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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연신부님의 글

~ 연중 제 1주간 토요일 / 조명연 신부님 ~

2025년 1월 18일 연중 제1주간 토요일

 

 

초등학생 때의 일 하나가 생각납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앞으로 불러서 숙제로 제출했던 저의 글을 직접 읽으라고 하셔서, 또박또박 그리고 큰 소리를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난 뒤에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잘 썼다고 친구들 앞에서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시려고 읽게 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곧바로 저 다음 다른 친구를 불러서 그 친구에게도 직접 쓴 글을 읽으라고 하셨습니다. 이번에도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말씀을 하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글을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글을 써서 단 한 번도 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저였습니다. 그에 반해 제 다음에 발표했던 친구는 계속해서 상을 받았습니다. 이 친구는 “이렇게 쉬운 것을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 글 쓰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벌써 40년도 훨씬 전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당시에 글을 잘 써서 상도 받고 칭찬도 받았던 그 친구는 뛰어난 작가로 살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전혀 글을 쓰지 않고 그냥 평범한 회사원으로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부가 된 후 20년 넘게 꾸준히 글을 쓰고 있고, 책도 여러 권 출판했습니다. 만약 선생님께 지적받은 것을 계속 기억해서 ‘나는 글재주가 없어.’라면서 글 쓰는 것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재능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재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재능보다 더 필요한 것은 꾸준함이 아닐까요?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때 새로운 자기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리인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보시고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는 곧바로 일어나 주님을 따릅니다. 사실 당시의 세리는 로마제국을 위하여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속적이고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었지만, 동포인 유다인들에게 매국노, 부도덕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하느님의 일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고, 예수님과 함께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만약 그가 사람들의 말을 따랐다면, 우리는 마태오 사도를 알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자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자격 운운합니다. 때로는 성당에 나올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 앞에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자격이 주어집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할 수만 있다면, 그분의 뜻을 따르려는 마음만 갖는다면, 지금과 다른 새로운 자기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오늘의 명언: 그림자를 두려워 말라. 그림자란 빛이 어딘가 가까운 곳에서 비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루스 E.렌컬).

 

사진설명: 카라바조, '성 마태오를 부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