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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현 신부님

~ 재의 수요일 / 조욱현 신부님 ~

재의 수요일


복음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1-6.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2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3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4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5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6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16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17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18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복음마태 6,1-6.16-18: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오늘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이다성경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리키는 숫자이다하느님께서는 노아 홍수 때 40주야 동안 폭우가 내리게 하여 심판하셨고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400년을 종살이하였으며모세가 십계명을 받기 전에 40 주야를 단식과 기도로 지냈고또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에 도착하기까지 40년이나 걸렸다예수께서도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40 주야를 광야에서 기도와 단식으로 준비하신 것을 알 수 있다오늘 시작되는 사순절도 오늘부터 시작하여 부활 때까지 주일을 제하고 세어보면 40일이 된다교회가 이렇게 사순절을 제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순절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으로 차지하신 영광스러운 부활의 기쁨을 누리고 그분의 영광에 우리도 참여하기 위하여 그분의 수난에 우리가 참여하는 시기다그리고 우리의 삶을 하느님께로 돌리는 회개와 보속의 시기이다이럼으로써 우리 자신이 진정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사랑받는 자녀들이 되어 그 영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기이다그래서 교회는 오늘 재의 예절을 거행한다이 재의 의미는 회개와 보속죽음과 겸손을 잘 보여준다우리가 머리에 재를 받는 것은 우리 죄로 인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및 부활에 참여하기 위하여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보속 하겠다는 약속의 표시이다.


이 재의 예절은 우리가 우리의 죽음을 미리 묵상하게 한다. “사람아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이것은 우리의 현세적인 삶의 종착점인 죽음을 생각하게 함으로써 이기적인 생활과 그럼으로써 하느님을 멀리 떠난 삶에서 회개와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으로 돌아서게 하는 데 있다죽음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그리고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를 알며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게 될 것이다이 재는 한 줌의 흙이다우리가 죽어 땅에 묻히면 한 줌의 흙이 된다그 자리에는 아무런 형체도권세도 명예도 볼 수 없다이러한 의미를 가진 재를 교만과 명예의 자리인 머리에 얹음으로써 인생무상과 자신의 나약함을 깨닫고 겸손하라고자신의 본 모습을 찾으라고 하는 것이다겸손하지 못하면 회개와 보속의 실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선을 행하지 말라고 경고하시면서 자선과 기도단식에 관한 세 가지 본보기를 알려주신다자신의 덕을 내보임으로써 사람들의 칭찬을 얻으려 하지도 말고다른 사람들 앞에서 넘치게 기도하면서 자기의 신심을 자랑하지도 말라고 하신다.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2). 내가 하는 일을 떠벌이지 말라는 뜻이다인간의 찬사를 얻으려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은 신앙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친절한 행동은 자체가 나팔이다숨겨야 할 것은 그런 행동이나 장소보다도 베풀려는 뜻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3). 이 말씀 역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하라는 말씀인데할 수 있으면 우리가 선을 베풀 때베푸는 손조차도 그 사실을 모르게 하라는 말씀이다이 말씀은 오른손은 의인과 의로운 행위를 뜻하고 왼손은 죄인과 죄가 되는 행동을 의미한다어떤 일이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 이루어지려면의인인 오른손은 왼손이 하는 일을 몰라야 한다우리가 충실하고 신심 깊게 행하기 위해서는 죄인들 앞에서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6). 우리의 기도는 인간에게 하는 것이 아니다기도는 어디에나 계시며 우리가 말하기도 전에 들으시고 마음의 비밀을 이미 알고 계시는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이다그분께 기도하면 우리는 큰 상을 받을 것이다.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6). 사람들에게서 상을 받으려 하는 자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또 다른 상을 받을 수는 없다.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16). 교회도 또한 이 시기에 극기와 절제를 통하여 이웃에게 선을 베풀어 그리스도를 닮고어느 때보다 기도를 많이 하여 은총을 받고자 마음을 모으는 때이며예수님의 부활 영광을 우리도 누리기 위해 속죄하도록 초대하고 있다이 사순시기를 통하여 우리가 더 하느님의 자녀로서 부활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조욱현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