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3주간 목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참된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세상의 빛, 세상의 소금”
“주님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을 밝히는 빛이옵니다.”(시편119,105)
오늘 만나는 옛 현자의 말씀도 새롭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공부에는
끝이 없다.”<다산>
“일은 충실하게, 맡은 일은 신중하게 하며 도를 체득한 사람을 보고
자신을 바로 잡는다면 ‘학문을 좋아한다’라고 할 수 있다.”<논어>
이런 사람되는, 참사람되는 공부가 진짜공부요, 해도해도 끝이 없는 평생공부라 할 수 있습니다. 저절로가 아니라 평생 하느님의 자녀, 빛의 자녀,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평생학인이 참으로 믿는 우리들의 신원입니다.
오늘 복음은 네 다른 짧은 단절어, 즉 속담 모음집이지만 참 신자의 삶이라는 목표에 하나로 모아집니다. 사람은 섬이 아니듯 참으로 믿는 이들은, 믿는 이들의 공동체는 결코 닫혀 있는 고립단절된 삶이 아니라, 세상에 활짝 열려 있는, 세상의 중심이 됩니다. 말그대로 세상의 빛, 세상의 소금이 됩니다. 바로 믿는 이들의 신원이자 존재이유입니다.
세상이 없는 빛, 세상이 없는 소금은 존재이유의 상실입니다. 요셉 수도 공동체의 경우가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고립된 섬이 아니라 세상에 활짝 열려 있는 세상의 중심이 되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요셉 수도공동체입니다. 오늘 복음은 참으로 믿는 이들의 신원을 잘 밝혀주고 있습니다.
누구도 등불을 켜놓고 그것을 가리지 않습니다. 우리 그리스도교의 신앙은 세상을 위한 빛이기에 감추어져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메시지는 비밀로 간직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알려져 공유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 예수님과 그분의 복음에 대한 지식은 우리만이 간직해야할 사적인 것이 아닙니다.
‘거룩한 가톨릭 신자’는 모든 계명을 지키고, 자주 미사에 참석하고 은총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을 발산하고, 다른 사람과 관대하게 나누며, 자신처럼 다른 사람도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경험을 하는데 관심을 갖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내면이 아무리 좋더라도 우리는 어떻든 실패한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그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도가, 복음 선포자가,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나누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은 우리 자신이 받는 것과 같으며,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받습니다. 있는 자에게는 더 주어질 것이요, 없는 자에게는 있는 것 마져 빼앗길 것입니다. 영성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역설의 진리가 나누면 나눌수록 부요해지는 삶, 부익부 빈익빈의 진리입니다.
바로 주인의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땅에 묻은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 바로 그 좋은 예입니다. 그는 있는 것 까지 빼앗겼지만 투자한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돌려 받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우리는 ‘받는 것’(by getting)이 아니라, ‘주는 것’(by giving)으로 이득을 얻습니다. 우리는 줄 때만 얻을 수 있고, 모든 이가 줄 때 모든 이가 얻습니다. 바로 이런 이들이 참된 그리스도인입니다. 그 탁월한 사랑의 실천으로 세상의 빛이, 세상의 소금이 된 존재요 공동체입니다.
이래야 세상에 속화되지 않고 세상을 성화하는 개인이나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다른 네 속담이 궁극으로 주는 하나의 가르침이자 깨우침입니다. 얼마나 중요한 내용인지 주님은 “누구든지 들을 귀가 있거든 들어라, 너희는 새겨 들어라.” 강조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진리를 며칠전의 공동체 형제들의 환대를 통해 체험했습니다. 인간적 법인 단식이나 침묵 수행의 우위에 있는 하느님 법인 환대의 사랑입니다. 바로 이웃을 통해 주님을 환대하기 때문입니다. 수도공동체의 정주영성과 함께 가는 환대영성입니다. 환대의 사랑이 수도원이 섬이 아닌 세상에 열려 있는, 세상의 중심이 되게 합니다.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는 속담처럼 환대의 사랑, 환대의 빛, 환대의 향기는 등불처럼 세상을 밝히고 숨겨져 있는 듯 하지만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얼마전 다섯분의 타 수도원 형제들이 요셉수도원에 머무르는 동안, 몇 수도형제는 서울 관광에 최선을 다해 환대의 사랑을 실천했고 피곤한 기색은 커녕 활력이 넘치는 모습에서 주는 것보다 받는 축복이, 하느님 주시는 환대의 축복이 대단함을 깨달았습니다. 옆에서 바라보면서 환대에 소홀했던 자신이 내심 많이 미안했었는데, 4박후 떠날 때, 4시 새벽 산책후 주님 은총으로 떠나는 다섯 형제들의 차를 발견하고 즉시 달려가니 이미 이들을 환대했던 우리 세 수도형제가 전송차 나와 있었습니다.
떠나기 직전 급히 도착하여 떠나기 직전 차에 탄 다섯 형제들과 악수를 나누고 작별인사를 하니 말그대로 ‘구원의 마지막 열차’를 탄 듯 마음이 마냥 홀가분하며 자유로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떠나는 모습 보지 못했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입니다. 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했고, 하루종일 가벼운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새삼 환대의 사랑 실천에 오늘 복음의 진리가 압축 요약되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오늘 히브리서는 충실한 신앙생활의 원리를 가르쳐 줍니다. 실제적인 지침 5가지를 소개합니다. 세상의 빛이자, 세상의 소금과 같은 삶을 지향하는 교회공동체에 속한 모든 형제자매들이 준수해야 할 가르침입니다.
1.진실한 마음과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께 나아갑시다.
2.우리가 고백하는 희망을 굳게 간직합시다. 약속해 주신 분은 성실하신 분이십니다.
3.서로 자극을 주어 사랑과 선행을 하도록 주의를 기울입시다.
4.우리의 모임을 소홀히 하지 맙시다.
5.서로를 격려합시다. ‘오늘이 그날’인 것처럼 더욱더 이렇게 합시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하느님의 집을 다스리시는 위대한 대사제이자 새롭고도 살아 있는 길을 열어주신 주님께서 우리 모두 세상의 빛, 세상의 소금으로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누가 주님의 산에 오를 수 있으랴?
누가 그 거룩한 곳에 설 수 있으랴?
손이 깨끗하고 마음이 결백한 이,
헛된 것에 정신을 팔지 않는 이라네.”(시편24,3-4ㄱ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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