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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1주간 금요일 / 오상선 신부님 ~


마르코 복음사가는 계속해서 병자들을 치유하시는 예수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어제의 나병 환자 치유에 이어 오늘은 중풍 병자 치유 이야기입니다. 나병 환자와 중풍 병자는 예수님의 치유기사의 단골 메뉴로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당시 가장 무섭고 힘든 병으로 알려졌고 그래서 이는 자기나 조상들의 죄 때문에 하늘이 내린 벌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하느님도 외면하는 공적인 죄인이었고, 하늘 나라에는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천형(天刑)을 받는다고 여겨졌던 사람들을 그 고통에서 치유시켜 주십니다. 그러나 육신의 치유가 곧 구원은 아니었습니다. 반쪽짜리 구원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르 2,5)고 하십니다. 육신은 치유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어 기쁠지는 몰라도 그는 여전히 천형을 받은 죄인이라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를 용서받았다고 하심으로써 이제는 영육이 온전히 치유되어 구원을 받게 되었고 하늘 나라의 자녀가 될 수 있다고 선언하시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배려요 안배입니까?

사람들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병이 나아 걸어가라" 하면 이해하겠는데 "죄를 용서받았다니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할 수밖에 없겠지요. 예수님의 목표는 단순히 육신의 병 치유가 아닙니다. 그분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히브리서 저자는 "우리 모두 하느님의 안식처에 들어가도록 힘쓰자"(히브 4,11)고 독려합니다. "하느님의 안식처에 우리 모두가 들어갈 수 있다는 약속이 유효한데도 이미 탈락하였다고 여겨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자"(히브4,1)고 강조합니다. 이 기쁜 소식을 모두 들었는데, 그걸 믿고 확신하는 사람은 안식처로 들어가게 되고(히브 4,2-3참조), 불신하고 불순종하는 이들은 그 안식처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느님 친히 맹세하셨다고 전해줍니다(히브 4,3. 5 참조).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여러분은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확신하시나요? 아직도 자신이 없으신가요? 왜요? 여러분이 지은 죄와 허물 때문입니까? 여러분이 더 많이 기도하고 자선을 베풀지 못하였기 때문입니까? 성질이 더러워서 혹은 성당에 잘 못나가서 그렇습니까?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 이 모든 죄와 허물과 악습을 덮지 못할 것으로 여기십니까? 아닙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공로로 우리 모든 죄가 사함을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이상 우리는 모두 하늘 나라의 상속자들입니다. 이것을 믿기만 하면 하늘 나라는 우리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이것을 믿지 않는다면 하늘 나라는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질 뿐입니다.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을 믿고 그 믿음으로 한 걸음 내딛는 사이 어느새 우리는 안식처에 가 닿습니다. 그래서 모든 과정이 소중합니다. 오르막길이건 내리막길이건 꽃길이건 가시밭길이건 진흙탕이건 이 과정이 하느님께로 가는 길목임을 믿고 견딘다면, 모든 과정은 우리가 안식처에 들어가도록 지탱해 줄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믿음을 가진 우리는 안식처로 들어갑니다."(히브 4,3) 여러분도 그러하시길 축원합니다.

중풍 병자는 예수님을 만나러 올 때 제 발로 걸어오지 못했습니다. 그 병이 워낙 사람의 일부분이나 전체를 마비시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니까요. 그는 자신의 건강을 회복시켜 주려는 벗들에 의해 들것에 실려왔고, 예수님이 계시던 집에 이르러서는 지붕까지 올려졌다가 밑으로 달아서 내려지는 조마조마한 순간을 겪습니다.

이 과정은 우리 삶에서도 종종 일어납니다.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해도 부지불식간에 벗들의 믿음으로 주님 앞에 나아갑니다. 난관에 부딪혀 더 나아가지 못할 때 위험천만하게 들어 올려졌다가 달아 내려지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모두의 노력을 가상히 보신 예수님 덕분에 치유받고 용서받습니다. 이제는 그동안 자기의 병을 상징했던 들것을 직접 들고 성큼성큼 걸어나갈 수 있습니다.

오늘 나를 주님 앞으로 데려와 치유와 죄사함의 은총을 받도록 도와준 벗님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나의 죄와 허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당신의 자비로 하해와도 같은 치유의 은혜를 베풀어 주시어 하늘 나라로 초대해 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벗님들, 고맙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