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1.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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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사의 말씀은 우리에게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루카 10,13)
예수님께서 당신이 기적을 많이 행하신 고을들에게 불행을 선언하십니다. 그 고을 사람들이 예수님의 현존과 가르침, 기적을 충만히 누렸음에도 죄악에는 기민했고 믿음에는 게을렀던 탓입니다.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회개하였을 것이다."(루카 10,13)
꾸짖음의 내용을 잘 들어 보면 그 안에는 사실 꾸짖는 이의 기대와 바람이 들어 있습니다. 예수님은 많은 은총을 받았음에도 하느님께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는 이들에게 불행 선언을 통해 "회개"를 강력히 촉구하시는 겁니다.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 쓰는 행위는 주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면서 모든 죄와 잘못에 대해 자비를 청하는 태도입니다. 하느님 앞에 자신이 죄인임을 인식하고 용서를 구하는 자세지요. 자루옷은 어떤 장식도 없는 투박하고 거친 천으로 자신의 비천함과 고행을 드러내며, 재는 세상 것에 한눈 팔고 달리다가 끝내 맞이하게 될 허무한 종말을 상징합니다. 자신의 근원과 목적을 외면하는 이는 결국 다 타고 남은 재의 신세가 되고 말 것이지요.
그런데 이 말씀에서 예수님의 실패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 고을들을 각별히 사랑하시고 더 많은 정성과 애정을 쏟아부으셨음에도 그들을 회개시키지 못하셨다는 걸 예수님도 인정하고 계시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당신의 사랑이 제대로 보답받지 못해서라기보다, 구원을 가로막는 완고하고 굳은 마음을 그들 스스로 고수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꾸짖으시는 겁니다.
제1독서에서는 절절한 회개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우리는 주님 앞에서 죄를 짓고, 그분을 거역하였으며, 우리에게 내리신 주님의 명령에 따라 걸으라는 주 우리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바룩 1,17)
이것이 패망과 유배라는 민족적 고통과 치욕 앞에서 이스라엘이 스스로 고백하는 자성의 골자입니다.
하느님께서 특별히 선택하여 당신 백성으로 삼으신 이스라엘의 죄는 그분과의 관계성을 파괴하는 데서 기인합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 말씀보다 당장 자신들을 더 영화롭고 풍요롭게 해 줄 다른 목소리를 듣고 따르면서 그분과 점점 멀어졌고, 그렇게 멀어질수록 하느님 백성의 거룩함을 잃고 맙니다.
이민족에게 패방하여 이국 땅에서 타향살이를 해야 하는 유배의 기간은, 이방신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인 야훼 신앙을 되찾아 수호하며 다시 그분과의 관계를 간절히 갈망하게 될 때까지 지속될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를 내쳐버린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뼛속까지 통회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이는 반드시 해방의 선물을 맞이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가정과 사회, 신앙 안에서 각자에게 허락하신 여정을 충실히 살아갑니다만, 때때로 잠시 멈추어 자신의 구심점과 방향성을 점검하는 순간이 꼭 필요합니다. 회개는 주님과의 관계성을 회복하고 존재적 소명과 정체성을 가다듬는 노력이지요.
부족하고 나약해도 아버지의 사랑을 믿고 언제라도 그 품 안으로 달아드는 어린아이처럼 정화와 성화의 노력에 결코 지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께서 우리를 위해 전구해 주실 것입니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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