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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 이수철 신부님 ~

성 치릴로 수도지와 성 메토디오 주교 기념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어느 자리에서나 최선을 다하는 삶

“예수님과 성인들”

 

 

 

오늘 옛 현자들의 가르침이 평생 배움의 자세로 살아갈 용기를 줍니다. 참으로 예수님의 제자다운 삶이요 성인들이 그러했습니다.

 

 

 

“배움은 입에서 입으로가 아니라 삶에서 삶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다산>

파스카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가 그러합니다. 우리의 일상의 삶 모두를 포괄하는 말씀입니다.

“배우기를 널리 하고, 뜻을 돈독히 하며,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것부터 생각한다면 인(仁)은 그 가운데 있다.”<논어>

매사 겸손히, 부지런히, 절실히 배움의 자세로 살아갈 때 공자 말씀대로 주님의 제자다운 어진 인(仁)의 사람이겠습니다.

 

 

 

바로 오늘 기념하는 두 형제 성인들의 삶이 이러했습니다. 오늘은 ‘슬라브 민족의 사도’라 불리는 그리스 테살로니카 출신의 9세기 성 치릴로 수도자와 성 메테디오 주교 기념일입니다. 12세 연하의 동생인 성 치릴로는 42세로, 형 메테데오 주교는 70세까지 장수했습니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형제 성인들이었고 매사, 매순간 최선을 다한 순교적 삶이었습니다. 두분 형제 성인의 생애 마지막 부분만 소개합니다.

 

 

 

‘성 치릴로는 그 동안의 선교 활동과 반대자들과의 투쟁에 힘이 쇠진해 로마에 있는 한 수도원에 은퇴하여 수도 서원을 발한 후, 50일 만에 869년 2월14일 오늘 42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성인은 세상을 떠나기전 손을 쳐들고 눈물을 흘리며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우리를 보이지 않는 원수의 이빨에 먹이로 넘겨주지 않으신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당신은 원수들의 덫을 끊으시고 그 멸망의 수중에서 우리를 구하셨습니다.”

 

 

 

교황은 로마에 살고 있는 모든 그리스인들과 로마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들고 그분의 장례를 마치 교황 자신의 장례처럼 성대하게 지내도록 명했고, 치릴로는 로마 성 클레멘스 성당에 안장됩니다.

 

 

 

반면 형인 성 메테디오의 경우, 독일교회와 성인간의 투쟁은 그의 일생을 두고 계속됩니다. 그 투쟁은 그가 건강 악화로 인해 885년 4월6일 파스카 성목요일에 체코슬로바키아의 벨레라트 자신의 주교좌 성당에서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으니, 참으로 고난으로 점철된 힘든 생애를 산 성인입니다.

 

 

 

슬라브 민족의 사도로 불리는 두 성인 형제는 모라비아, 보헤미나, 불가리아를 복음화했고, 동유럽교회와 그리스 정교회에서 큰 공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1999년 10월 1일,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1.성치릴로, 2.성 메테디오와 함께 3.성 베네딕도, 4.스웨덴의 성녀 브리짓타, 5.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6.십자가의 데레사 베네딕타(에디트 슈타인)등 모두 여섯 성인들을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습니다.

 

 

 

윗 두 형제 성인과 매사, 매순간 충실했던 복음의 예수님을 묵상하던중 문득 떠오른 오래전 “제비꽃”이란 시가 생각났습니다.

 

 

 

“자리 탓하지 않는다

그 어디든

뿌리내리면

거기가 자리다

하늘만 볼 수 있으면 된다

 

 

 

회색빛 죽음의 벽돌들

그 좁은 틈바구니

집요히 뿌리내린

연보랏빛 제비꽃들!

 

 

 

눈물겹도록 고맙다

죽음보다 강한 생명이구나

절망은 없다”<2001.4.18.>

 

 

 

바로 예수님과 성인들의 삶이 그러했습니다. 어제에 이어 계속되는 예수님의 사랑의 치유 이적입니다. 예수님은 날마다 눈부시게 분주한 일상을 사셨습니다. 어제는 티로에서 시리아 페니키아 여자의 마귀들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셨고, 오늘은 티로를 떠나 시돈을 거쳐, 데카볼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시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주십니다.

 

 

 

온갖 정성을 다한후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 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하시니 곧바로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제대로 말하게 되니 참 통쾌한 장면입니다. “에파타!” “열려라!”는 “탈리타 쿰!” “일어나라!”는 말마디와 함께 제가 참 좋아하는 말마디입니다.

 

 

 

답답할 때 에파타! 하며 마음을 활짝 여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주님의 “에파타!” 미사은총이 우리의 귀를 열어주시고 입을 열어 주십니다. 모두가 순탄대로의 인생이 아닙니다. 오늘 창세기의 설화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지혜를 줍니다. 며칠전 말씀드렸다 시피 한계를 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지옥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여자를 유혹하던 간교한 피조물 뱀 역시 하느님의 창조물입니다. 하느님을, 뱀을 탓할 것이 아니라 유혹을 통과함으로 영적 성장과 성숙의 계기로 살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뱀과 대화후 여자는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의 열매를 따 먹었고, 이어 남편에게 주자 그도 먹어 둘다 눈이 열려 알몸인 것을 알게 되었고 주 하느님께서 나타나시자 동산 나무 사이에 두려워 숨습니다. 한계를 넘는 죄를 지어 순수를 잃어버리니 그 자리에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들어섭니다.

 

 

 

이제 둘은 한계를 넘어섬으로 수습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래서 교황님이 자주 강조하시는 바, 악마와 대화하지 말라는 것이니 십중팔구 악마의 유혹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대화중 변명, 핑계, 비난, 판단, 과장이 없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고, 아니다 싶으면 즉시 침묵하는 편이 지혜입니다.

 

 

 

이래서 ‘주님의 기도’중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해 달라’는 청원이 절실할 수 뿐이 없습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오늘 하루도 “에파타!” 열린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게 하시고, 악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