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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노의기도및 신앙

~ 용서 ~



프랑스혁명의 마지막 해였다. 

가난하고도 악한 어느 노인이

 파리의 한 누추한 움막 속에서 거의 

죽게 되었을 때 

젊은 신부 한 분이 와서 

그의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병자는 그 신부를 쳐다보고는 한숨을

 크게 쉬면서, 

"신부님! 제 말을 좀 들어보시고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저는 어떤 귀족의 하인으로 있었는데 

그 주인은 저를 매우 사랑해주셨습니다. 

그런데 혁명의 무서운 순간이 

닥쳐왔을 때 그 은혜를 잊은 이놈의 

마음은 주인의 은혜를 보답하기는커녕 

무섭게 무고했습니다.

그리고 주인이 숨어 있는 곳을 알려주어

 현장에서 끌려가게 하고, 

나는 그 재산을 모두 빼앗아 그것으로

방탕한 생활을 했답니다. 

아, 신부님!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 보십시오. 

저 이가 바로 저를 그렇게도 

사랑해주시던 착한 주인이랍니다" 

하고는 주인 가족의 초상화가 들어 있는

 작은 상자를 열어 보인다.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그 초상화는 바로 

그 신부의 아버지, 어머니가 아닌가!

너무나 놀란 신부는 

나무처럼 멍하니 바라보다가

 얼굴이 창백해지며 벌벌 떨더니 

굵은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예수님의 대리자가 자기 양친을 죽인 

그 원수를 바라본다. 

거의 임종에 다다른 그가 유령과도 같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말라 빠진 가슴을 헤치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자, 원수를 갚으시오. 이놈의 원수를 

갚으세요"라고 소리를 지른다.



열심한 그 신부는

 마음이 무척 산란했지만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하기를, 나는

 희생당한 분들의 자식이라기보다는

 예수님의 대리자가 아니냐 하며, 

그 대죄인의 어깨 위로 울며 쓰러졌다.

그리고 노인의 입에 십자가를 대게 

하고는 "나의 벗이여! 

나의 형님이여! 나의 아들이여!

당신의 생각은 잘못입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당신의 죄를 용서해 주실 것이지

결코 원수를 갚을 수 있겠습니다?"

하면서 그를 가슴에 껴안고 

사죄경을 염해주고 나서 위로했다.





노인은 자신이 모함했던 그분의 

아들의 팔에 안긴 채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




  -      < 영혼의 성약聖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