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天主敎會史
― 韓國天主敎會史에서 보여준 순교자들의 모습들 ―
3.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의 순교
① 같은 무렵 다른 지방에서도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가 똑같은 용기(勇氣)와 똑같은 항구심(恒久心)의 모범(模範)을 신자들에게 보요 주었다. 우리는 그가 1791년 박해(迫害) 중에 천주교인들을 위하여 용감(勇敢)하게 개입하고, 자기 신앙(信仰)을 위하여 매를 맞는 것을 보았다(본글 51족 참조).
1797년 홍주(洪州) 고을에 다시 박해(迫害)가 일어나자 곧 그에게 체포령(逮捕令)이 떨어졌다.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는 겸손(謙遜)하여 자기 힘을 믿지않았으므로, 처음에는 숨었다. 그러나 그의 아들이 아버지 대신 잡혀가자 그의어머니가 그에게
이제는 네가 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그는 이 말에서 하느님의 뜻을 알아보고, 하늘의 도움을 기대하며, 8월 19일에 자진하여 관아(官衙)로 갔다.
② 官長이 그가 도망간 것을 꾸짖자,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는 대답하였다.
저는 관장의 명령을 받기 전에 떠났었는데, 제 아들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의 명을 받아 이렇게 왔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官長이 말하였다.
너는 어찌하여 국왕과 그의 관장들이 금하는 나쁜 도를 따르느냐?
저는 나쁜 도리를 따르지 않고, 다만 만물(萬物)을 창조(創造)하신 (天主)를 숭배(崇拜)하라고 가르치는 참 종교(宗敎)의 몇 가지 계명(誡命)을 지킬 뿐입니다. 저는 그 천주(天主)를 공경(恭敬)하고, 다음에는 임금님과 관장들과 제 부모와 다른 어른들을 공경하며, 제 친구들과 은인(恩人)들과 형제(兄弟)를, 그리 고 다른 모든 사람을 사랑합니다.
너는 부모와 형제가 있느냐? 네가 사는 동네에서는 모두가 천주교를 믿는다는 말도 있으니, 모든 것을 바른대로 고하여라!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있을 뿐 아우는 없습니다. 동네에서는 저만이 천주교를 믿습니다.
너는 네 부모(父母)와 국왕(國王)과 관장(官長)들을 무시하고, 남들의 아내를 범하고, 재산(財産)을 쓸데에 낭비(浪費)하며, 조상(祖上)에게 제사(祭祀)를
올리지 않는데, 어째서 그렇게 모든 인륜(人倫)을 어기느냐?
이렇게 말하고 포졸(捕卒)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저놈을 묶어 매를 때리고 고문을 하여라!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는 대답하였다.
제 4계(四誡)는 무모와 어른과 임금님과 관장을 공경하고, 형제와 이웃을 사랑하라고 우리에게 명합니다. 이것이 진정(眞情)한 인륜(人倫)이 아닙니까? 그러나 제 부모(父母)는 돌아가신 뒤에는, 우리가 드리는 것을 잡수시지 못하시므로 그분들에게 음식을 드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참된 도리(道理)는 헛된 일은 물리치고, 실제적(實際的)인 것에만 집착(執着)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들은 모든 규칙(規則)과 예의(禮儀)를 갖추어 죽은 이들을 장사지냅니다. 제 6계(六誡)에는 일체의 외설(猥褻)을 금하고, 제 9계(九誡)는 남의 아내를 원하는 것조차 금하고 있습니다. 얼마 안 되는 제 재산(財産)은헐벗고 곤궁(困窮)한 처지(處地)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쓰고 있으니, 그 것은 재산(財産)을 쓸데없이 낭비(浪費)하는 것이 아닙니다.
③ 官長은 그에게 칼을 씌우라고 명하고 말하였다.
누구에게 배웠으며, 네 책은 누가 베꼈고, 네 공범자(共犯者)들은 누구냐?
서울에 살던 지홍(池烘)에게서 배웠는데, 그이는 천주교 때문에 참수(斬首)당했습니다. 책도 그이에게서 온 것이니 저도 죽어 마땅합니다.
혹시 너도 지홍(池洪)처럼 죽기를 원하느냐? 도대체 죽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좋단 말이냐?
천주께서는 제게 은혜를 한없이 베풀어 주셨는데 제 죄는 무수하니, 저는 죽어 마땅합니다.
네가 무슨 죄를 범했느냐?
저는 십계(十誡)를 완전히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官長은 그를 도로 옥으로 데려가라고 명하였다. 옥리(獄吏)들은 그에게서 돈을 좀 뜯어내려고, 그의 두 발에 쇠고랑을 채운 다음, 기와조각 위에 누이고 갖은 학대(虐待)를 다하였다.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는 자기가 정의(正義)를 위해 죽을 각오는 되어 있으나, 만약에 돈을 줄 마음이 있었다면 옥에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이 말이 형리(刑吏)들의 분노(忿怒)를 더 돋우어, 그는 매를 흠씬 맞았다.
