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30일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2021.08.30.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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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에서 끝까지 희망하라는 메시지를 듣습니다.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루카 4,18)
예수님께서 나자렛 회당에서 선포하신 말씀은 그분의 온 생애를 요약합니다. 예수님의 강생은 성부 하느님께서 보내시고 성령께서 움직이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구원사업의 전체그림입니다.
그날 나자렛 회당에서 예수님께 닥친 일들 역시 그분 공생활이 그대로 녹아있는 축소판과 같습니다. 그때 찾아 읽으셨던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대로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구원하러 오신 소명이나, 일부는 그분을 좋게 말하며 받아들이고, 일부는 그분 출신을 트집 잡아 거부하는 모습들이 그렇습니다.
또 표징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이방인과 죄인들이 먼저 구원된다는 예수님의 일침, 그로 인한 고향 사람들의 반격, 살해 위협, 그러나 예수님께서 그들을 떠나시는 모습까지 마치 예수님의 전 생애를 한 편의 파노라마로 편집한 것 같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이 나자렛 회당 사건을 예수님이 광야에서 유혹받으신 뒤 갈릴래아 전도를 시작하신 직후에 배열해서 마치 하느님 구원 사업의 발대식과 같이 펼쳐놓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수난과 죽음, 부활이 뺄려야 뺄 수 없는 중심 요소로 자리하지요.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루카 4,30)
나자렛 주민들이 예수님을 내몰았던 "고을 밖"이 십자가형이 이루어진 예루살렘 성문 밖 골고타와 겹칩니다. 하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에 예수님은 그들 손을 벗어나 고향을 떠나십니다.
고향 나자렛이니 안식일 회당에 성모님과 그분의 형제들도 함께 있었을 확률이 크지요. 그들이 이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어디쯤 어떤 심정으로 있었을지, 그리고 예수님이 떠나신 후에도 놀란 가슴을 졸이며 얼마나 불안했을지 상상해 봅니다. 인생에서 시련과 배척과 죽음의 고통을 피할 길 없는 우리 모두의 심경과 다르지 않았겠지요.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죽은 이들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셨음을 우리는 믿습니다."(1테살 4,14)
죽음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문과 두려움을 갖는 실존적 문제인데, 박해와 순교로 늘 죽음의 위협에 직면해 있던 초세기 신자들에게는 더 말할나위 없는 현안인 셈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우리 구원을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가 수난과 죽음을 겪으시고 부활하여 하느님 오른편에 계신 예수님 생애 전체가 표징이고 희망입니다. 부활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이 우리 구원의 여정을 지탱해 줍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늘 주님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말로 서로 격려하십시오"(1테살 4,17)
죽음을 건너 부활로, 고통 이후에 영원한 행복으로, 희생을 너머 축복으로, 인내 뒤에 열매로...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신앙의 여정은 당장의 실패처럼 보이는 어둠과 시련을 딛고 승리로 활짝 피어나는 빛의 길, 생명의 길, 부활의 여정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
예수님은 배척과 모욕, 수난과 죽음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결국 승리의 길을 가셨습니다. 오늘 나자렛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는 그분 생애의 골자를 보여주면서, 또 우리 삶의 구체적 순간마다에 희망을 부여합니다.
사랑하는 벗님! 삶의 질곡을 거치면서 갈등과 실패, 질병과 이별, 무기력과 슬픔 등의 도전과 시련에 맞닥뜨리더라도, 오늘 말씀 속 예수님과 함께 그 어둠을 가로질러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환경적 한계와 스스로의 가난함을 십자가로 등짐 지고도, 영원한 승리인 "부활"이라는 눈부신 정점을 향해 힘 내어 나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격려하며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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