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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영성이야기

[스크랩] [영성적 삶으로의 초대] (21) 마음 열기③

    

    

        


- 사회와 ‘주고 받으며’ 삶 형태 형성 - 발음 장애로 사회 관계 피해 입은 초등학생 이웃과의 단절 욕구에 의해 외양 형태 변화 한 신학생이 초등학교 3학년 때 겪었던 이야기다. 이 신학생은 초등학교 3학년 까지 시옷 발음을 하지 못했다. 이름에 시옷 발음이 들어간 친구들은 아예 부르지도 않았다. 선생님을 부를 때도 “어행님”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사귀는 친구 수도 적었다. 병원에서는 정상이라고 했지만, 부모님이 특수학교에 보낼 것을 생각했을 정도로 문제는 심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 책읽기 시간이 돌아왔다. “가을이면 낙엽들이 ‘우우우’ 떨어집니다.” 순간 킥킥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더 이상 책을 읽을 수 없었다.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당장 어디라도 숨고 싶었다. 선생님께서 쉬는 시간에 따로 불러 위로를 해 주셨지만, 수치심은 더 심해졌다. 마음 속에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소외감과, 친구들에 대한 미움이 가득했다. 이 사건 이후 초등학생은 더욱 더 자신 속으로 숨게 되었고 여름 방학에 있었던 첫영성체 교리마저도 빠지게 되었다. 이후 선생님은 집중적으로 책읽기를 시키셨다. 그 때 마다 친구들의 킥킥거림은 이어졌지만, 시옷 발음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여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지각을 해서 늦게 학교에 도착했는데 선생님이 도덕책을 읽어 보라고 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간신히 책을 읽어 나갔다. “수박밭에 놀러간 아이들은 수박을 서리하려고….” 귀를 의심했다. 친구들 역시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선생님께선 다시 읽어보라고 했다. “수박밭에….” 가슴이 콩콩 뛰었다. 시옷 발음 방법을 몰랐을 뿐이었다. 한동안 책읽기 연습을 많이 한데다가 숨찬 상태에서 책을 읽었더니 우연히 시옷 발음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당시 유행어중 하나가 “싸랑해”였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싸랑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후 성당에서 자신 있게 기도를 하고 성가도 불렀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미뤄 두었던 첫영성체도 4학년 때 할 수 있었고, 복사단에도 들어갔다. 6학년 때는 웅변대회에 나가기까지 했다. 이후 성당에서 열심히 활동을 했고, 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시옷 발음 하나 때문에 인생이 바뀌게 된 것이다. 지난 주 외양형태(apparent form), 교류형태(current form), 핵심형태(core form)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주 간단하게 단순화하자면 신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외양형태이고, 정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교류 내지 유통형태이고, 마음 즉 영이 가지고 있는 것은 핵심형태라고 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토대 속에서, 형성하고 있는 신적 신비 관계 안에서, 이웃과 상황 그리고 넓은 차원의 세계와 주고 받기를 계속 하다 보면 실제적인 삶의 형태(actual life form)가 나타난다고 했다. 이제 이 관점 속에서 앞 신학생의 체험을 살펴보자. 신체 정신 마음은 늘 사회 및 역사와 관계하고 만들어 진다. 나의 신체 정신 마음이 사회 역사적인 차원과 어떻게 ‘주고 받기’ 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외양형태 및 유통형태 핵심형태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시옷 발음을 하지 못하던 초등학생에게는 분명 이웃이 있었다. 부모님과 친구, 선생님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 초등학생은 부모님의 심정 및 고통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일이 없다. 시옷 발음을 하지 못하는 사실만 중요한 것이다. 또 친구 중에는 분명 함께 해 줄 친구도 있었을 텐데 이 초등학생은 친구를 미워하고 피하기만 한다. 그래서 학교 가는 것도, 성당에 가는 것도 싫다. 오직 나에게만 갇혀 살아간다. 마음을 열도록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다. 하느님이 원망스럽다 보니 성당도 싫고, 자연의 새소리도 싫고, 들에 피는 꽃도, 웅장한 산도 싫어진다. 자연히 악순환이 이뤄진다. 경직되어 시옷 발음은 더더욱 어려워진다. 몸이 굳고 혀가 굳는다. 몸이 냉동실이다. 친구들의 킥킥 거리는 웃음 소리는 심장박동을 더욱 크고 빠르게 만들었다. 얼굴이 붉게 변하고, 심장은 부끄러움에 콩콩거린다. 선생님들의 위로를 받으면서도 초등학생의 시선은 책상 모퉁이에만 머물러 있는다. 친구와 부모, 선생님의 위로소리는 그저 ‘우~웅~’하는 기계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귀도 닫히고 눈도 닫힌다. 이것이 바로 이 초등학생의 신체적인 차원 외양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 초등학생의 정신적인 차원에 대해 알아보자. - 가톨릭신문 : 정영식 신부님

출처 : [영성적 삶으로의 초대] (21) 마음 열기③
글쓴이 : 마리릿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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