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녹) 연중 제5주일
제1독서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6,1-2ㄱ.3-8 우찌야 임금이 죽던 해에, 나는 높이 솟아오른 어좌에 앉아 계시는 주님을 뵈었는데, 그분의 옷자락이 성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2 그분 위로는 사랍들이 있는데, 저마다 날개를 여섯씩 가지고 있었다. 3 그리고 그들은 서로 주고받으며 외쳤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님! 온 땅에 그분의 영광이 가득하다.” 4 그 외치는 소리에 문지방 바닥이 뒤흔들리고 성전은 연기로 가득 찼다. 5 나는 말하였다. “큰일 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 6 그러자 사랍들 가운데 하나가 제단에서 타는 숯을 부집게로 집어 손에 들고 나에게 날아와, 7 그것을 내 입에 대고 말하였다. “자, 이것이 너의 입술에 닿았으니 너의 죄는 없어지고 너의 죄악은 사라졌다.” 8 그때에 나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소리를 들었다.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가리오?” 내가 아뢰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우리 모두 이렇게 선포하고 있으며 여러분도 이렇게 믿게 되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 말씀입니다.15,1-11 1 형제 여러분, 내가 이미 전한 복음을 여러분에게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이 복음을 받아들여 그 안에 굳건히 서 있습니다. 2 내가 여러분에게 전한 이 복음 말씀을 굳게 지킨다면, 또 여러분이 헛되이 믿게 된 것이 아니라면, 여러분은 이 복음으로 구원을 받습니다. 3 나도 전해 받았고 여러분에게 무엇보다 먼저 전해 준 복음은 이렇습니다. 곧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4 묻히셨으며,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나시어, 5 케파에게, 또 이어서 열두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 6 그다음에는 한 번에 오백 명이 넘는 형제들에게 나타나셨는데, 그 가운데 더러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7 그다음에는 야고보에게, 또 이어서 다른 모든 사도에게 나타나셨습니다. 8 맨 마지막으로는 칠삭둥이 같은 나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 9 사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로서,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몸입니다. 하느님의 교회를 박해하였기 때문입니다. 10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은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있는 하느님의 은총이 한 것입니다. 11 그리하여 나나 그들이나, 우리 모두 이렇게 선포하고 있으며 여러분도 이렇게 믿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1-11 1 예수님께서 겐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시고, 군중은 그분께 몰려들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 때였다. 2 그분께서는 호숫가에 대어 놓은 배 두 척을 보셨다. 어부들은 거기에서 내려 그물을 씻고 있었다. 3 예수님께서는 그 두 배 가운데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그에게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 달라고 부탁하신 다음, 그 배에 앉으시어 군중을 가르치셨다. 4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5 시몬이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6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7 그래서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고 하였다. 동료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8 시몬 베드로가 그것을 보고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하였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9 사실 베드로도,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자기들이 잡은 그 많은 고기를 보고 몹시 놀랐던 것이다. 10 시몬의 동업자인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그러하였다.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11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알라반의 말씀사랑 부르심을 받는 이에게 필요한 조건 중 아주 중요한 덕목은 바로 올바른 '자기인식'입니다. 부르심을 받고 하느님을 체험하거나 하느님의 놀라운 손길을 체험하게 되면 나오는 첫번째 반응은 자신이 부당한 죄인이라는 깨달음입니다. 앞서 우리는 더러운 영들이 돼지떼 속으로 들어가 물에 빠져죽은 놀라운 일을 목도한 게라사인들에게서도 본 바가 있습니다. 그들도 "저희에게서 떠나달라."고 하였었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보여주신 놀라운 기적 앞에 베드로도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 베드로가 정말로 주님께 떠나달라고 한 걸까요? 진심으로 그랬다기보다 그만큼 죄와 흠 투성이인 자기 모습이 주님께 누가 될만큼 어울리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에 나온 말이겠지요. "큰일 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 ...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이사 6,5) 환시로 주님을 뵈온 이사야 예언자의 탄식입니다. 