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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1주간 목요일 / 오상선 신부님 ~

연중 제1주간 목요일 (마르코 1,40-45)

 

여러분은 어떤 마음의 소유자입니까? 완고하고 무딘 마음의 소유자입니까? 아니면,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 살같이 부드러운 마음의 소유자입니까?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완고한 사람이 된다고들 하더군요.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부드러운 사람이 되어야 정상일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된다네요. 아마도 자신이 구축해 온 경험세계가 더 단단해진 탓이겠지요.

완고하고 마음이 무딘 사람은 "다른 사람이 말해도 생각이나 사고를 바꾸지 않기" 때문에, 하느님이 말씀하셔도 못 알아듣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결코 영적으로 성장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 세계에 갇혀 더 큰 세계를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예수님처럼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사람"(마태 11,29ㄱ)은 주님의 영에 열려 있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잘 알아듣습니다. 그런 사람은 영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에게서 배우라고 하십니다.(마태 11,29ㄴ)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의 회개를 촉구할 때, 항상 "돌처럼 굳은 마음을 도려내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넣어준다."(에제 36,26)는 표현을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완고한 마음이 이스라엘로 하여금 광야에서 40년간 헤매게 만들었고, 유배생활을 하게 만든 장본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젖과 꿀이 흐르는 새로운 가나안 땅인 하늘 나라로 가기 위해서 온유하고 부드러운 마음은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나병 환자의 청을 받고 그를 치유시켜 주십니다. 그리고 그를 돌려 보내시며 '단단히' 이르셨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르 1,44ㄱ) 그런데 이 치유된 나병 환자는 자기 생각에 갇혀 예수님의 뜻을 무시하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마르 1,45ㄱ)합니다. 그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그 때문에 예수님은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 곳에 머무르시게'(마르 1,45ㄴ) 됩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듣고 그분이 원하시는대로 행하는 것이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의 소유자들의 자세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상태는 어떠하신가요? 돌같이 딱딱해서 다른 사람의 말이나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살과 같이 부드러운 벗님의 마음은 벗님의 좋은 생각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마침내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자신을 내어놓는 영적인 사람이 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 마음을 지닌 벗님이 참으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