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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제 2주일 / 기경호 신부님 ~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셨다.”(요한 2,11)

 

1월 19일 (녹) 연중 제2주일

 

제1독서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62,1-5
1 시온 때문에 나는 잠잠히 있을 수가 없고, 예루살렘 때문에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그의 의로움이 빛처럼 드러나고, 그의 구원이 횃불처럼 타오를 때까지.
2 그러면 민족들이 너의 의로움을, 임금들이 너의 영광을 보리라. 너는 주님께서 친히 지어 주실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리라.
3 너는 주님의 손에 들려 있는 화려한 면류관이 되고, 너의 하느님 손바닥에 놓여 있는 왕관이 되리라.
4 다시는 네가 ‘소박맞은 여인’이라, 다시는 네 땅이 ‘버림받은 여인’이라 일컬어지지 않으리라. 오히려 너는 ‘내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 너의 땅은 ‘혼인한 여인’이라 불리리니, 주님께서 너를 마음에 들어 하시고, 네 땅을 아내로 맞아들이실 것이기 때문이다.
5 정녕 총각이 처녀와 혼인하듯, 너를 지으신 분께서 너와 혼인하고,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듯, 너의 하느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한 분이신 같은 성령께서는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 12,4-11
형제 여러분, 4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5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6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7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 8 그리하여 어떤 이에게는 성령을 통하여 지혜의 말씀이, 어떤 이에게는 같은 성령에 따라 지식의 말씀이 주어집니다. 9 어떤 이에게는 같은 성령 안에서 믿음이, 어떤 이에게는 그 한 성령 안에서 병을 고치는 은사가 주어집니다. 10 어떤 이에게는 기적을 일으키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예언을 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영들을 식별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여러 가지 신령한 언어를 말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신령한 언어를 해석하는 은사가 주어집니다.
11 이 모든 것을 한 분이신 같은 성령께서 일으키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그것들을 따로따로 나누어 주십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셨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11
그때에 1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 2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으셨다.
3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였다. 4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5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6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두세 동이들이였다. 7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8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시,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하셨다. 그들은 곧 그것을 날라 갔다.
9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 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10 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11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작은형제회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의 말씀나눔 

 

내 인생의 물독에 주님을 가득 채우며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카나의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아 가십니다(2,1-2). 그분께서는 사랑과 일치, 창조와 생명이 시작되는 기쁨의 잔치에 함께 참여하신 것입니다. 그 잔치에는 혼인 당사자뿐 아니라 세리와 어부 등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제자들, 예수님의 어머니 등 여러 부류의 사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혼인 잔치의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데 포도주가 떨어집니다. 포도주가 떨어졌다 해서 혼인이 성사되지 않는 일은 없겠지만 기쁨의 분위기가 식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단지 흥이 깨지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감으로써 혼인 잔치집이 텅 비게 될 수 있었습니다.

이때 예수님의 어머니가 나서서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고 말합니다(2,3).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2,4) 하며 거절하십니다. 그분께서는 메시아로서 와 계시므로 이미 구원의 때가 와 있음에도 그렇게 말씀하신 까닭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써 모든 것을 다 이루시는 그때는 지금이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거절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마리아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씀하십니다(2,5). 마리아는 이미 잉태 고지를 받을 때부터 아들이 구세주로 왔음을 알고 있었고,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음을 믿으셨기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 하시고(2,7), 그들이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하십니다. 이렇게 그분께서는 물을 신랑이 처음에 내놓았던 포도주보다 더 좋은 포도주로 바꾸어주심으로써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고 제자들의 믿음을 불러일으키십니다(9-11).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교회, 가정, 수도공동체는 혼인 잔치와 같습니다. 누구나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이고, 그분께서 함께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이 삶의 축제에는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가난한 사람과 부자, 권세가와 사회적 약자들 모두가 차별 없이 초대받았습니다.

포도 없이 물이 포도주가 될 수 없듯이 이렇게 함께하는 것은 불편하고 불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중심에 모시고 그분과 함께한다면 물이 포도주로 바뀌듯 기쁨과 축제로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고정관념과 선입견, 사고의 틀을 벗어버리고 영혼의 빈자리에 그분을 모셔야 합니다.

물이 포도주로 바뀌는 이 표징에서 물과 포도주 사이에 예수님의 말씀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 세상사, 일상의 만남 등 우리의 모든 일이 일종의 ‘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포도주 곧, 모든 이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고 선을 불러일으키는 선물과 의미로 바꿔주시는 분은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우리 모두 예수님께 대한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개인과 사회라는 물독에 사랑과 관심의 물, 정의와 평화의 물, 공감과 공생의 물을 가득 채워 모든 관계를 기쁨과 생명이 꿈틀거리는 축제로 바꿔놔야겠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