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4주간 화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행복하여라
“주님 ‘은총의 강’,
‘생명의 강’가에 뿌리 내린 영혼들!”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구원의 기쁨을 제게 돌려주소서.”(시편51,12.14)
오늘은 4월 첫날입니다. 날마다 읽어보는 옛 현자들의 말씀집, 4월 주제어는 거피취차(去皮取次)입니다. 노자도덕경 12장에 나오는 도덕경을 관통하는 주제어로 ‘이상에 취하지 말고 일상에 몰두하라’는 뜻입니다. 멀리 밖에서 답을 찾지 말고 하루하루 날마다 가까이 오늘 지금 여기 안에서 답을 찾으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자로 살라는 뜻입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이다(the more spiritual..., the more real)’라는, 또 ‘네 정도만큼의 세상이다(As you are, so is the world)’란 말마디와 일맥 상통합니다. 이어지는 4월1일, 오늘의 말씀입니다.
“사자는 갈기가 없더라도 사자다. 선비는 궁한 처지에도 비굴하지 않다.”<다산>
“부귀함도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빈천함도 이 뜻을 바꾸지 못하며, 위험도 이 뜻을 굽히지 못하니, 이래야 대장부라 할 수 있다.”
어느 처지에서든 의연하라는 말씀입니다. 진리이신 주님께 순종할 때, 늘 주님과 함께 할 때 이런 삶의 자세일 것입니다. 아주 예전 써놨던 ‘산과 강’이란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강은
흐르고 흘러도
여전히
산곁에 있다
나는
흐르고 흘러도
여전히
님곁에 있다”<1999.1.18.>
내가 주님을 떠났지 주님이 우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늘 함께 하시는 은총의 샘, 생명의 샘 주님입니다. 또 하나 주님과 일치의 기쁨을 노래한 ‘강’이란 요즘의 자작시도 생각납니다.
“강이
강에 가다니요
그냥 있으세요
당신은
늘 맑게 흐르는 강이에요”<2025.2.12.>
은총의 샘, 생명의 샘이신 주님과 일치할 때, 우리 또한 은총의 샘이, 생명의 샘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은총의 강, 생명의 강이신 주님과 일치할 때, 우리 또한 은총의 강, 생명의 강이 되어 살 수 있습니다. 주님을 만나야 할 자리는 오늘 지금 여기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 계신 주님이 바로 오늘 복음의 진짜 벳자타 못입니다. 그러니 생명의 샘, 벳자타 못을 멀리 밖에서 찾아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여기가 우리가 뿌리내려야 할 주님 은총의 강, 생명의 강가입니다. 요한 복음에는 다음 일곱가지 표징이 나옵니다.
1.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일(2,1-11)
2.왕실관리의 아들을 살리심(4,46-54)
3.양문 옆 못에서 불구자를 고치심(5,1-18)
4.5천명을 먹이심(6,1-15)
5.물위를 걸으시는 예수님(6,16-21)
6.태생 소경의 치유(9,1-41)
7.나자로의 부활(11,1-44)
바로 일곱 표징의 주님께서 시공을 초월하여 늘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이 복음입니다. 어제 두 번째 표징의 복음에 이어 오늘 복음은 세 번째 표징에 해당됩니다. 양문 옆 벳자타 못가에는 눈먼 이, 다리저는 이, 팔다리가 말라 비틀어진 이등 온갖 병자들이 치유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으니, 그대로 오늘의 비참한 인간 현실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이중에는 무려 38년 동안 앓는 사람이 있었고, 그가 주님을 만나자 즉각적인 치유가 일어납니다.
“건강해지고 싶으냐?...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
그러자 그 사람은 곧 건강하게 되어 자기 들것을 들고 걸어가니, 숙명의 사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부활의 삶이 펼쳐집니다. 그대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주님 주시는 건강 은총으로 지체없이 벌떡 일어나 내 ‘운명애(아모르 파티;Amor Fati)’를 발휘하여, 내 책임의, 운명의 들 것을 들고 당당히, 의연히 걸어가는 것입니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일어나지 않음이 죄임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넘어지면 즉시 일어나 다시 시작할 때 참 탄력 좋은 파스카의 삶입니다.
진짜 치유의 못, 생명의 샘, 베자타 못은 바로 늘 함께 계신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이어 주님이 다시 그를 만났을 때 주시는 조언은 그대로 사순시기를 지내는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자,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새삼 심신의 건강, 영육의 건강이 하나임을 깨닫습니다. 죄의 암세포가 영혼과 육신에 퍼지지 않도록 애당초 죄를 짓지 말것이며, 죄를 짓더라도 즉시 회개를 통해 용서를 받을 때 비로소 영육의 치유에 건강이겠습니다. 죄가 많으니 병도 많은 세상, 영육의 건강에 회개가 우선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제1독서 에제키엘 내용도 참 신선하고 은혜롭습니다. 성전에서 솟아 흐르는 물이 강을 이루니 그대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바로 죽음의 세상 바다를 살리는 주님 은총의 강, 생명의 강 미사은총입니다. 주님은 은총의 샘이자 은총의 강이요, 생명의 샘이자 생명의 강입니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이 강가 이쪽저쪽에서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을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
주님 은총의 강가에, 생명의 강가에 뿌리 내려 풍부한 덕의 열매들을 내는 영혼들은 행복합니다. 그대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또 우리 모두 주님과 하나 되어 세상을 살리는 주님 은총의 샘, 은총의 강으로, 주님 생명의 샘, 생명의 강으로 세상에 파견되니 이 또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인도하시네.”(시편23,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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