④ 두 번째 신문(訊問) 때, 관장(官長)은 그를 형틀에 올려놓고 때리며, 집게로 살을 집어뜯게 하였다.
아직도 부모와 국왕과 관장들을 무시하겠다고 고집하겠느냐? 책과 십자가와 패와 그림들을 불살라라! 그 물건은 모두가 고약한 것이다.
그러자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는
비록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제가 어떻게 그렇게도 귀중한 책을 불사를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예수그리스도의 강생(降生)과 그의 수난공로(受難功勞), 그의 부활(復活)과 승천(昇天), 재림(再臨)에 대하여 몇 마디 덧붙였다. 그로 인하여 그는 다리에 매를 여러 대 맞게 되었다.
⑤ 그가 칼을 쓰고 있는 것이 석 달이 되었을 때, 여러 곳의 교우(敎友)들이 그를 보러 와서, 옥사장(獄事長)에게 돈을 주고 옥 안에서는 칼을 벗기게 하였다.
세 번째 신문(訊問)과 그 뒤에 있은 모든 신문(訊問)은 죽인다는 위협(威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 다음 官長은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조선(朝鮮)의 백성(百姓)인데, 어찌하여 우리 모든 성현(聖賢)이 일찍이 하지 않은 일을 하기를 고집하느냐? 국법(國法)을 어기는데서 무슨 이익을 얻는다는 말이냐? 네 행동이 이치(理致)에 맞지 않는다.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임금님은 육체(肉體)의 임자가 될 수는 있으십니다. 그러나 천주만이 영혼(靈魂)의 주인이십니다. 그분은 죽은 뒤의 상(賞)과 벌(罰)을 정해 놓으셨고, 아무도 그것을 면치 못합니다. 죽어야 한다면 그것이 제게 대수입니까? 인생이란 사라져버리는 이슬과 같은 것 아닙니까? 인생은 나그네 길이오, 죽음은 고향 (故鄕)으로 돌아가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⑥ 일곱 달 후에 신관(新官)이 부임하자 네 번째 공식 신문(訊問)이 있었다. 官長은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에게 말하였다.
그렇게도 혹독(酷毒)한 형벌(刑罰)을 받고도 어째서 고집을 버리지 않느냐? 그리고 또 네 어미가 아직 살아 있는데, 네가 어떻게 죽기를 원할 수 있단 말이냐? 분명코 너는 미련한 놈이다.
증거자(證據者)는 대답하였다.
죽음은 이 세상의모든 불행(不幸)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니, 살기를 원하고 죽음을 무서워함은 모든 이에게 공통된 감정(感情)입니다. 그러나 천주(天主)는 사람들의 첫째 아버지이시고, 만물(萬物)의 최고 주재자(主宰者)이시니, 저는 죽을 지라도 그분을 배반(背反)치 않겠습니다.
官長은
저놈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하고 말하고 혹독(酷毒)히 매질을 시킨 다음 해미영(海美營)으로 넘겼다.
⑦ 해미진영(海美鎭營)에서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는 똑같은 우스꽝스러운 질문(質問)에 똑같은 답변(答辯)을 하였고, 온갖 고문(拷問)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굽히지 않는 인내심(忍耐心)으로 대하였다.
官長이 그에게 말하였다.
네가 말하는 그 천주(天主)가 무엇이며, 어디 있으며, 무엇을 하느냐? 우리 학자들이 그를 모르는데 네가 알 수 있단 말이냐? 만약에 그 도리(道理)가 잘 된 것이라면, 국왕(國王)과 조정(朝廷)과 관장(官長)들이 그것을 따르지 않겠느냐?
천주는 하늘에 계시며, 거기서 당신의 명령을 알려주십니다. 그것을 지키면 당신 곁에 불려 올리실 것이고, 대항(對抗)하면 지옥(地獄)에 떨어드릴 것입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상상 할 수 있는 것보다 백만 배나 더 심한 벌입니다. 어떤 사람도 천주의 은혜(恩惠)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같이 불쌍한 인간이 제 모든 웃어른보다도 더 많이 받았으니, 죽을지라도 그분을 배반(背反)하지는 않겠습니다.
네가 처형된 다음에는 네 어미도 너 때문에 죽음을 당할 것이다.
제가 죽은 다음에는 제 어머니가 사또의 수중에 있겠지만, 어머니도 천주께로부터 창조되었으니 천주께서 그를 생각하실 것입니다.
너는 지옥이 무서워서 그렇게 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지옥이 무서워서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든 제 천주를 배반할 수는 없습니다.
관장은 그에게 곤장(棍杖) 열다섯 대를 치게 한 다음 옥으로 도로 데려가게 하였다.
