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나병환자를 치유시켜 주신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복음에서 나병환자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 시대에 "가장 버림받은 이, 가장 가난한 이, 하늘의 벌을 받은 이,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 가장 어려운 이,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나병환자 치유기사는 예수님의 메시아性을 잘 표현해 주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우선, 나병환자의 입장에서 오늘 복음을 묵상해 봅니다. 나병환자는 정말 그 누구보다도 겸손하고 절실하게 깨끗해지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을 보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청합니다. 그리고 그분이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해 주실 수 있는 분이라고 확고히 믿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루카 5,12) 나병환자의 이러한 자세가 치유자인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였고 깨끗하게 치유받게 된 기반이었습니다.
우리 또한 예외없이 영혼이 죄로 얼그러져 흉측한 '영혼의 나병환자'들입니다. 우리가 온전히 깨끗해지고자 한다면 우리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대충 청하지 않고, 이 나병환자처럼 정말 '겸손하고 절실하게' 또 치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청해야 하겠습니다. 얼마나 자주 우리는 고백성사를 진심없이 치유의 절실함과 용서의 확신없이 보고 있는지요.
다른 관점에서 나에게 있어 나병환자란 누구입니까? 내가 가장 싫어하고 멀리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사부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나병환자를 통해 자신이 회개하게 되었다고 유언에서 밝히면서, 자신이 죄중에 있었을 때는 나병환자를 보는 것이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이었는데, 그들에게 가서 자비를 베풀고 떠나와서는 그 역겨움이 영혼과 육신의 달콤함으로 변하였다고 고백합니다.(성 프란치스코, 유언 1-3) 회개는 그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가장 싫어하는 나병환자는 누구입니까? 만나고 바라보고 함께있는 것이 역겨운 사람이 있습니까? 그 사람이 회개하고 달라지면 그 역겨움이 좀 사라질 거라고 여기십니까? 아닙니다. 내가 회개하고 그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그 역겨움이 달콤함으로 변할 수 있답니다. 내가 달라지면 그제야 그 사람도 달라지게 됩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경험했던 것처럼, 그사람은 더이상 나병환자가 아니라, 고통받는 그리스도가 됩니다.
다시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예수님은 당신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더 큰 사랑과 연민의 마음으로 그를 맞이하십니다. 예수님이야말로 그 누구도 편견이나 차별없이 마음을 열기만 하면 다 받아주시는 정말 넓은 가슴의 대인배(大人輩)이십니다. 그 품에 안기고 싶지 않으세요? 그 품에 안기기만 하면 우리는 모든 죄와 어둠에서 해방되고 성령과 빛으로 둘러싸이게 됩니다.
이렇게 치유를 받은 우리는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괜히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떠벌리지 말고 조용히 “사제에게 가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라.”(루카 5,14)고 하십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일부러 "예수 믿으시오." 하고 떠벌리지 않아도, 우리의 감사하는 마음을 보고 예수님을 찾아오게 됩니다.(루카 5,15)
예수님도 홀로 감사의 시간을 갖는 것이 우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십니다.(루카 5,16) 하느님께서 자신을 통해 드러내신 영광에 감사로 되돌려드리십니다. 자칫 그 영광을 나의 영광으로 삼을 우려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사목현장에서 거듭 체험하기에 그 마음을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관구회의>를 마치며 이제 주님의 파견강복을 받는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여러분은 오늘부터 나병환자입니다. 주님의 자비가 없이는 치유될 수 없는 나병환자입니다. 또한 여러분의 나병환자인 형제들이 변화되기를 기대하지 말고 여러분이 변화되고 회개하십시오. 그럴 때 여러분도 깨끗하게 되고 그들도 치유될 것입니다. 그리고 늘 감사드리십시오. 불평과 짜증을 내지 말고 늘 맑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형제들을 대하고, 주님께서 이루어 주시는 모든 일에 대해 그 영광을 내 것으로 삼지 말고 주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미와 찬양을 돌려 드리십시오.
이제 관구회의 동안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드리며 저와 함께 이렇게 기도합시다.
"전능하시고 지극히 거룩하시고 지극히 높으시며 으뜸이신 하느님, 모든 善이시고 으뜸善이시고 온전한 善이시며, 홀로 善하신 당신께(참조: 루카 18,19), 모든 찬미와 모든 영광과 모든 감사와 모든 영예와 모든 찬양과 그리고 모든 좋은 것을 돌려드리나이다.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아멘."(성 프란치스코, 시간경마다 바치는 찬미)
중국의 여왕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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