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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22주간 화요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8월 31일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2021.09.01.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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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 빛으로 이끄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그분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루카 4,32)
나자렛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카파르나움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 사람들이 놀랍니다. 당시 율법을 풀이해 주던 바리사이들이나 율법 학자들과는 달리 권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권위는 말씀이신 예수님께서 온 존재의 빛을 말씀에 실어 전하시기 때문에 감지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배움이 적고 덜 예민하고 그저 순히 사는 이라도 위선이나 허세, 자기 자랑, 오만은 대놓고 표현만 안 할 뿐, 기가 막히게 알아채기 마련이니까요.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루카 4,34)
나자렛에서는 육적인 교만으로 무지막지하게 변해버린 사람들이 예수님을 밀어내었다면, 오늘 회당 안에 있던 한 마귀 들린 이가 예수님을 밀어내며 외칩니다. 마귀도 안식일 율법을 준수하고자, 그리고 말씀을 듣기 위해, 또 공동체와 함께하기 위해 회당 예식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지요. 이 더러운 영은 열심하고 하느님을 잘 안다고 여기는 영적 교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자렛에서도 이곳 카파르나움에서도 마찬가지로, 예수님 말씀을 듣고 보통의 군중은 놀라움을 표현하며 경탄합니다. 놀라움은 인생에서 마주치게 되는 창조주의 온갖 섭리 앞에서 인간이 갖기 마련인 순수하고 겸허한 반응입니다. 반면 육적으로 교만했던 사람이나 더러운 영은 당신과 우리가 무슨 상관이냐며 예수님과 자기들 사이의 단절을 선언합니다. 상관 없다는 말은 건드리지 말라는 뜻도 될 겁니다. 

주님의 영 안에 머무르는 이에게는 놀라움이 자연스레 경탄과 경외로 이어지고 감사와 믿음, 의탁으로 열매를 맺지요. 반면 더러운 영은 경악과 경계, 거부로 더 소란스러워집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에너지에 악은 더 산만하고 거칠고 시끄러워집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루카 4,35)
예수님께서 그 가련한 사람에게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그의 영혼을 빛으로 끌어내시려 결심하신 이상, 이제 소외와 무관심과 적대감을 조장하는 악은 침묵하고 떠나가야 합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언젠가 닥칠 주님의 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빛의 자녀이고 낮의 자녀입니다. ... 그러므로 ... 잠들지 말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도록 합시다."(1테살 5,5-6)
주님의 날은 누구에게나 도둑처럼 갑자기 덮칠 것이지만, 깨어 있는 영혼은 언제라도 주님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깨어 있는 이는 게으르고 나태하며 냉소적이고 공격적인 더러운 영에게 자신의 영혼을 내어주지도 넘기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피조물이 형제이고 이웃이며 서로서로 긴밀히 상관이 있음을 아는 이는 연대성 안에 생생히 깨어 있습니다. 아무리 미소하고 작은 존재라도 그 안에서 창조주의 섭리를 발견해 놀랄 줄 아는 이는 경외하고 감사하면서 나날이 성장하지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그는 어둠에게 자신을 내어주지 않고 빛이신 분께 단단히 내린 뿌리를 거두지 않습니다.

"서로 격려하고 저마다 남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1테살 5,11)    
사도는 깨어서 주님의 날을 맞이할 모든 신자들에게 함께 구원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심판이나 단죄가 아니라 격려로, 끌어내리고 무너뜨리는 질투가 아니라 신뢰와 기다림으로 서로를 성장시키는 지혜와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빛 가운데 머물러 있기를 바라시기에 시시각각 엄습하는 더러운 악들에게 '조용히 하고 그에게서 나가라'고 엄히 명령하십니다. 그러니 삶의 그늘에서 실의와 좌절, 분노과 무관심의 유혹이 손짓을 해도 힘을 다해 말씀의 빛 안에 머무르시길 기원합니다.

그분께서 빛이시니 그분 안에 있는 이는 빛 안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말씀의 빛이 우리를 더욱 건강하고 밝고 맑은 영혼으로 성장시켜 줄 것이니, 서로 격려하며 함께 깨어 주님의 날을 기다립시다.  

8월 한달도 말씀 안에서 수고하셨습니다. 말씀이 여러분을 맑고 깨어있게 하고 여러분을 성장시켜 주셨으리라 믿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