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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영성이야기

[스크랩] 여행 안내자 슬픔과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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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약속했던 두 안내자들이다.

"이제부터 네가 가파르고 어려운 데를 벗어날 때까지

이들은 너의 동반자이자 보조자가 될 거다."

 

목자는 다정히 말했다.

두려움은 겁에 질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키가 크고 건장해 보였다.

그런데 왜 베일을 썼을까? 왜 얼굴을 감출까?

그들을 더 가까이 가서 유심히 관찰할수록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퍽 조용하고 신비로워 보였다.

왜 말을 하지 않을까?

왜 다정한 인사말도 하지 않을까?

 

이분들은 누구예요?

이분들의 이름을 가르쳐 주세요.

그런데 왜 내게 말을 하지 않죠?

벙어리들인가요?"두려움이 이렇게 목자에게 속삭였다.

그녀는 궁금한 것 투성이였다.

 

"아니, 벙이리가 아냐.

그들은 새로운 언어로 말한단다.

두려움아, 아직 네가 배우지 못한 산 사투리지.

하지만 함께 여행하는 동안 조금씩 그들의 말을 이해하게 될 거다.

좋은 선생님들이지.

정말 그만한 안내가들도 드물단다.

그들의 이름을 네가 쓰는 말로 이야기해 줄게.

후에 그들의 언어로는 무엇이라고 부르는지를 배우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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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는 먼저 묵묵한 모습을 한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 이사람은 슬픔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 사람은 쌍둥이 자매인 고통이야!"

 

가엾은 두려움!

 

그녀는 하얗게 질리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떨리며

기절할 것만 같아서 목자를 꽉 붙잡았다.

 

"전 저들과 함께 못가요.

전 못가요! 못 간단 말이에요!

목자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으세요?

어떻게 그들과 함께 여행을 하란 말씀이세요? 너무 하세요. 

그 산길은 몹시 가파르고 어려워서 저 혼자서는 갈 수 없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목자님께선 하필 슬픔과 고통을 제 길동무로 하라 하시는지요.

기쁨과 평화하고 함께 가게 하실 수는 없으세요?

어려운 길을 갈 때 힘을 주고 격려해 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말예요.

전 목자님께서 이러시리라고는 정말 생각지 못했어요!"

 

두려움은 울음을 트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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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는 난처함 표정을 짓더니 매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베일을 쓴 두 안내자를 쳐다보았다.

 

"기쁨과 평화를?

그 두 길동무를 네가 너 자신을 위해 선택하겠다는 말이지?

두려움아, 내가 선택해 주는 협조자를 받아들이겠다던 약속을 기억하겠지?

내가 너를 위해서 가장 좋은 안내자를 선택해 줄 것을 믿었잖니.

넌 지금도 나를 믿겠지?

그렇다면 이 일도 나를 믿고 그들과 함께 가도록 해라.

아니면 다시 그 계곡에 있는 무서운 가족들과 비겁함에게 돌아가야 할 텐데. 

그래도 되겠느냐?"

 

두려움은 몸서리쳤다.

끔찍한 선택이었다.

공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해 있었지만

슬픔과 고통은 언제나 제일 무시무시하게 생각되었다.

어떻게 그들과 함께 가며 어떻게 그들에게 자신을 맡길 수 있단 말인가?

그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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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목자를 쳐다보았다.

구러나 목자에 대한 신뢰를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목자 따르기를 그만두고 돌아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록 자기는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사랑할 자격도 능력도 없다 하더라도,

목자에 대한 사랑만은 어쩔 수 없었다.

파들파들 떠는 두려움의 가슴 한구석에는 설령 목자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다 할지라도

거절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두려움은 목자를 슬픈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가기를 원하느냐고요?

아, 목자님! 제가 누구에게 가겠어요?

천지간에 목자님밖에 없는 저인데요.

불가능해 보이는 경우에라도 제가 목자님을 따르게 도와 주세요.

