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1주간 월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하시는 말씀을 잘 들으시나요? 잘 못들으신다구요? 왜 그럴까요? 그분이 말씀하시지 않아서 못들을 수도 있고 그분이 말씀하시는데 내가 못알아 들을 수도 있겠지요? 그분이 말씀 안 하실 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 그분이 말씀하시는데도 내가 못 알아 듣는다면 문제가 있겠지요?

그분은 옛적에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말씀하셨대요.(히브 1,1) 그런데 이젠 당신 아드님을 통해서 주로 말씀하신다네요. 제 말이 아니라 히브리서의 저자가 하는 말입니다.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히브 1,2) 그러니 우리가 그분의 말씀을 들으려면 복음 말씀을 깊이 묵상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우리가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이유이겠지요. 물론 읽고 묵상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렇게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우리의 삶으로써 응답해 드리기 위해서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성탄시기를 마치고 연중시기를 마치는 우리에게 오늘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하느님 나라는 아주 먼 나라였습니다. 나는 거기에 들어갈 꿈도 꾸기 어려운 그런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때가 되어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이 땅에 내려오심으로써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 하느님 나라가 우리 가운데, 내 코앞에 와 있게 된 것입니다. 내가 방향만 잡아 뒤돌아보기만 하면 바로 거기 하늘나라의 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회개'해야만 합니다. 회개란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고 세상을 향해 있던 나의 시선을 하느님 나라로 돌리는 일입니다.

성탄시기를 마무리하고 연중시기를 시작하는 오늘 내가 향하는 방향은 어디인지 잘 살펴봅시다. 하느님 나라를 향하는지 세상을 향하는지, 사랑과 생명을 향하는지 미움과 죽음을 향하는지, 화해와 용서를 향하는지 분열과 증오를 향하는지...

우리는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죽은 후에 나는 과연 천국 혹은 극락이라고도 불리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까? 혹 나는 죄와 허물이 많아서, 또는 먹고살다보니 남을 위해 살지도 못해서 이런저런 이유 땜에 지옥이나 연옥에 떨어지지는 않을까 때론 걱정이 되기도 하지요.

예수님은 오늘 이런 생각을 하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들려주시는 기쁜 소식(마르 1,14)이라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걱정하지 마. 하느님 나라는 너에게서 멀리있지 않아. 아주 가까이 있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너도 들어 갈 수 있는 나라야." 그러시면서 두 가지만 요청하시네요.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마르 1,15)

회개는 방향전환을 말하니, 내 욕심보다 이웃의 행복을, 내 뜻보다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라는 말씀으로 알아듣습니다.

복음을 믿으라구요? 하느님 나라가 더 이상 멀리있지 않고 정말 가까이에 와 있음을, 하느님이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심을 믿으라는 말씀으로 알아듣습니다.

이미 이런 기쁜 하느님의 복음을 들은 하느님 나라의 제자들은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곧바로" 모든 것을 "버리고"(마르 1, 18. 20), 이 기쁜 소식의 전파자들이 됩니다. 이렇게 마음을  이웃과 하느님께로 돌려놓고 그분이 여러분의 삶에 아주 가까이하고 계심을 믿고 있는 여러분은 참으로 복되십니다. 하느님 나라가 바로 여러분의 것이니까요. 축하드립니다. 여러분도 오늘 여러분이 들은 이 기쁜 소식을 즉각 여러분이 만나는 사람에게 전하는 하느님 나라의 제자가 되십시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