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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1주간 토요일 / 오상선 신부님 ~

 


병자들을 고치신 이적사화들을 전해주고 나서 마르코는 이제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리시는 예수님의 낯선 행동을 전해줍니다. 세리와 죄인들은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자타가 공인한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들은 육신에 천형을 받은 나병 환자들이나 중풍 환자와 일맥상통합니다.

우리에게는 낯설게 보이는 이 기사를 여기에 제시하는 마르코의 의도는 분명해 보입니다. 즉, 예수님은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으며"(마르 2,17) "건강한 이들이 아니라 병든 이들을" 치유하러 오신 구세주라는 것입니다. 나병 환자와 중풍 환자가 육신이 건강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세리와 죄인들은 영혼이 건강하지 못한 이들인 셈이고, 이들도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있음을 보여주시고자 하십니다.

벗님 여러분, 우리도 어떤 면에서는 영육이 건강하지 못한 죄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죄에 머물러 있는 자신을 바라보면 나는 하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어떠한 피조물도 감추어져 있을 수 없고, 그분 눈에는 모든 것이 벌거숭이로 드러나 있다"(히브 4,13)고 생각하면 사실 앞이 캄캄하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연약한 우리를 동정해 주시는 대사제"(히브 4,15)이신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의인이기 때문에 하늘 나라에 초대하시지 않고, 오히려 죄인이기 때문에 오늘 부르심을 받은 세리 레위처럼 하늘 나라의 삶에로 불러 주십니다. 스스로 의인이라 여기는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들을 부르시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들 중에는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세리와 죄인같은 이들이 "예수님을 많이 따르고 있었다"(마르 2,15)고 마르코는 힘주어 말합니다.

사실 오늘날에도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 중에는 세리와 죄인같은 이들이 더 많을 수 있고 그중에 우리도 포함됩니다. 오늘 히브리서 저자가 말하듯이, "그러니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받아 필요할 때에 도움이 되게 합시다."(히브 4,16)

행복하여라, 자기가 죄인임을 아는 사람들. 그들은 하늘 나라의 잔치로 초대받습니다. 불행하여라, 스스로 의인이라고 여기는 사람들. 그들은 하늘 나라 잔치에 초대받지 못합니다.

행복하여라, 육신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 하느님의 자비와 치유를 받을 것입니다. 불행하여라, 지금 건강한 사람들. 언젠가는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고 몸져 눕게 될 것입니다.

죄인인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병약한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오늘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는 말씀과 세리의 집에 가서 친교를 나누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우리 또한 죄인들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환자 앞에서 잘잘못을 따지지 않습니다. 환자를 불쌍히 여기고 병이 낫기를 바라고 기도하고 치료해줍니다. 병걸렸다고 환자를 비난하는 의사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모르는 자격 없는 사람입니다. 마찬가지로 죄를 범했다고 비난하고, 나쁜 행동을 한다고 멀리하는 것은 예수님 제자 될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교회는 '순결한 창녀'라고 어느 신학자가 말하였지요. 우리 모두는 '거룩한 죄인'이고 '축복받은 죄인'입니다. 죄인이어서 행복한 날 되시길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