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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연신부님의 글

~ 연중 제 3주간 토요일 / 조명연 신부님 ~

2025년 2월 1일 연중 제3주간 토요일




2019년, 호주 전역에 대형 산불이 났습니다. 산불이 나자마자 어떤 사람이 100만 호주달러(약 8억 5천만 원)를 구호 기금으로 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로 사람들은 이 기부자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칭찬을 받았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그는 가차 없이 엄청난 뭇매를 맞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기부자의 이름 때문입니다. 그가 바로 아마존 CEO로 최고 부자인 제프 베조스이었거든요. 그가 기부한 돈은 그가 5분마다 버는 금액이라고 합니다. 일반 사람에게는 분명 적지 않은 돈이지만, 그가 버는 돈에 비할 때 너무나 성의 없는 기부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제프 베조스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이 정도면 충분하다면서 봉헌하는 모습, 자기 어려움이 더 크다면서 누릴 것 다 누리고 나서 봉헌하겠다는 모습, 세상을 도울 힘이 있음에도 상관없다는 듯 외면하는 모습 등등….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은 주님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는 주님께 많은 것을 받고 있습니다. 주님의 사랑과 은총이 우리 삶 안에서 계속 주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기보다는 당연히 누려야 할 것으로만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사하지도 못하고, 주님의 계명인 사랑 실천에 늘 소극적인 것입니다. 혹시 사랑을 입으로만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과 제자들이 호수 건너편으로 배를 타고 건너고 계셨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지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거센 돌풍이 일어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자들의 행동은 무엇이었을까요? 예수님을 깨우면서 말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마르 4,38)


예수님께서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기적을 떠올렸다면 그래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렇게 불안에 떨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겁을 내고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이 상황에서 제자들의 노력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예수님께 무엇이든 다 해 달라는 식입니다. 제자 중에는 어부 출신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탓만 하는 제자들이었던 것입니다.


할 수 있음에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믿음에 우리의 노력을 더 해서 주님의 일을 이 세상에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어렵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감히 시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세네카).


사진설명: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