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후 월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회개의 여정
“하느님 중심의 삶”
이런저런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새벽 인터넷을 여니 1.3일부터 1.6일 새벽 지금까지 한남동 공관 앞에서 고스란히 눈을 맞으며 추위에도 불구하고 20-30대 여성들 주도의 수많은 은빛 우의를 걸친 은박 탄핵시위대의 정의롭고 순수한 나라 사랑에 코끝이 찡하며 가슴 먹먹한 감동과 더불어 저절로 눈물이 났습니다. 요즘 하얼빈 영화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안중근 토마 의사가 남긴 삶의 가르침입니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세월을 낭비하지 마라.”
요즘 세계적 정치지도자였던 독일 최초의 전임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자유”라는 회고록을 읽고 있습니다. 그의 감동적 신앙 고백 일부를 나눕니다.
“‘주여, 저를 굽어 살피소서.’ 나는 선서문 말미에 이 구절을 집어넣었다. 종교적 차원의 맹세없이도 선서할 수 있었지만 내게 이건 아주 중요했다. 나는 하느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나는 ‘주여, 저를 굽어살피소서’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선포함으로써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도 하느님의 가호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을 쓰게 된 지금 돌아보니, 나의 총리 재임 시절, 그러니까 임기 첫날과 마지막 날을 제외한 지난 16년 5860일 동안 매일의 혼란스런 사건들 너머에서 나를 붙들어준 무언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 참으로 기쁘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이탈리아 교육자들을 알현할 때 하신 말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우리는 희망을 잃는 것을 피하고 날마다 그 희망을 키울수 있을까? ‘날마다의 투쟁중에, 시선을 그리스도께 두는 것이다(Amid daily struggles, keep eyes on Christ).”
마음 깊이 각인하고 싶은 대목은 괄호안에 영어를 집어넣습니다. 위 모든 내용들이 우리의 회개를 북돋웁니다. 얼마나 치열하게 하루하루 날마다 새롭게 노력하며 산 삶인지 깨닫습니다. 결론은 날마다 “하느님 중심의 회개의 여정”에 충실하자는 것이요, 오늘 강론 제목이기도 합니다.
쏜살같이 흐르는, 강물같이 흐르는 세월이요 언젠가는 어김없는 죽음입니다. 이래서 늘 반복하여 강조하는 내 인생 일일일생(一日一生), 일년사계(一年四季)로 압축했을 때의 시점(時點)을 확인하자는 것입니다. 성탄시기가 끝나가니 오늘 복음은 바야흐로 갈릴래아 전도가 시작됨으로 예수님의 공생애가 펼쳐집니다. 이사야 예언자를 통한 말씀이 그대로 통쾌하게 실현됩니다.
“이민족들의 갈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
예나 이제나 무지한 인간의 어둠의 현실을 똑같습니다. 문명의 야만시대의 역설처럼 여전히 어둠은 짙습니다. 어둠속의 큰빛이 바로 예수님이요, 예수님의 공생애 첫 일성이 시공을 초월하여 여전히 오늘에도 호소력을 지닙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바로 큰 빛이신 예수님 자체가 하늘 나라 꿈의 실현임을 깨닫습니다. 죽어서 가는 하늘나라가 아니라 회개하여 주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삶으로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실현되는 하늘나라입니다.
예수님은 어부 네 사람을 제자로 부르신후, 온 갈릴래아를 두루 다니시며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백성 가운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주시니 예수님의 눈부신 활약상이 눈에 보이는 듯 선명합니다. 온통 가르치시고 고치시는 일에 전념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바로 이런 주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사는 일이 회개입니다.
주님께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하며 주님 중심의 회개의 여정에 충실할 때 저절로 치유되는 영육의 현실임을 깨닫습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회개입니다. 한두번의 회개가 아니라 날마다 평생 회개의 여정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궁극의 문제는 내 안에 있고 답은 하느님안에 있기에 회개입니다.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주님의 빛입니다. 회개를 통해 빛이자 생명이신 주님을 삶의 중심에 모실 때 저절로 치유요, 회개의 여정은 그대로 치유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새삼 무지와 허무, 무의미에 대한 궁극의 답도 하느님께 돌아가 제자리에서 제본분을 다하며 제대로 사는 길뿐임을 깨닫습니다. 참된 제자리의 정주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끊임없는 회개임을 깨닫습니다. 새삼 끊임없는 기도와 함께 가는 끊임없는 회개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요한1서 1독서에 대한 답도 하느님 중심의 회개의 삶에 있음을 봅니다. 회개를 통한 계명에 충실한 삶이요 영의 올바른 식별이니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하느님께 속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살지만 세상이 아닌 하느님께 속한, 하느님 중심의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회개의 삶입니다. 요한 사도의 말씀이 참으로 적절합니다.
“그분의 계명은 이렇습니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대로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안에 머무르십니다.”
회개의 삶은 믿음과 사랑의 계명 실천의 삶으로 입증되고, 계명의 실천과 더불어 주님과 상호내주(相互內住) 일치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새삼 회개의 열매가 바로 믿음과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앞서 요한 사도의 사랑의 권고가 생각납니다.
“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 이래야 우리가 진리에 속해 있음을 알게 되고 그분 앞에서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습니다.”
바로 참된 회개 은총이 제멋대로의 감정적 사랑이 아닌 진리 이신 주님 안에서 행동으로 사랑하게 합니다. 참으로 끊임없이 정화되어야 할 이기적 불순한 우리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평생 배우고 공부해야 할 “진리 안에서의 행동으로 사랑하는 일”입니다.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하느님 중심의 회개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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