⑧ 다음 번 신문(訊問)에서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는 천당(天堂)과 지옥(地獄)에 관한 천주교교리(天主敎敎理)를 더욱 힘 있게 설명(說明)하였다.
사또께서 오늘 당장 저를 죽이려고 하고, 또 우리 교를 헛된 미신으로 몰으시니, 저는 잠자코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을 알아주십시오. 세상이 마칠 때 모든 나라가 없어진 다음에는 양반과 서민, 인금과 백성의 구별이 없이, 모든 연령층의 모든 사람이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신 천주 성자 앞에 모일 것이고 그분은 과거와 당시의 사람들을 심판하실 것입니다. 착한 사람들은 주 예수와 그의 성인들과 함께 천당에 올라가서, 이 세상의모든 영광과 모든 즐거움보다 천만 배나 더 큰 행복을 누릴 것이고, 악한 사람들은 발밑의 땅이 꺼지며 지옥으로 떨어져,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속에 잠겨 이 세상의 괴로움보다 천만 배나 더 심한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그때에는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때가 늦고 소용이 없을 것이며, 각자는 자기의 행실에 따라 응보를 받을 것입니다. 사또께서 저를 죽이기를 원하시니, 이제는 제 몸을 뒤집어 놓고 목을 쳐서 당장 죽여주십시오.
너는 치도곤을 맞아 죽으리라!
官長은 이렇게 말하고 20대를 치게 하였다.
⑨ 여섯 번째 신문(訊問) 때에 官長은 외쳤다.
이 악한 도리를 쫓는 저 흉악한 놈들 때문에 나라 안에 기근과 가뭄이 심하여, 온 백성이 죽게 되었다. 너희들이 모여서 종교행사를 하는 곳을 대고, 천주교인들의 두목들을 대라. 그놈들이 산중에 모여 있다는데, 모든 것을 실토하라!
저희들은 두목이 없으며, 교우들이 산중에 있는지 저는 모르는 사실입니다. 사또께서 그것을 아시면 왜 물어보십니까?
官長은 화가 나서 형리(刑吏)를 향하여,
저놈의 다리뼈를 부러뜨리고 그놈을 죽도록 쳐서 여기서 나가지 못하게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이 명령은 즉시 집행(執行)되었고, 그런 다음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는 옥으로 끌려갔다.
며칠 후 수령(首領)에게서 명령(命令)을 내려달라는 청을 받은 감사(監司)가 이런 답장을 보내왔다.
서양 사람들의 도는 더럽고 악하고 흉측하다. 그러니 그놈들의 다리를 치되, 열 네 번을 때려도 항복하지 않거든 그놈들을 죽여 버리도록 하라!
진영(鎭營)에서 모든 형구(形具)를 갖추어 놓은 가운데,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에게 이 관문(官文)을 들려 준 다음 官長이 덧붙였다.
네 어미가 보고 싶지 않으냐? 죽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좋단 말이냐?
제 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은 형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죽을지라도 배교는 할 수 없습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는 이제 더 이상 아뢸 말씀이 없습니다.
다른 천주교인들은 국왕께 순종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였는지는 저는 모릅니다. 저는 그들의 행실을 조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제 자신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습니다.
官長은 그에게 무서운 고문(拷問)을 가하도록 시켰다.
여러 달 동안을 그는 8일 혹은 10일에 한 번씩 官長 앞에 끌려 나가 신문(訊問)을 당하였다. 포졸(捕卒)들의 잔인성(殘忍性)은, 그에게 고통(苦痛)을 더할 수 있는 방법(方法)을 강구하였다. 이리하여 상처(傷處) 입은 몸에 옷을 벗겨, 진흙 속에 버려두어 밤새껏 추위를 겪고, 비를 맞게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⑩ 이 무렵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는 다음과 같은 편지(便紙)를 어머니에게 써보낼 수 있었다.
『불효자식 라우렌시오는 옥중(獄中)에서 어머니께 제 심정(心情)을 알려 드립니다. 저는 항상 천주(天主)를 지성(至誠)으로 섬기고, 부모께 효성(孝誠)을 다하며, 형제와 화목(和睦)하고 제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行動)에, 천주의 명을 지키겠다고 결심(決心)했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저는 천주께 죄를 범하고, 부모와 형제에게 대한 저의 모든 본분(本分)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삼구(三仇; 세 가지 정욕)를 이기지 못하여 제 죄는 수없이 많았습니다. 어머니, 제 불효(不孝)를 용서(容恕)하십시오. 삼촌(三寸)과 형(兄)과 형수(兄嫂)는 제가 더 잘대접해 드리지 못한 것을 용서하시고, 제 죄를 사하여 주시고, 제 영혼(靈魂)을구해주시도록 천주께 기구(祈求)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하면 천주(天主)께서는당신들의 모든 죄를 사해주실 것입니다. 봄과 가을은 흐르는 물과 같이 지나가고, 세월(歲月)은 부시로 치는 돌에서 튀어나오는 불똥과 같아서 길지 못합니다.특히 조심하셔서 천주의 명령을 충실(充實)히 지키십시오. 제가 옥에 갇힌 지 두 달 쯤 되어서, 저는 어떻게 해야 천주의 은총(恩寵)을 얻을 수 있는지 궁리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잠결에, 십자가(十字架)를 따르라고 말하는 예수의 십자가가 얼핏 보였습니다. 이 발현(發現)은 약간 흐리기는 하였지만, 결코 그것을 잊을수가 없었습니다.』
1799년 2월 25일에 또 이렇게 써 보냈다.
