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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부활 제 5주일 / 조재형 신부님 ~



제1독서
<하느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해 주신 모든 일을 교회에 보고하였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14,21ㄴ-27
그 무렵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21 리스트라와 이코니온으로 갔다가
이어서 안티오키아로 돌아갔다.
22 그들은 제자들의 마음에 힘을 북돋아 주고 계속 믿음에 충실하라고 격려하면서,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23 그리고 교회마다 제자들을 위하여 원로들을 임명하고,
단식하며 기도한 뒤에, 그들이 믿게 된 주님께 그들을 의탁하였다.
24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피시디아를 가로질러 팜필리아에 다다라,
25 페르게에서 말씀을 전하고서 아탈리아로 내려갔다.
26 거기에서 배를 타고 안티오키아로 갔다.
바로 그곳에서 그들은 선교 활동을 위하여 하느님의 은총에 맡겨졌었는데,
이제 그들이 그 일을 완수한 것이다.
27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교회 신자들을 불러,
하느님께서 자기들과 함께 해 주신 모든 일과
또 다른 민족들에게 믿음의 문을 열어 주신 것을 보고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21,1-5ㄴ
나 요한은 1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첫 번째 하늘과 첫 번째 땅은 사라지고 바다도 더 이상 없었습니다.
2 그리고 거룩한 도성 새 예루살렘이 신랑을 위하여 단장한 신부처럼 차리고
하늘로부터 하느님에게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3 그때에 나는 어좌에서 울려오는 큰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보라, 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과 함께 거처하시고 그들은 하느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느님 친히 그들의 하느님으로서 그들과 함께 계시고
4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5 그리고 어좌에 앉아 계신 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보라, 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3,31-33ㄱ.34-35
방에서 31 유다가 나간 뒤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도 영광스럽게 되셨다.
32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셨으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이제 곧 그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33 얘들아, 내가 너희와 함께 있는 것도 잠시뿐이다.
34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35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주께서 집을 아니 지어 주시면 집 짓는 자들의 수고가 헛되리로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집 축성하면 읽는 시편의 기도입니다지금 이렇게 좋은 집을 축성하는 것은 본인들의 수고와 땀도 있었지만하느님께서 함께하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하느님께서 원하시지 않으면 이렇게 좋은 집도 허물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기에 좋은 집을 축성 받을 때는 겸손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뜻입니다그러기에 좋은 집을 축복 받았으니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인간의 의지와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우리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일이 잘 안 풀렸습니다.” 계획하고광고하고주변을 움직이고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는데 그 순간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져 모든 준비가 물거품이 되는 일저도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작년 가을황창연 신부님의 강연을 부활 제2주일인 4월 26일로 계획했습니다지역 신문에 광고를 내고포스터를 만들고상점에 붙이고다른 본당에도 돌렸습니다기대가 컸고분위기도 무르익고 있었습니다그런데 강연 4일 전갑작스럽게 신부님의 모친께서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강연은 취소되었고준비는 중단되었습니다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저는 곧 시편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주께서 집을 아니 지어 주시면집 짓는 자들의 수고가 헛되리로다.” 이 말씀이 머리를 지나 가슴으로 내려왔습니다인간의 뜻과 계획이 아무리 완벽해도하느님의 뜻이 함께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동시에우리가 계획한 일이 무너졌다고 해서 그 시간이 모두 헛된 것은 아니라는 진리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부활 시기는 생명의 회복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간입니다그런데 이 부활의 길은 단순히 살아났다라는 기쁨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오히려 부활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는 너의 인생을 하느님과 함께 지어가고 있는가?” 그리고 너의 계획과 수고는 하느님의 뜻과 얼마나 함께하고 있는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삶은 언어의 집이며그 안에 우리가 존재한다"라고 했고문학가들은 종종 인생을 건축의 예술이라고 표현합니다


좋은 삶이란 단지 튼튼한 기반 위에 올린 집이 아니라하느님과 함께 벽돌 하나하나 쌓아 올린 은총의 집입니다그렇기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너희는 가지다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말씀은 우리 삶의 지향점을 다시금 알려 줍니다우리는 가지입니다


줄기인 주님께 붙어 있을 때만 생명을 얻고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우리가 이룬 것이 아무리 크고 웅장해 보여도주님의 뜻과 떨어져 있다면 그것은 오래가지 못합니다반대로외견상 실패처럼 보이는 일도 하느님의 뜻 안에 있다면그것은 언젠가 아름다운 열매로 맺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과 함께 머물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오늘 독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전해주고 있습니다첫 번째는 회개입니다바오로 사도는 교회를 박해하였습니다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잡으러 다녔습니다그러나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예수님의 음성을 들었고 회개하였습니다교회를 박해하던 바오로 사도는 이제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었습니다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닭이 울면서 베드로 사도는 회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예수님께서는 회개한 베드로 사도에게 성령을 주셨습니다초대교회의 두 기둥인 바오로와 베드로 사도는 회개함으로써 복음의 사도가 될 수 있었습니다두 번째는 행동입니다주님과 함께 머물기 위해서는 주님께서 보여주신 길을 충실하게 따라야 합니다주님께서는 늘 겸손을 말씀하셨습니다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라고 하셨습니다주님께서는 늘 십자가를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주님께서는 늘 사랑을 말씀하셨습니다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하셨습니다겸손하셨던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십자가를 지셨고우리를 사랑하셔서 죽으셨지만 부활하셨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사람은 물가에 심어진 나무처럼 생기가 돋을 것입니다주님께서 보여주신 길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사람은 죽음의 골짜기를 간다고 해도 두려움이 없을 것입니다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사랑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악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하느님과의 친교는 구체적인 우리의 행동과 사랑을 통해서 드러나야 합니다교회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를 통해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서로 사랑하여라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너희가 서로 사랑하면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재형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