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6주간 수요일(사도17,15.22─18,1)(요한16,12-15)
제1독서
<여러분이 알지도 못하고 숭배하는 그 대상을 내가 여러분에게 선포하려고 합니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 17,15.22─18,1
그 무렵 15 바오로를 안내하던 이들은 그를 아테네까지 인도하고 나서,
자기에게 되도록 빨리 오라고 실라스와 티모테오에게 전하라는
그의 지시를 받고 돌아왔다.
22 바오로는 아레오파고스 가운데에 서서 말하였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대단한 종교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23 내가 돌아다니며 여러분의 예배소들을 살펴보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겨진 제단도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알지도 못하고 숭배하는 그 대상을
내가 여러분에게 선포하려고 합니다.
24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은 하늘과 땅의 주님으로서,
사람의 손으로 지은 신전에는 살지 않으십니다.
25 또 무엇이 부족하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의 손으로 섬김을 받지도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오히려 모든 이에게 생명과 숨과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26 그분께서는 또 한 사람에게서 온 인류를 만드시어 온 땅 위에 살게 하시고,
일정한 절기와 거주지의 경계를 정하셨습니다.
27 이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찾게 하려는 것입니다.
더듬거리다가 그분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분께서는 우리 각자에게서 멀리 떨어져 계시지 않습니다.
28 여러분의 시인 가운데 몇 사람이 ‘우리도 그분의 자녀다.’ 하고 말하였듯이,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
29 이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므로,
인간의 예술과 상상으로 빚어 만든 금상이나 은상이나 석상을
신과 같다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30 하느님께서 무지의 시대에는 그냥 보아 넘겨 주셨지만,
이제는 어디에 있든 모두 회개해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명령하십니다.
31 그분께서 당신이 정하신 한 사람을 통하여
세상을 의롭게 심판하실 날을 지정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리시어
그것을 모든 사람에게 증명해 주셨습니다.”
32 죽은 이들의 부활에 관하여 듣고서, 어떤 이들은 비웃고
어떤 이들은 “그 점에 관해서는 다음에 다시 듣겠소.” 하고 말하였다.
33 이렇게 하여 바오로는 그들이 모인 곳에서 나왔다.
34 그때에 몇몇 사람이 바오로 편에 가담하여 믿게 되었다.
그들 가운데에는 아레오파고스 의회 의원인 디오니시오가 있고,
다마리스라는 여자와 그 밖에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18,1 그 뒤에 바오로는 아테네를 떠나 코린토로 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복음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2-1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2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13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하시며,
또 앞으로 올 일들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다.
14 그분께서 나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15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께서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늘 요한복음 대목에는 성부, 성자, 성령이신 성삼위 하느님께서 드러나십니다. 먼저 예수님께서 성령과 당신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하시지요.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하시며..."(요한 16,13). 말씀을 공유한다는 건 당신과 성령께서 마음과 뜻으로 일치하신다는 것이지요. 의지와 생각과 지향이 온전히 하나로 같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말씀같지 않나요? "내가 스스로 말하지 않고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친히 나에게 명령하셨기 때문이다. ... 내가 하는 말은 아버지께서 나에게 말씀하신 그대로 하는 말이다."(요한 12,49-50) 예수님께서 당신과 아버지의 관계를 말씀하실 때 이미 비슷한 표현을 하셨습니다. 성부와 성자는 의지와 생각과 지향을 함께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뜻을 전하심으로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듯이, 성령 또한 예수님의 뜻을 우리에게 알리심으로 예수님을 영광스럽게 하십니다. 성삼위 하느님은 이렇듯 한 뜻을 지니시고 서로를 영광스럽게 하시는 한 분 하느님이십니다.
제1독서는 바오로 사도의 아테네 선교를 다룹니다. 그는 아테네 사람들이 섬기는 신들을 부정하기 보다, 그들이 "알지도 못하고 숭배하는 그 대상을"(사도 17,23) 유일신이신 하느님이라고 소개하는데, 그가 전하는 분이 곧 성삼위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은 모든 이에게 생명과 숨과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사도 17,25) 그는 성부이신 창조주 하느님께서 우리 생명의 근원이시라고 밝힙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성자를 주시고, 살아 움직이도록 숨도 불어넣어 주시고, 또 생명을 지탱하고 관계를 꾸려가는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 하느님이십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 17,28) 하느님께서 불어넣어 주신 숨을 받아 살아가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새 생명을 얻었고, 성령의 도움으로 나날이 새롭게 거듭납니다. 숨 쉬고 움직이는 모든 순간에 우리는 성삼위 하느님 안에 있으며 그분에게서 나와 그분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각자에게서 멀리 떨어져 계시지 않습니다."(사도 17,27)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영이신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의 육화를 통해, 그리고 성령의 현존을 통해 우리 가까이에 계십니다. 하느님의 영께서 우리 안에, 우리 밖에 우리 곁에 온통 우리를 감싸고 계십니다. 이 세상에서 그분이 계시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그분의 현존을 벗어나는 곳이란 찾을 수 없습니다.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 다른 보호자를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게 하시리라."(복음 환호송) 예수님께서 분명 "영원히"라고 하십니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에 묶여 사는 우리에게 "영원"을 보장하시고 보증하십니다. 성령을 통해 하느님께서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 신비를 믿는 우리에겐 두려움이나 의혹이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오늘은 그렇게 온 세상에 가득한 성령을, 그 기운을, 그 사랑을 호흡하며 성삼위 하느님 품에 잠겨듭시다. 그분께서는 나의 온 세포 구석구석을 채우고 계시고, 누추한 마음에도 충만히 머물러 계시고, 숨 한 모금에도 깃들어 계십니다. 그분이 내 안을 가득 채우고 계시고, 또 나를 온통 둘러싸고 계시니 그분이 곧 나이고, 내가 또한 그분입니다. 나는 그분과, 성삼위 하느님과 하나입니다. 이런 축복이 또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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