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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글

~ 사순 제 5주일 / 상지종 신부님 ~

사순 제5주일.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이른 아침 하느님의 집에 가기 전에>

 

 

 

생명의 빛이

다시 붉게 떠오르는

이른 아침에

 

모든 것을 있게 하시고

숨을 불어 살게 하시는

하느님의 집에

 

밤을 보낸

사람들이 모였다네

 

밤새 올리브 산에서

하느님의 기운

깊이 들이마신

살림의 사람이 있다네

 

그 사람 곁에서

그 사람처럼 되고자

정갈하게 마음 모은

살림의 사람들도

설렘으로 함께 한다네

 

스스로 의로운 사람들에게

포획당하여

참혹한 죽음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밤새 이미 죽은 듯 시들어가는

죄를 벗고픈 죄지은 사람이

질질 끌려왔다네

 

빛나는 생명의 아침을 향한

죽음 같이 고요한 밤사이

다시 올 생명을 거부하고

죄인과 더불어

살림의 사람에게마저 덧씌울

죽음의 올가미 획책하던

스스로 아쉬움 없는 사람들이

득의양양하게 밀려왔다네

 

그렇게

이른 아침 성전에는

함께 할 수 없는 살림과 죽임이

어설프게 공존했다네

 

생명의 빛이

다시 붉게 떠오르는

이른 아침이 오기 전

 

밤사이에

누군가는 생명을 품고

누군가는 죽임을 도모했다네

 

나는

새벽을 맞이하기 전에

무엇을 하는가

 

모든 것을 있게 하시고

숨을 불어 살게 하시는

하느님의 집에 가기 전에

 

홀로 아니면 여럿이서

누군가는 살리기 위해 하느님과 호흡하고

누군가는 죽이기 위해 하느님을 밀쳐냈다네

 

나는

하느님의 집에 가기 전에

무엇을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