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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연중 제 4주간 토요일 / 오상선 신부님 ~

2월 8일 (녹) 연중 제4주간 토요일


제1독서
<위대한 목자를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끌어올리신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온갖 좋은 것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13,15-17.20-21
형제 여러분,
15 예수님을 통하여 언제나 하느님께 찬양 제물을 바칩시다.
그것은 그분의 이름을 찬미하는 입술의 열매입니다.
16 선행과 나눔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이러한 것들이 하느님 마음에 드는 제물입니다.
17 지도자들의 말을 따르고 그들에게 복종하십시오.
그들은 하느님께 셈을 해 드려야 하는 이들로서
여러분의 영혼을 돌보아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탄식하는 일 없이
기쁘게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들의 탄식은 여러분에게 손해가 됩니다.
20 영원한 계약의 피로, 양들의 위대한 목자이신 우리 주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끌어올리신 평화의 하느님께서
21 여러분에게 온갖 좋은 것을 마련해 주시어
여러분이 당신의 뜻을 이루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그분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 마음에 드는 것을 우리에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예수 그리스도께 영광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30-34
그때에 30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31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32 그래서 그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
33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
34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라반의  말씀사랑 


예수님께서는 막 선교 여행에서 돌아온 사도들의 피로와 흥분을 헤아리시고 쉼과 성찰의 시공간으로 보내십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이 '외딴곳'은 기도하는 곳이고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이 읽혀집니다. 평가와 지적이 아니라, 수고에 대한 치하와 휴식을 통한 배려가 예수님의 제자들에 대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 배려는 선교사의 삶에서 사람을 섬기는 활동과 기도를 위한 고요와 잠심이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체험하게 해주시는 것입니다. 활동과 관상의 조화는 하늘 나라의 일꾼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입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잠시 현장을 떠나 영육의 원기를 회복하려는 예수님 일행을 쫒아 군중이 달립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마르 6,33)

그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많은 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헉헉대며 뜁니다. 뜀박질은 어린 시절에나 하던 놀이였을 법한데 나이도 체면도 내려놓고 그저 달립니다. 일행이 탄 배를 놓칠세라 절절한 눈빛으로 좇으며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마음에는 희망과 바람이 가득합니다. 그들은 가르침과 치유, 위로가 절실했습니다. 그 염원이 얼마나 강했던지 그들은 배를 타고 떠났던 예수님 일행보다 먼저 도착합니다. 군중들의 이러한 절실함에서 모든 것을 이미 누리고 살면서 절실하지 않은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니 부끄럽습니다.

예수님은 "가엾은 마음이 드셨습니다."(마르 6,34) "목자 없는 양들 같은" 그 모습에 예수님께서는 마음을 바꾸십니다. 제자들의 쉼과 회복을 위한 계획을 잠시 미루시고,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신 겁니다.

이렇게 오늘 군중들처럼, "함께" 간절히 바라고 행동하고 청할 때 주님께서는 마음을 돌리십니다. 그 진정성, 그 간절함이 주님 마음에 가 닿았기 때문이지요. 멀리 배 위에서 그들의 달리기를 보셨기에, 그 마음의 긴박함과 심장의 요동을 들으셨기에 짠~한 마음이 드셨을 겁니다. 그분 곁의 제자들은 스승의 인기와 명예에 짐짓 우쭐했을지 몰라도, 예수님은 그저 짠~한 마음으로 그들을 마주하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그 짠~한 마음을 '연민' 혹은 '측은지심'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달립니다. 세속의 것을 얻기 위해서도 달리고 하느님의 것을 얻기 위해서도 달립니다. 각자 목표는 다를망정 목표를 향해 내쳐달리는 건 비슷합니다. 믿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온갖 좋은 것"입니다. 저마다의 삶과 지향, 은사에 따라 "좋은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만,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시는 "온갖 좋은 것"의 목적은 단 하나,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저자는 말합니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온갖 좋은 것을 마련해 주시어 여러분이 당신의 뜻을 이루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히브 13,20-21) 달려 온 군중은 예수님에게서 "좋은 것"을 얻었을 것이고 잘 간직했다가 제 때에 하느님의 뜻, 그분 영광을 위해 합당히 내놓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의 영혼을 향해 달려오고 계십니다. 이 달리기가 먼저입니다. 우리 갈망이 그분을 향해 치닫기 전에, 이미 그분께서 우리를 향해 달리기를 시작하셨던 겁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향해 달려온 군중의 절실함에 마음을 바꾸셨듯이, 우리도 우리를 향해 달려오신 하느님의 절실함에 마음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직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맡기신 사도직을 수행하느라 힘드셨지요? 성과가 좋든 그렇지 않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이고 열매는 하느님의 몫이니까요. 주님께서는 수고하고 돌아온 벗님들에게 "애썼다.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고 하십니다. 그냥 잠이나 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영육간의 휴식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또다른 더큰 파견을 준비하라는 뜻일 겁니다.

오늘 예수님의 파견을 받아 복음선포의 사도직을 수행하고 돌아온 제자들이 휴식의 시간을 가진 후 하게 된 일은 바로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에 봉사하는 일이었습니다.(마르 6,35-44) 예수님과 함께하는 우리의 사도직 안에서 우리는 우리보다 훨씬 말씀에 주리고 영적인 빵에 주린 절실한 영혼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들로부터 우리는 배웁니다. 하늘 나라는 청하고 찾고 두드리는 이들에게 활짝 열린 실재(마태 7,7 참조)라는 것을...

주님 안에서 잘 쉬시고 주님과 함께 열심히 일하는 하늘 나라의 참 일꾼되시길 축원합니다. 아멘.


▶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