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7.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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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이 세상에 주님이 어떻게 현존하고 계시는지 알려 주십니다.
"내가 시온으로 돌아가, 예루살렘 한가운데에 살리라. 예루살렘은 '진실한 도성'이라고, 만군의 주님의 산은 '거룩한 산'이라고 불리리라."(즈카 8,3)
즈카르야 예언자를 통해 메시아 시대의 행복이 선포됩니다. 주님께서 다시 당신의 도성에 오셔서 당신 백성들 한가운데에 사시겠다고 선언하십니다. "진실한 도성, 거룩한 산"은 예루살렘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이처럼 이름이 바뀌는 것은 예루살렘이 내적으로 변화되었음을 드러냅니다.
복음은 누가 더 큰 사람인지 다투는 제자들의 신경전으로 시작됩니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는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루카 9,48)
제자들의 마음속 숨은 야망을 아시는 예수님께서 어린이 하나를 곁에 세우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린이가 대체 뭐가 대단하다고 그러시는 걸까요?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사람이다."(루카 9,48)
세상의 눈은 더 높은 것, 더 크고 더 강하고 더 많은 것을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새로운 예루살렘, 주님과 맺은 새로운 계약의 거처를 지배하는 질서는 정반대입니다. 예수님은 가장 작은 사람이 가장 크다는 말씀을 하시려고 어린이를 보여 주십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약하고 부족한 어린이 안에 예수님께서 현존하시고, 그 예수님 안에 그분을 파견하신 아버지께서 계십니다. 옛 이스라엘 백성이 주님의 현존을 화려하고 장엄한 곳에서 찾았다면, 새로운 주님의 백성은 작고 약하고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이들 가운데서 주님을 찾아내야 합니다.
복음의 대목은 이어서 또 다른 일화 하나를 덧붙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일행이 아니면서 그분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이에 대한 제자들의 반감입니다.
"막지 마라.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너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루카 9,50)
구분하고 편 가르고 소외시키는 버릇은 탐욕과 이기심에 절은 어른들의 못난 방식입니다. 어린이는 아직 그럴 줄 모르는 순진무구하고 천진한 포용적 시선을 상징하지요. 예수님은 제자들이 누가 큰 사람인지 기싸움까지 하는 것도 모자라, 기득권과 특권 의식에 오염되어 자칫 스스로 뭐라도 되는 존재로 여기게 될까 염려하십니다. 사실 당신께서 친히 가르치시지 않은 이들로 인해 생길 수도 있는 문제를 감수해야 할 분은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빈첸시오 성인은 가난한 이들 안에서 주님을 발견하고 섬긴 성인 중 한분이십니다. 성인의 선택과 집중은 참으로 적확하고 지혜로웠다 할 수 있지요.
성인의 전구로 우리도 가난하고 약한 이들 안에서 주님을 찾고, 주님께서 그들을 통해 우리 가운데에 현존하심을 경축하고 감사하기를 바랍니다. 지금 내 곁에 누가 주님이시고 또 그 주님은 어디 계신지 돌아보고 살피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성 빈첸시오 드 폴,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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