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1일 성녀 클라라 동정 축일 2021.08.11.mp3 2.70MB 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형제애를 촉구하십니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마태 18,15) 예수님께서 형제와 이웃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갈등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십니다. 먼저 단둘이 만나 타이르고, 혹 화해에 이르지 못하면 증인 한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서 이야기하며, 그래도 안 될 경우 교회의 공적인 중재를 요청하라고 하십니다. 자칫 이 절차는 둘 사이에 해결하고 끝낼 일을 괜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알려 일을 크게 만들고, 교회 공동체까지 개입시켜 더 골이 깊어지는 게 아닐까 오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이 과정을 제시하시는 건, 둘 사이에서 어떤 내외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감정에 휩싸여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보다, 차근히 객관적 시선 앞에 스스로를 놓고 최선을 다해 화해의 노력을 다하라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8,18) 우리가 이 세상에서 참 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 같아도, 우리가 땅에서 풀어 주고 탕감해 주는 마음씀씀이가 하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니 대단하지요. 그래서 더욱 힘을 다해 자신과 형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가 풀어 주는 만큼 우리 자신이 먼저 자유와 평화를 얻는다는 점이 이 방식의 신비입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우리가 저마다 서로 다르고, 각자 불완전한 만큼 상대에게 오해받을 소지도 많은 죄인들이지만, 예수님의 이름이 있는 곳에 그분께서 현존하십니다. 다수의 공동체여도, 두어 명의 소수여도 마찬가지이고, 친교 상태는 물론 갈등 상황이어도 다르지 않습니다. 제1독서는 모세의 죽음과, 그에 대한 성경 저자의 평가를 전합니다. "이스라엘에는 모세와 같은 예언자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신명 34,10)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온 힘을 다해 이스라엘을 이끌었던 모세는 약속의 땅을 목전에 두고 지상의 삶을 마칩니다. 성경은 모세가 므리바에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그 탓을 모세에게 돌리지만(민수 20,2-13 참조), 이 안타까운 결함도 모세와 주님 사이의 사랑이나 모세의 존재적 가치를 희석시킬 수 없지요. "그는 주님께서 얼굴을 마주 보고 사귀시던 사람이다."(신명 34,10) 창조주와 피조물이 얼굴을 마주 보고 사귄다는 건 참 놀랍고도 매혹적이지요. 하느님은 모세뿐 아니라, 피조물 중에서도 특별히 당신의 모상을 나눠주신 모든 인간과도 실상 이런 관계를 맺고 싶어하십니다. 주님과 모세가 나누었던 특별한 사랑은 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열린 가능성인 셈이지요. 주님은 우리에게 당신 얼굴을 보여 주고 싶어하시고, 당신 마음을 내어주고 싶어 우리 주변을 서성이십니다. 당신께 관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응답하는 영혼을 찾고 계시지요. 그분은 우리(나)의 얼굴을 마주 보며 사귀고 싶어하는 하느님이십니다. 성녀 클라라는 우리가 그렇게 되도록 축복문을 남겼지요. "주께서 당신의 얼굴을 여러분에게 드러내 보이시고 자비를 베푸소서. 주께서 당신의 얼굴을 돌리시어 평화를 주소서..." 거기에 더해서 주님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서로 이러한 친밀한 유대가 이루어지길 바라십니다. 저마다 부족함을 안고 사는 사람들 사이에는 늘 말도 많고 탈도 많기 마련이지만 원래 사람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 용서와 화해, 사랑과 일치를 이루라고 불리웠지요. 크고 작은 갈등과 부딪힘 속에서 답이 없는 듯 막막할 때가 더 많지만, 그건 아직 우리가 과정 중에서 헤매고 있기 때문이지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하느님이 ...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맡기셨네."(복음 환호송) 예수님께서 형제를 위해 조금만 더 애써 보라고 우리를 다독이시는 듯합니다. 정성을 다해 조심스럽게 형제에게 다가가 경청하고 용서하여 그를 얻는 것은, 우리는 물론 주님께도 참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바로 그 자리에 당신께서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시니 희망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마음에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를 주님께 봉헌하고 용기를 내어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은총의 시간 되시길 기원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화해의 말씀을 맡기셨으니 그 자리에 계시는 예수님과 함께 반드시 화해가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사랑으로 용기를 내는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성녀 클라라가 그 축복에 함께 하실 겁니다. 성녀 클라라,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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