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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사순 제 5주일 / 키엣 대주교님 ~

용서와 사랑에는 조건이 없어야 합니다 (사순 제 5 주일)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8,1-11

그때에 1 예수님께서는 올리브 산으로 가셨다.

2 이른 아침에 예수님께서 다시 성전에 가시니 온 백성이 그분께 모여들었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앉으셔서 그들을 가르치셨다. 3 그때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에 세워 놓고, 4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5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6 그들은 예수님을 시험하여 고소할 구실을 만들려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다. 7 그들이 줄곧 물어 대자 예수님께서 몸을 일으키시어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8 그리고 다시 몸을 굽히시어 땅에 무엇인가 쓰셨다. 9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 마침내 예수님만 남으시고 여자는 가운데에 그대로 서 있었다. 

10 예수님께서 몸을 일으키시고 그 여자에게,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하고 물으셨다. 11 그 여자가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주님의 사랑을 더욱 깊이 느끼는 사순절입니다.

지난 주에는 인자한 아버지의 넘치는 사랑을 보여주셨고 오늘은 관대한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 그들은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 간음한 여인에 대해 질문하였습니다. 만일 그 여자를 용서한다면 율법에 어긋날 것이고, 심판을 한다면 당신의 가르침인 자비와 사랑에 대한 모순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신 채 땅에 글을 쓰셨습니다. 예수님은 침묵으로서 그들의 태도에 대한 반대를 표하고 동시에 군중의 마음을 움직일 시간적 여유를 갖고자 하셨습니다. 바르지 않은 질문이기에 답을 하지 않으셨고,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기 위해 즉답을 피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몸을 굽히심으로써 여인이 수치스러움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영혼을 들여다보도록 하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들이 답변을 재촉하자 비로소 고개를 드시고 답하신 말씀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군중들은 나 대신 예수님께서 그 여인을 심판해 주기를 바랬으나 바로 자신들이 심판관이 되었습니다. 자신들이 죄인이라고 단정한 그 사람에게 던지려던 돌이 오히려 자신들의 양심에 돌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죄인임을 인식하고 어리석음을 깨닫게 되자 도망쳐버렸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예수님이 되기를 바랬지만 오히려 죄인의 목숨을 살리는 심판관이 되신 예수님으로 인해 여인뿐 아니라 그들 또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온화한 얼굴과 관대한 말로 그 여인에게 판결을 내리셨습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예수님의 판결은, 잔인하고 독단적인 것이 아니라 온화하며 인자한 판결입니다. 비난이 아니라 포용이며, 사려 깊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자비의 판결입니다.

예수님의 판결은, 죄 지은 사람에게 치욕이 아니라 스스로 부끄러움을 깨닫게 함으로써 인성을 회복시켜 주는 판결입니다. 과거가 아니라 밝은 미래를 열어 주시는 판결입니다.

수 없이 많은 용서에도 또 다시 죄를 짓는 인간의 속성을 아시지만 다시금 그 여인을 의심하지 않고 용서하셨습니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우리는 흔히 용서를 하며 조건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용서와 사랑에는 조건이 없어야 합니다.

사람의 고귀함과 중요함을 판단하는 근거는 그 사람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여야 합니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것을 더 소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용서는 사람들이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믿음과 사랑 안으로 들어가게 하여 주십니다. 오늘 주님의 용서를 통하여 무한한 주님의 자비를 깨닫습니다.

인자하신 주님, 주님의 무한한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아멘.

 

 

함께 생각해 봅시다

 

1. 삶 속에서 주님의 용서와 자비를 느끼고 있습니까?

2.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판단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심판하고 있습니까?

3. 다른 사람을 용서할 때 그에 대한 신뢰가 근간이 되고 있는 지, 무엇 때문에 용서를 했는지 돌아보십시오.

 

<사진 설명>

1세기 동안 신앙을 지켜 온 안톤 공소

이 곳은 1917년경부터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시작한 곳이었다. 1947년 교회가 세워졌지만 1954년부터 1995년까지 41년 동안 종교 활동이 금지되어 일년에 한번 성탄절 미사만 거행되었다. 그 후 태풍에 쓰러지고 낙뢰를 맞아 교회가 쓰러지는 등 수 많은 고난에도 아직까지 20여세대 80여명의 신자들은 변함없이 미사를 드리고 신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