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5주간 토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공동체 일치의 중심
“파스카의 그리스도 예수님”
"목자가 양떼를 돌보듯,
주님은 우리를 지켜 주시리라."(예레31,10ㄹ)
오늘 화답송 후렴이 위로와 힘이 됩니다. 요즘 시국을 보며 떠오르는, “모사謀事는 재인在人이요,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다”라는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의 말마디입니다.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지만 일을 완성하는 것은 하느님께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성급하거나 조급해하지 말고 원대한 시야를 지니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참으로 최선의 노력으로 응답해 갈 때 하느님은 당신의 선한 뜻대로 일을 완성해 간다는 것입니다.
새삼 역사의 하느님은 일치의 중심이요 당신 중심으로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서서히 분열에서 일치에로 이끄신다는 확신입니다. 오늘 옛 현자의 말씀도 우리에게 좋은 깨우침이 됩니다.
“근본이 서면 사람이 모이고, 말단을 추구하면 사람은 흩어진다. 사람을 모으면 세상을 얻는다.”<다산>
“덕은 근본이고 재물은 말단이다.”<대학>
하느님 중심의 삶을 궁극의 목표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일치의 중심인 하느님을 추구할 때 모든 것은 잘 이루어질 것입니다. 제 행복기도중 자주 인용하는 다음 사랑의 고백도 더욱 일치의 중심인 하느님을 향하게 합니다.
“하느님, 당신은 저의 전부이옵니다.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희망,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요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당신과 함께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하느님 하시는 일이 일치로 모으는 것이라면 사람이 하는 일은 분열로 흩어버리는 것같습니다. 아주 예전 초등학교 4학년 이승만 대통령 시절 선거운동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표어도 생각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 죄짓는 일이라면 하느님이 하시는 일은 용서하는 일입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도 있는데 하느님 없는 사람들만의 세상사는 분열과 부패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사순시기 막바지요 내일은 성지주일로 대망의 성주간의 시작입니다. 6월3일 대선을 앞둔 시국의 흐름도 거룩한 전례시기와 맞물려 하느님께서도 은혜로이 섭리해 주시리라는 예감이 듭니다. 오늘 제1독서 에제키엘서의 주제는 “남북왕국의 통일”에 대한 예언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한반도 남북의 통일에 대한 예언처럼 생각되기도 듭니다. 후반부 예언 말씀은 오늘 우리 모두를 두고 하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나는 그들에게 복을 내리고 그들을 불어나게 하며, 나의 성전을 영원히 그들 가운데에 두겠다. 이렇게 나의 거처가 그들 사이에 있으면서,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바로 에제키엘의 예언은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파스카의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실현됨을 오늘 복음은 보여줍니다. 오늘 복음의 상황이 참 역설적입니다. 라자로의 부활이 예수님의 죽음에 이르게 하니 말입니다.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을 감지합니다.
오늘 복음은 “최고의회가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의”하는 장면입니다. 대사제 카야파가 전하는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예언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본인도 모르는 중에 제대로 예언을 한 셈입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온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
더 자세히 풀이하면, 예수님께서 이 민족만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인류를, 하느님의 자녀들을 하나로 모으시려고 돌아가시리라는 참으로 하느님의 은혜로운 구원 섭리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거룩한 죽음을 앞둔 예수님이요, 파스카 축제를 앞두고 예루살렘에 도착한 이들은 성전 안에 모여 서로 이구동성, 궁극의 관심사를 말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 예수가 축제를 지내러 오지 않겠소.”
이어 내일 성지주일, 우리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합니다. 바야흐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이 이뤄질 예루살렘입니다. 잘 죽었는지, 잘 떠났는지는 결과를 보면 압니다. 일치와 평화를 선물로 남기고 떠난 축제와 같은 향기로운 선종의 죽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분열과 불화라는 아픈 상처를 남기고 떠난 재앙같은 죽음도 있습니다.
바로 전자의 대표적 예는 예수님이자 성인들이요, 후자의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도 비일비재 목격합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면서 인류 공동체의 일치와 평화를 위해 남기신 최고의 선물이 바로 이 거룩한 미사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통해 초월과 내재의 주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사시고, 우리 모두 당신을 중심으로 공동체의 일치와 평화를 굳건히 해주십니다.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하나로 모으시려고 그리스도 죽음에 넘겨지셨네.”(요한11,52)
위 영성체송에 꼭 한마디 제 고백을 첨가하고 싶습니다.
“오, 하느님의 가이없는 사랑이여!”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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