저는 어머니와 아내와 자식들이 천주의 명령을 따르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하니 불안합니다. 천주의 명을 잘 따르시면 저 자신도 기쁘겠습니다.
⑪ 그러는 동안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의 승리(勝利)의 시각(時刻)은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 편지를 쓴 지 이틀 후, 15번째인가 16번째 당하는 신문(訊問)에서 그는 다시 곤장(棍杖) 50대를 맞았고, 그의 죽음을 재촉하기 위하여 관장(官長)은 그를 치는 동안 그에게 물을 붓게 하였다. 이것은 형벌(刑罰)의 극치(極致)로서, 견디기가 너무나 어렵다고 한다.
그의 몸은 참혹(慘酷)하게 되었다. 그는 곤장(棍杖)이나 몽둥이로 도합 1천 4백대 이상을 맞았고, 8일 동안을 꼬박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하였다. 옥사장(獄事長)은 그가 죽은 줄 알고, 그를 옥(獄)으로 업어다 놓은 다음, 옷을 벗기고 찬물로 씻고 나서 밖에 내던졌다. 그러나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는 죽지 않았었다. 밤사이에 교우(敎友)들이 몰래 그에게로 가서 약간의 음식(飮食)을 먹였는데, 옥사장은 그것을 막지 않았다.
이튿날 2월 28일에 그는 관장(官長) 앞에 다시 끌려 나가 또 매질을 당하였다.관장(官長)과 형리(刑吏)들과 구경꾼들은 그가 살아있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하였다. 까무라쳐서 의식(意識)도 없고 움직이지도 않는 그를 옥으로 옮겼다. 그때에 감옥(監獄)에 있던 천주교인(天主敎人) 11명이, 그가 몇 시간 후에 혼자 일어나, 자기가 칼을 벗고, 감방(監房)으로 들어가 눕는 것을 보았다. 옥사장(獄事長)은 천주교인들이 그를 도와준 줄로 생각하고 화가 나서 그들에게 욕설(辱說)을 퍼부었다. 그러자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는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굶겨도 죽지 않고, 맞아도 죽지 않으나, 목을 매면 죽을 거요.
이튿날 관장(官長)은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가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옥사장(獄事長)을 때리며 그도 죽이겠다고 위협(威脅)하였다. 옥사장은 자기 아들과 같이 들어와서, 순교자(殉敎者)를 실컷 친 다음 그가 죽은 줄로 생각하고, 피곤하여 쓰러져 잠이 들었다. 옥사장(獄事長)이 자는 동안 , 갇혀 있던 교우(敎友)들이 박취득(朴取得) 라우렌시오에게 다가갔는데, 그가 자기들과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겠는가? 그의 상처(傷處)는 기적적(奇蹟的)으로 나아서 흔적조차 볼 수 없었다. 그가 잠간동안 나가야만 했었는데, 마침 옥사장(獄事長)이 잠이 깨어 그를 쫓아가서 붙잡아, 그가 요술(妖術)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끝장내기 위하여 새끼로 목을 졸라 죽였다. 때는 기미(己未;1799년) 2월 29일 오전 11시였다.
⑫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榮光)스러운 이 종(從)은 이렇게 하여 30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의 순교(殉敎)가 계속된 18개월 동안, 하루도 어떤 고문(拷問)을 당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그의 발자국마다 피어린 자취가 남았다. 人間의 육체(肉體)가 그렇게 오랫동안 형벌(刑罰)에 저항(抵抗) 할 수 있는 것은 불가능(不可能)한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지혜(智慧)와 자비(慈悲)에 알맞은 동기(動機)로, 어떤 위대(偉大)한 본보기를 주고자 하셨고, 또 사실 박취득(朴取得)라우렌시오가 고통(苦痛)을 당한 곳은, 언제가지나 우리의 가장 열심한 천주교인(天主敎人) 집단(集團)의 하나로 남아 있었다. 그의 피는 글자 그대로 교우(敎友)들의 씨앗이 되었다.
-샤를르 달레 神父 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