한 것..

 바닷물로도 끌 수 없고 굽이치는 물살도 쓸어갈 수 없는 것,

 있는 재산 다 준다고 사랑을 바치리오? 

 그러다간 비웃음만 사고 말겠지"(아가8,6-7).

 

 

'필리아'(Philia)는 친구 간의 사랑이다.

그것은 친구를 탐내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그 자체로 좋아하는 사랑이고,

있는 그대로의 친구 모습에 기뻐하는 사랑이다.

그리스인들은 친구 간의 사랑이 친구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마음에서 그 절정에 이른다고 생각하였다.

 

예수께서는 이 그리스적인 이상理想을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습니다"(요한15,13).

 

에피쿠로스(그리스의 철학자)는 우정이야말로 우리에게 인생의 최고 행복에 도달하는

지혜를 선사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키케로는 친구 간의 사랑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우리는 친구들의 기쁨을 우리 자신의 기쁨처럼 함께 기뻐한다.

 마찬가지로 친구들이 슬픔에 잠기면 우리도 그 아픔을 공감한다."

 

그리스인들은 우정의 민족이었다.

오늘날 갈수록 더 많은 부부 관계가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우정의 선물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아가페'(Agape)는 

신적인 사랑, 맑고 순수한 사랑이다.

아가페는 친구에 대해서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 대한 원칙적인 선의善意, 좋은 마음이다.

또 그것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고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사랑이다.

 

아가페는 다른 사람에게서 혹은 하느님에게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가페는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그것은 소유권 주장과 통제욕구로 오염되지 않은 사랑이다.

아가페는 신적인 사랑을 비추어주는 순결한 사랑이다.

아가페는 우리가 깊이깊이 갈망하는 사랑의 정점이다.

 

 

사랑의 세가지 형태는 함께 속해 있다.

필리아는 에로스의 힘에 동참한다. 

그리고 아가페 역시 에로스를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가페는 무기력해지고 무의미해진다.

마찬가지로 아가페는 에로스적인 사랑 안에서 현존할 수 있다.

그러면 그런 사랑은 순결하고 맑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