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62,1-5
1 시온 때문에 나는 잠잠히 있을 수가 없고
예루살렘 때문에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그의 의로움이 빛처럼 드러나고 그의 구원이 횃불처럼 타오를 때까지.
2 그러면 민족들이 너의 의로움을, 임금들이 너의 영광을 보리라.
너는 주님께서 친히 지어 주실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리라.
3 너는 주님의 손에 들려 있는 화려한 면류관이 되고
너의 하느님 손바닥에 놓여 있는 왕관이 되리라.
4 다시는 네가 ‘소박맞은 여인’이라,
다시는 네 땅이 ‘버림받은 여인’이라 일컬어지지 않으리라.
오히려 너는 ‘내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 너의 땅은 ‘혼인한 여인’이라 불리리니
주님께서 너를 마음에 들어 하시고
네 땅을 아내로 맞아들이실 것이기 때문이다.
5 정녕 총각이 처녀와 혼인하듯 너를 지으신 분께서 너와 혼인하고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듯
너의 하느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한 분이신 같은 성령께서는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12,4-11
형제 여러분, 4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5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6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7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
8 그리하여 어떤 이에게는 성령을 통하여 지혜의 말씀이,
어떤 이에게는 같은 성령에 따라 지식의 말씀이 주어집니다.
9 어떤 이에게는 같은 성령 안에서 믿음이,
어떤 이에게는 그 한 성령 안에서 병을 고치는 은사가 주어집니다.
10 어떤 이에게는 기적을 일으키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예언을 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영들을 식별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여러 가지 신령한 언어를 말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신령한 언어를 해석하는 은사가 주어집니다.
11 이 모든 것을 한 분이신 같은 성령께서 일으키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자에게
그것들을 따로따로 나누어 주십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셨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11
그때에 1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
2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으셨다.
3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였다.
4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5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6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두세 동이들이였다.
7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8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시,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하셨다.
그들은 곧 그것을 날라 갔다.
9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 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10 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11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지난 사목회 송년 모임 때입니다. 한국에서 보내준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영상의 내용은 봉사자의 자세와 믿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4분가량의 영상 중에 제게 큰 울림을 준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능력 있는 사람에게 직분을 맡기시는 분이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선택한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능력을 주신다는 내용입니다. 평소에 많은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봉사자는 교만하지 말고 겸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평소에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봉사자는 능력을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위로와 용기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질그릇 같은 우리 속에 이 보화를 담아 주셨습니다. 이것은 그 엄청난 능력이 우리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한테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시려는 것입니다.” 저는 언론과 방송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중학생 때 신문 배달을 해 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럼에도 교구장님은 제게 가톨릭평화신문 미주지사의 일을 맡겨 주셨습니다. 코로나의 힘든 시기를 견디며 신문사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제게 능력을 주셨고, 좋은 직원을 보내 주셨기 때문입니다.
노래방에 가면 18번이 있습니다. 늘 즐겨 부르는 노래입니다. 가수들도 18번 노래가 있습니다. 조용필의 노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입니다. 이선희의 노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아 옛날이여!’입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조용필이 무명의 시대를 벗어나 인기가수로 발돋움한 노래입니다. ‘아 옛날이여!’는 제가 군대에서 듣던 노래입니다. 군대에서 기상 음악으로 선임들이 ‘아 옛날이여’를 틀어 주었습니다. 지금은 내가 군인이라는 정체성을 알 수 있게 해 준 노래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 잘될 거야!”입니다. 어떤 분들은 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책임하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이 많고, 넘어야 할 산도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분이 좋았다고 합니다. 비록 지금은 힘들고 어렵지만, 앞으로는 좋은 일들이 생길 거라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 잘될 거야!”라는 말을 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러분의 18번은 무엇인가요? 저는 최성수의 ‘해후’를 좋아합니다.
2000년 전입니다. 가나에는 혼인 잔치가 있었습니다. 하객들은 많이 왔는데 잔치에 준비한 포도주가 그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포도주를 많이 준비하지 못한 것을 비난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면서 혼인 잔치의 주인을 탓하였습니다. 그런 비난과 평가는 혼인 잔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혼인 잔치에 필요한 포도주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들 예수님에게 이야기합니다. ‘혼인 잔치에 필요한 포도주가 부족합니다.’ 마리아는 지난 과거에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지 않았습니다. 아들 예수님에게서 미래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들 예수님은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렸습니다. 예수님은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우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물은 포도주로 만들었습니다. 혼인 잔치는 성대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혼인 잔치에 대해서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물이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는구나!” 정말 아름다운 표현입니다.
저의 큰형은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글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렸습니다. 음악도 잘해서 곡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형의 예술적인 재능이 부럽기도 했고,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작은형은 운동 신경이 좋았습니다. 체격도 좋았고 양복을 입으면 잘 어울렸습니다. 싸움도 잘해서 형과 다니면 걱정이 없었습니다. 여동생은 무엇보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었습니다. 어머니와 30분을 통화하는 가족은 동생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동생에게 이야기하시고 좋아하셨습니다.
큰형처럼 예술적인 재능이 없었기에, 작은형처럼 좋은 체격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동생처럼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 주지 못했기 때문에 저는 저를 ‘미운우리새끼’처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제게도 좋은 것을 주셨습니다. 글 읽는 것을 좋아하고,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들었던 것처럼 성령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능력과 재능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하느님의 꽃밭을 꾸미는 아름다운 꽃이 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주님!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도록 용기를 주시고, 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겸손함을 주시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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