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2.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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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에서는 우리를 되살려 주시는 주님을 만납니다.
"저의 하느님, 너무나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저의 하느님, 당신께 제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에즈 9,5)
제1독서에 등장하는 에즈라의 기도는 바빌론 유배가 끝난 뒤 돌아온 유배자들이 성전을 다시 지어 봉헌하고 파스카 축제를 지낸 뒤의 일입니다. 이후 예루살렘에 도착한 에즈라는 아론 가문 출신으로 모세의 율법에 능통한 학자였는데, 유다인들이 이민족들과 혼인하여 그들의 풍습과 우상을 따라간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망연자실 있다가 주님께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저희 눈을 비추시고, 종살이하는 저희를 조금이나마 되살려 주셨습니다."(에즈 9,8)
"정녕 저희는 종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 저희에게 자애를 베푸시어 저희를 되살리셔서"(에즈 9,9)
에즈라는 나라의 멸망과 유배, 귀환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백성의 흥망성쇠의 원인을 자신들의 죄악과 잘못에서 찾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희망이 없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주인이신 하느님이 "되살리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을 지으시고 사람을 빚어 코에 숨을 불어넣어 주실 때부터, 하느님은 살리는 분이십니다. 죄악으로 넘어지고 죽어가는 인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분도 주님이시지요.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 날이 오면 당신을 믿는 모든 이들을 영원히 살게 하실 분도 주님이십니다. 한마디로 하느님은 살리고, 되살리고, 마침내 영원히 살게 하는 분이시지요.
복음에서는 되살리시는 하느님의 활동이 성자 예수님을 거쳐 제자들에게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어,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셨다.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라고 보내시며"(루카 9,1-2)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에게 당신의 능력을 나눠 주시고는 세상으로 보내십니다. 구마와 치유, 하느님 나라 선포 등등, 그들에게 원래부터 그런 능력이 있었을 리 만무하지만, 주님께서 권한을 부여하시고 파견하시니 믿고 가야 합니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 머물러라. ... 떠날 때에 먼지를 털어 버려라."(루카 9,3-5)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시는 지침은 소유와 머무름, 떠남에 대한 것들입니다. 구마나 치유, 선포 등 내용에 대한 것은 애초부터 그들의 것이 아니었으니 필요한 순간에 그분께서 친히 채워 주실 겁니다.
이제 제자들에게 필요한 건 믿음입니다. 교통이나 지역 정비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시대에 길을 떠나면서 식량과 옷, 생필품과 무기 등을 챙기지 않는 것은 안전은 물론 목숨까지도 내어맡기는 결단입니다. 미지의 고장에서 신세지거나 떠나는 일조차 일면식 없던 사람들의 호의에 맡겨야 하니, 그 호의나 배척 뒤에 자리한 하느님의 섭리를 철저히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어디에서나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쳐 주었다."(루카 9,6)
제자들은 자기들을 파견하신 예수님을 믿고 되살리는 일에 전념합니다. 그들이 전하는 말씀이 어둠에 갇힌 이들을 희망으로 되살리고, 구마와 치유로써 악령과 질병에서 그들을 되살립니다. 제자들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 나라의 현존이 억울하고 지치고 절망스런 영혼들을 되살립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명은 단 한 번의 단발적 사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눈조차 떼지 않으시고 지켜 주시는 그분은 우리의 생명이 죄와 질병과 두려움으로 스러져갈 때마다 지치지 않고 반복해서 되살려 주십니다.
우리의 어둠이 아무리 짙고 절망이 커도 우리를 결코 잊지 않으시는 주님께서 반드시 다시 일으키러 오실 것이니, 언제라도 온 힘을 다해 그 손을 붙잡을 수 있도록 깨어 기다려야 합니다. 그분이야말로 우리에게 유일한 생명, 영원한 생명이십니다. 아멘.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복음 환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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