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33주일 / 오상선 신부님 ~

 


세계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는 오늘, 미사의 말씀은 "사람의 아들의 날"을 이야기하십니다.

제1독인 다니엘 예언서와 마르코 복음에는 "사람의 아들의 날"의 두 국면을 보여 줍니다. 곧 구원의 얼굴과 재앙의 얼굴입니다. 여러분은 미사 독서들에서 어떤 얼굴과 마주하셨는지요? 구원에 대한 희망으로 기쁘셨나요, 아니면 심판의 두려움으로 불안하셨나요?

"그때에 사람의 아들은 천사들을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마르 13,27)
언제일지 아무도 모르는 그날은 해와 달이 빛을 잃고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는 엄청난 물리적 재해를 동반할 것입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 해도 자연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는 우리는 미처 겪어 보지 못한 천재지변의 재앙과 변고에 당황하며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지요.


"선택한 이들"
그날 영광 속에 다시 오실 사람의 아들은 당신이 선택한 이들을 잊지 않고 찾으실 것입니다. 구원입니다. 땅 끝, 하늘 끝까지 흩어져 있는 선택받았던 이들은 그 부르심이 완성되는 결정적인 일치의 시간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지상 순례 기간 동안 간절히 바라 마지 않던 영원한 사랑 안에 잠기게 될 것입니다.  


제1독서에서 울려퍼지는 구원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때에 네 백성은, 책에 쓰인 이들은 모두 구원을 받으리라."(다니 12,1)
이렇듯 주님께서 구원을 약속하십니다. 주님께 선택되어 사랑과 신의를 고백하며 삶과 죽음으로 증거한 이들은 모두 약속의 책에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요. 바로 그날 그분 앞에서 그 책이 펼쳐질 것이고, 그들은 평생 그리워하고 기다리던 주님과 복된 해후의 때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제2독서는 여전히 심판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에게 격려가 되는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없애시려고 한 번 제물로 바치시고 나서 ... 한 번의 예물로, 거룩해지는 이들을 영구히 완전하게 해 주신 것입니다."(히브 10,12.14)
우리의 정화와 성화는 우리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희생제사의 열매입니다. 그분은 매번 속죄 제물을 바쳐야 하는 여느 인간 사제들과 달리 단 한 번, 당신 자신의 피로 영원한 계약을 완성하셨지요.


우리는 그분이 그렇게 치르신 피의 대가로 구원을 약속받았습니다. 적극적인 자의로 사랑을 거부하거나 신앙을 저버리지 않는 한 구원의 가능성은 쉬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여전히 희망해도 좋습니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복음 환호송)
깨어 있음과 기도가 구원을 향한 우리의 바람을 현재화시켜 줍니다. 기도는 그분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구원 상태를 앞당겨 누리는 맛보기이고, 깨어 있음은 그 기도가 삶의 구석구석에 구체적으로 반영되게 해 줍니다.


사랑하는 벗님! 특별히 세계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며 기도와 선행으로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사람의 아들의 날 우리를 데리고 오라고 주님께서 보내실 천사들이 바로 그들이 될 것이고, 그들이 주님 앞에서 우리를 위해 큰 소리로 증언을 해 줄 것입니다. 그들 마음에 새겨진 우리 이름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