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 1주간 월요일. 반영억 라파엘 신부님.
믿음으로 주님을 부릅시다
오래전의 일입니다. 대전 공설 운동장에서 한국 성체대회가 거행되던 날, 하늘은 눈부시도록 파란 하늘이었고 태양은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파견 강복이 있기 직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추기경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거기 뭐 나타났어요?” 그 말씀으로 자극을 받아 참가자 모두가 환호하며 하늘을 바라보았고 저도 태양을 보았습니다. 그야말로 성체 모양으로 빛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런 현상에 부정적인 저였지만 저도 모르게 성호경을 그으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반복하였습니다. 그때 추기경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믿음이 약한 사람은 보고라도 믿어야죠!”
예수님의 능력은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으셨지만, 당신을 의심하는 고향 사람들 앞에서는 별로 기적을 행하지 않으셨습니다(마태13,58). 주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으셨지만, 그 말씀의 능력은 믿음을 바탕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살아있는 말씀이 힘을 내느냐 못 내느냐는 그 말씀을 듣는 우리에게도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믿고 행하면 능력의 혜택을 입게 됩니다. 믿음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하라 하시면 그대로 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가르치시고 명하는 것은 하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믿고 행하십시오. 그러면 그분의 모든 것을 받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그 믿음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사람을 유다인이 아닌 한 이방인 백인대장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유다인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그들의 미움을 사게 된 것은 당연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소위, 열심하다고 하는 사람, 활동을 많이 하고 본당의 여러 직책을 맡은 사람들, 성직자나 수도자도 믿음을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지식으로 아는 것은 많을지 모르나 주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믿음에는 소홀할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참된 믿음의 소유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 “믿음이 없이는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은 그분께서 계시다는 것과 그분께서 당신을 찾는 이들에게 상을 주신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히브11,1. 6). 믿음으로 하느님의 능력을 보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기도로 마칩니다. “오 하느님, 믿음으로 당신을 부르나이다. 인간이 되신 당신 아드님을 통하여 당신을 선포하신, 아드님의 일생을 통하여 제게 불어넣어 주신 그 믿음으로 오 하느님! 당신을 애타게 부르나이다.” 사랑에 사랑을 더하여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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