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8.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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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어떻게 열리는지 보여 주십니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루카 8,5)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씨 뿌리는 이는 사람의 아들입니다. "씨를 뿌리러 나간 사람"에게서 이 세상에 강생하신 성자 예수님이 보입니다. 이는 인류를 위한 첫번째 오심입니다.
"악마, 시련, 인생의 걱정과 재물과 쾌락"
신앙 여정에서 우리에게 가장 크게 위협이 되는 걸림돌들입니다. "길"에 떨어진 씨는 "악마"가 앗아가 버리고, "바위"에 떨어진 씨는 "시련"의 때가 닥치면 말라버립니다.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는 "인생의 걱정과 재물과 쾌락"으로 숨이 막혀 버리지요. 사람의 아들이 정성껏 하느님 말씀을 뿌리시지만, 75%의 씨들은 열매를 내지 못하고 스러져 버립니다.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루카 8,15)
좋은 땅은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된 이들입니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말씀에 머물러 말씀과 하나되고, 실제 삶에서 말씀을 적용해 실천하는 이들이지요. 말씀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그들을 통해 말씀이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고 하니, 땅이 아무리 척박하고 냉랭해도 결국에는 그냥 스러져버린 씨앗의 수량과 비교할 수 없을만치 엄청난 수확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셈법이지요.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성자의 두 번째 오심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흠 없고 나무랄 데 없이 계명을 지키십시오."(1티모 6,14)
우리가 걷고 있는 인생 여정에 "악마와 시련과 걱정과 재물과 쾌락"이라는 복병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는 결정적인 구원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내내 흠 없고 나무랄 데 없이 살아가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사도는, 우리에게 말씀의 씨를 뿌려 주신 분께서 다시 오시는 날에 흠 없고 나무랄 데 없이 그분을 맞이하려면 "계명을 지키라"고 권고합니다. 이 계명이 바로 하느님의 말씀이지요.
"홀로 불사불멸하시며, 다가갈 수 없는 빛 속에 사시는 분, 어떠한 인간도 뵌 일이 없고 뵐 수도 없는 분"(1티모 6,16)
사실 주님은, 죄로 기울어져 있는 나약한 인간으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이 무한한 거리를 좁히려 해도 우리 쪽에서 그분께 올라갈 수 없으니, 그분께서 육을 취해 내려오신 거지요. 그리고 거기에 더해 그분은 우리와 온전히 하나로 일치하시고자 말씀으로 현존하십니다. 이 말씀을 통해서만이 우리가 주님의 날까지 그분께 맞갖는 영혼으로 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가진 것도 적고 많이 배우지 못했고 그럴싸한 신분도 아닌 변두리 인생이어도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이들은 행복합니다."(복음 환호송)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고, 그리로 이르는 길은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 코스지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다가오시는 말씀을 환대하여 머물다 보면 결국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미소하고 부족한 우리에게까지도 열릴 것입니다.
말씀을 품고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합니다. 착하고 성실한 말씀의 종이 되어 나날이 더 행복해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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