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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 조재형 신부님 ~

 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지난 12월 14일 새벽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채택되면서 직무가 정지되었습니다.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대통령의 직무 정지는 찬성표를 택한 국회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부당하다는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고 시위의 현장에 참석한 젊은 세대가 있었습니다. 저는 응원봉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응원봉은 젊은 세대가 콘서트에 들고 가는 응원 도구라고 합니다. 응원봉의 종류도 좋아하는 가수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저희 세대는 ‘촛불’을 들고 시위 현장엘 갔습니다. 젊은 세대가 보기에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지기도 하고, 촛불은 촛농이 떨어지기에 불편했다고 합니다. 초는 꺼지듯이, 시위의 함성도 꺼질 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젊은 세대는 응원봉을 들고 시위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소녀시대의 ‘다만세’라는 노래와 백기완의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함께 어우러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대통령의 직무 정지는 깨어 있는 시민들과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나온 젊은 세대의 물결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부산의 딸’이라는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학생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 온 것은 지금 막 걸음마를 뗀 사촌 동생들과 남동생이 먼 훗날 역사책에 쓰인 이 순간을 배우며 제게 물었을 때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그 자리에 나가 말했다고 알려 주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교과서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현 정권을 보고 5개월 전 학교에서 민주주의에 대해 배웠던 저와 제 친구들은 분노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고3보다 삼권분립을 모르면 어떡하냐고 말했습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비상 계엄령이 책 밖으로 튀어나온 지금 우리는 역사의 한순간에 서 있다며,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에게 '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5·16군사정변을 겪지 않았으나 2014년 세월호를 겪었으며 5·18민주화운동을 겪지 않았으나 2022년 이태원 참사를 지켜봤다며, 함께 역사를 바로잡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그 길이 우리의 미래이자 우리의 이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학생의 동영상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2000년 전입니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은 새로운 길을 걸어갔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금욕과 극기의 생활을 강조했습니다. 죄를 용서받는 세례를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회개하고 세례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세례자 요한을 찾아갔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죄를 용서받았던 사람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을 메시아로 알았습니다. 자신들을 절망과 어둠에서 희망과 빛으로 이끌어 줄 새로운 엘리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을 따라서 세례를 받고, 금욕과 극기의 삶을 사는 건 분명 새로운 삶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새롭게 등장하신 예수님에 대해서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을 칭찬하였고, 자신보다 더 높으신 분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분의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세례를 받으셨고, 새로운 길을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의로움이 드러나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금욕과 극기보다는 세상으로 들어가셔서 가난한 이, 외로운 이, 병든 이, 이방인, 세리와 함께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혈통과 능력으로 들어가는 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실천하는 사람이 들어간다고 하셨습니다.

 

 

 

재물, 명예, 권력으로 주어지는 행복은 참된 행복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참된 행복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에게 주어진다고 하셨습니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자비를 베푸는 사람, 가난한 사람이 참된 행복을 얻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길 잃은 어린 양을 찾으러 다니셨습니다.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 없지만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사람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는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칭찬하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사람도 세례자 요한보다 크다고 하셨습니다. 신앙은 그리고 종교는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는 꿈입니다. 그 꿈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꿈은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 자격조차 없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세례자 요한의 겸손함에서 시작됩니다. 그 꿈은 세상의 모든 권한을 가지신 분께서 기꺼이 무릎을 꿇고 세례를 받는 겸손함에서 시작됩니다.

 

 

“자녀 여러분, 아무에게도 속지 마십시오. 의로운 일을 실천하는 이는 그분께서 의로우신 것처럼 의로운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자녀와 악마의 자녀는 이렇게 뚜렷이 드러납니다. 의로운 일을 실천하지 않는 자는 모두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자도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