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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연신부님의 글

~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 조명연 신부님 ~

2025년 1월 7일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나와 같은 생각, 나와 똑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당연히 없습니다. 그러나 자기 생각과 반대될 때 안색이 바뀌곤 합니다. 자기 생각과 같을 리가 없음을 잘 알고 있지만, 그 다름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어떤 자매님께서 친한 친구에게 자기와 다른 이웃의 모습을 이야기했습니다. ‘어쩌면 저럴 수가 있냐?’면서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자기가 옳다는 것을 분명히 하겠다는 생각에서인지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모습으로 더 강하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친한 친구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음~~ 그럴 수 있지.”

 

자기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럴 수 있다면서 자기 생각을 받아 들어주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뒤 자기도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을 만나도 “음~~ 그럴 수 있지.”라면서 그 생각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이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 많은 생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느꼈다고 합니다. 그 다름에 화가 나면 마음속으로 ‘3... 2... 1...’을 외친 다음,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하면 대부분 해결되더라는 것입니다.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즉, ‘3... 2... 1...’을 말하는 잠깐의 시간도 기다리지 못해서 부정적 마음에 갇혀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3... 2... 1...’ 그럴 수 있습니다.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을 오늘 복음에서 묵상해 봅니다.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신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늦은 시간까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런데 그들은 예수님 곁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예수님과 함께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계산하고, 대책을 강구합니다. 그들을 모두 배불리 먹이자면 빵 이백 데나리온어치가 필요하니, 돌려보내는 것이 옳다는 결론까지 내리게 되지요.

 

이렇게 계산적으로 생각하는 제자들, 정반대로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예수님 곁에만 머무르려는 군중들. 누가 문제일까요? 예수님께서는 누가 틀렸다고도 또 맞다고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럴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만을 바라보는 군중도, 자기 일을 도와주려는 제자들의 계산적인 생각도 그럴 수 있었기에 아무런 꾸중도, 칭찬도 하지 않으셨던 것이지요.

 

그 어떤 판단 없이 이상의 것을 보여주십니다. 사랑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면서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시는 것, 복음에서는 빵의 기적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우리 삶 안에서도 계속해서 사랑의 모습으로 드러내십니다.

 

예수님 모범을 따라서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곳에 주님께서도 함께하십니다.

 

 

오늘의 명언: 늘 명심하라. 해내고 말겠다는 너의 결심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단 사실을(에이브러햄 링컨).

 

사진설명: 빵을 많게 하신 기적으로 예수님께서는 예언자로 나타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