엄위와 영광이 가득한 성전 어좌 앞에서 그는 먼저 자기의 죄와 비천함을 떠올리며 당황하지요. "사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로서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몸입니다. "(1코린 15,9) 바오로 사도 역시 자신의 소명을 이야기하면서 자기의 자격없음을 솔직히 토로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어떤 성소나 직분, 소명에로 부르실 때 그 앞에서 자신의 부족함과 부당함을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느님의 현존 앞에 서게 되면 이렇게 인간은 누구나 한없이 보잘것없는 자신을 보게 되고, 죄인임과 부당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놀라지 마십시오.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이런 부당함의 고백이 합당함으로 변하게 된다는 엄청난 사실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 부당함을 진솔하게 고백하기 때문에 우리를 합당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십니다. 그래서 이사야를 대예언자로, 사울을 바오로 사도로, 베드로를 고기잡는 어부에서 사람낚는 참어부로 만드십니다. 이사야는 제단에서 타는 숯을 입에 대어 준 사랍에 의해 "너의 죄는 없어지고 너의 죄악은 사라졌다."(이사 6,7)는 정화의 선언을 받고 새로운 존재로 변모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복음으로 구원을 받는다."(1코린 15,2)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구원에 대해 "하느님의 은총"(1코린 15,10)이 하신 업적임을 반복해 강조하지요.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말로써 지금의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은총으로 새롭게 되었음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기적 앞에서 몹시 놀라며 두려움에 사로잡혀 엎드린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새 존재가 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루카 5,10) 이렇게 구약 예언자인 이사야에게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사랍을 통해, 베드로는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을 통해, 예수님 사후에 등장한 바오로 사도에게는 은총을 통해 부르심에 합당한 이로 변모됩니다. 사실 인간 중 어느 누가 스스로 주님께 합당하다고 자신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요한 사도는 "만일 우리가 죄 없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속이는 것이고 우리 안에는 진리가 없는 것입니다."(1요한 1,8)라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상에서 귀양살이 하며 순례여정을 걷고 있는 우리를 당신의 협력자로 부르십니다. 죄인인 우리가 그에 합당한 존재로 살기 위해서는 나날이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되겠지요. 그래서 교회는 성사를 통해 정화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제도가 위임한 사죄권을 통해 감사하게도 나약한 죄인인 우리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고 은총으로 변모되기를 기다려 줍니다. 우리를 정화시키는 또 다른 힘이 있습니다. 바로 '말씀'입니다. 사랍이 부집게로 집어온 "타는 숯"은 그 자체로 이글이글 타는 불덩이로서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고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과 생각과 속셈을 가려내는"(히브 4,12)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몸의 다른 부위가 아니라 바로 입에 대었다는 것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소명을 위해 먼저 입을 정화함으로써 준비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뜨거운 불길이 입에 닿음으로써 예언자는 말씀과 입맞춤한 것입니다. 또 '불과 같은 사랑'(아가 8,6-7 참조)과도 입맞춤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주님께서는 말씀과 성사를 통해 나날이 우리를 새롭게 해 주십니다. 부르시는 분도, 부르심에 응답할 자격을 갖춰 주시는 분도 주님이시니, 죄인인 우리가 감히 그분 곁에 머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능력과 자질 부족, 우리의 죄와 허물 때문에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치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자기가 합당하다고 믿어달라 호소한다면 그 사람은 부당한 사람입니다. 자기가 부당함을 깊이 아는 사람만이 겸손하게 백성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이고 하느님께서 그를 합당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실 겁니다. 바로 벗님이 그 사람이십니다. 그래서 벗님을 축복합니다. 부디 내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주님께서 던지라고 하는 곳에 그물을 던지는 베드로처럼,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예'함으로써 많은 영혼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사람낚는 어부'가 되십시오. 그분이 누구를 보낼까 고민하실 때, 손들고 "저요?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하고 이사야처럼 말하시는 여러분 되시길 축원합니다. 아멘. ▶ 작은형제회 오 바오로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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