제가 목자님을 사랑하기를 원하는 만큼 목자님을 믿을 수 있게 도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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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갑자기 목자는 껄껄 웃었다.

환희와 승리의 기쁨에 찬 웃음이었다.

그 소리는 그들이 서 있는 협곡의 바위 절벽에까지 메아리치더니

온 산이 그와 함께 웃어대는 것 같았다.

메아리는 높이높이 울려 퍼져 바위에서 바위로,

벼랑에서 벼랑으로 건너뛰어

마침내 산꼭대기까지 울려 그 여운은 하늘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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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목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의 귀여운 짝이여,

흠잡을 데 하나 없이 아름답기만 하여라."(아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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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덧붙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두려움아. 믿기만 해.

나는 네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게 할 것을 약속하지.

슬픔과 고통하고 함께 가도록 해라.

지금은 그들을 환영할 수 없다해도 함께 가도록 해라.

지금은 그들을 환영할 수 없다해도 혼자 갈 수 없는 힘든 곳에 가게 되거든

믿음을 갖고 그들의 손을 잡거라.

그러면 그들이 내가 지시한 곳으로 너를 데려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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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여전히 그냥 서서 목자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매우 행복하고 당당했으며,

무엇보다 구원하고 해당시켜 주는 것을 기뻐하는 이의 모습이었다.

두려움은 언뜻 마음 속에서 목자를 따르는 사람이 쓴 노래가 생각나서

부드럽고 기분 좋게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슬픔이 제 할 일을 하라지.

비탄과 아픔을 보내라지.

임의 사자는 정다워라.

부르는 노래도 정다워라.

그들이 내 안에서 일들을 하면

그리스도 사랑이 더욱 자라네.

더 큰 사랑을 드리게 하네.

더 큰 사랑을 드리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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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도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갔을거야.

그리고 나중에 거기에 대해서 이렇게 노래도 부를 수 있게 되었을 거야.

그렇게 강하고 온유하신 그분이 내가 약하고 겁이 많다해도

나한테 섭섭하게 대해 주시지는 않을 거야.

목자님이 무엇보다 제일 기뻐하는 일은

그분을 따르는 사람들을 모두 두려움에서 구해 주고 높은 데로 데리고 가는 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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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이 두 안내자와 빨리 떠날수록 더 빨리 높은 데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녀는 베일을 쓴 두 사람을 향해 갔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

"함께 가겠어요. 길을 안내해 주세요."

그러나 선뜻 그들의 손을 잡을 수는 없었다.

목자는 다시 웃으며 분명하게 말했다.

 

"내 평화를 내게 주고 간다. 내 기쁨이 네 안에 가득할 것이다.

내가 너를 저 산꼭대기에 있는 높은 데로 데리고 가겠다고 한 약속을 기억해라.

그리고 네가 부끄러움을 당하는 일이 없으리라고 한 말도.  

이제 '나는 산 위의 노루나 사슴처럼 될 것이다."(아가 2,1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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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목자는 길 옆에 있는 커다란 바위 위로 뛰어올라갔고,

거기서부터 또 다른 바위들을 뛰어넘어갔는데,

어찌나 빨리 움직이든지 눈으로 따라갈 수가 없었다.

구는 산을 치달았고 산에서 산으로 뛰어올라 드디어 잠시 후에는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목자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두려움과 두 길동무는 산기슭을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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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 높은 데를 향해 절뚝거리며 여행을 시작한 것을 누가 보았다면 호기심이 생겼을 것이다.

게다가 잔뜩 몸을 도사리고 옆에 있는 베일을 쓴 두 사람으로부터

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져서 가는 모습이며,

그리고 그들이 내민 손을 못 본체하고 가는 모습이 더욱 볼 만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사슴의 다리를 지니게 되는 일은 비밀스런 과정이기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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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데서 사슴처럼』 p56-62에서 발췌

 


 

 

 

 

 

출처 : 여행 안내자 슬픔과 고통
글쓴이 : 시냇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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