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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 학자 기념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8월 28일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 학자 기념일

 

2021.08.28.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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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주님과 우리의 관계를 돌아보게 해 주십니다.

"그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한 사람에게는 다섯 탈렌트를, 다른 사람에게는 두 탈렌트를,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한 탈렌트를 주고 여행을 떠났다."(마태 25,15)
주인이 세 명의 종에게 각기 다른 양의 탈렌트를 맡기고 길을 떠납니다. 기준은 "각자의 능력"입니다. 능력이 출중한 종에게 더 많이 맡겼는지, 아니면 역으로 능력이 부실한 종에게 더 많이 맡겼는지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지고 그저 결과를 보고 짐작할 따름입니다.


"잘 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마태 25,21.22)
다섯 탈렌트를 가지고 다섯 탈렌트를 더 번 이와, 두 탈렌트를 가지고 두 탈렌트를 더 번 이는 주인에게 이처럼 칭찬을 받습니다. 가장 큰 보상은 물질적인 것보다 주인의 인정, 그리고 주인과  누리는 "기쁨"입니다.


"주인님의 것을 도로 받으십시오."(마태 25,25)
한 탈렌트를 땅에 묻어 두었다가 그대로 내민 다른 한 종의 말이 상당히 싸늘하게 들립니다. 물리적인 수량으로 은총을 가늠하는데 익숙한 이에게는 그가 자기를 과소평가한 주인에게 서운해서 저렇게 행동했을 거라고 지레짐작할지 모르지만, 그는 "두려운 나머지" 그렇게 했다고 제 입으로 이유를 말합니다.


앞서 칭찬을 받은 두 종과 나머지 종의 차이는 무엇일까 묵상해 봅니다. 받은 만큼의 탈렌트를 더 벌어 기쁘게 주인에게 돌려드린 두 종은 주인과 자기들 사이에 연대감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이고, 나머지 종에게서는 그냥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식의 단절이 느껴집니다.

먼저의 두 종은 자신들이 주인에 속해 있으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관계성을 느낍니다. 그래서 맡겨주신 것에 대해 책임있게 헌신하여 결과를 자아냈지요. 반면 마지막 종은 주인을 모질고 가혹한 존재로 여겨서 자칫 손해라도 보면 큰일날까 두려워 잔뜩 경직되어 있습니다.

종들은 자기들이 믿는 대로 보상을 받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성실히 임한 태도를 알아주는 주인은 자신의 기쁨을 종들에게 나눠주고, 모진 주인은 쓸모없는 종을 바깥 어둠 속에 내던져 버리라는 험한 명령을 내립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여전히 테살로니카 신자들을 칭찬합니다.

"여러분 자신이 하느님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1테살 4,9)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는 누가 따로 설교를 할 필요가 없다고 사도는 극찬합니다. 실제로 그들이 사랑을 잘 실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표현대로라면 테살로니카 신자들은 진정 "착하고 성실한 종들"입니다!


테살로니카 신자들은 사도들에게 전해받은 사랑의 계명에 최선을 대해 투신합니다. 그들이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비록 사람을 통해 전해 받았지만 실은 "하느님에게" 온 계명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계명이 누구를 통해서 오건, 어떤 경로로 전해지건 그 근원이 하느님이심을 알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이는 무심하거나 나태할 수 없습니다. 그분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건 명백한 직무유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늘 기념하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주님께서 맡겨 주신 지식과 지혜, 사랑의 탈렌트를 성심을 다해 가꾸어 열매를 맺은 성인입니다. 젊은 날의 방황을 지나 하느님을 만난 뒤로는 온전히 그 사랑에 집중하여 교회에 생명을 더한 착하고 성실한 종이지요.
       
사랑하는 벗님! 주님께서 각자에게 맡겨 주신 탈렌트에 감사하며 더욱 풍요로운 열매로 주님께 되돌려드리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남이 무슨 탈렌트를 얼마나 받았나 기웃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분과 우리 각자의 관계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는 주님께서 "각자의 능력에 따라" 주셨으니 비교 자체가 불가하지요.

사랑하고 헌신한 우리가 주님과 누리는 기쁨이 이 세상과 교회를 더욱 밝고 선하고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사랑의 에너지로 변하리라 믿습니다. 착하고 성실한 종인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성 아우구스티노,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