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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기도

" 기도의길은 여럿이며, 위로가 모자라는 때가 없다. "


기도의 길은 여럿이며 위로가 모자라는 때가 없다


 


1.
먼젓번 장에서 내가 한 말은 그 전에 내가 하던 말과는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관상에 도달하지 못한 이들을 위로해줄 양으로 그때 내가 말하기는 "주께서 여러가지 길을 마련하셨으므로, 사람들은 그 길들을 거쳐서 당신께 가고, 그러기에 거처할 곳이 많다."(요한 14.2참조)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다시 말합니다만, 하느님은 우리의 약함을 잘 아시기 때문에 좋도록 안배하시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누구는 이 길로, 또 누구는 저 길로 오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그 자비하심이 얼마나 크신지 누구에게도 골고루 이 생명의 샘물을 마시러 오도록 허락하시었습니다. 당신의 자비는 영원토록 찬미를 받으소서. 나 같은 것에게는 허락지 않으실 이유가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2.
내가 생수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 주께서 중단시키지 않고 되려 깊은 데까지 잠기게 하신 것을 보면, 주께서는 아무에게도 은혜를 끊지 아니 하시고 큰 소리로 공번되게 우리를 다 부르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무한히 어지시므로 우리에게 강요하시는 일이 없고, 당신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마시는 법을 여러 가지로 가르쳐주시어 누구도 섭섭하거나 갈증으로 죽는 일이 없게 해주십니다. 푸짐한 이 샘에서는 크고 작은, 때로는 실날같은 물줄기가 흘러내립니다. 실날같은 물줄기는 어린이들, 즉 초보자들을 위한 것으로 그들에게는 이것이면 넉넉하지, 물이 많으면 보는 것조차 무서워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매들이여, 여러분이 이 길로 간다 해서 갈증으로 죽을까봐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못 견딜 지경으로 위로의 생수가 떨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사실이 이런 만큼, 내 말을 귀담아 듣고 길에서 머뭇거림이 없이 죽는 날까지 용감히 싸우십시오. 여러분이 이곳에 있는 것은 오직 싸우자는 것뿐인 것입니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끝장을 보기전에는 길에서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품고 나간다면, 세상에 사는 동안 주께서는 여러분에게 약간의 갈증을 느끼게 해주신다 하더라도 그와 함께 넉넉히 마실 것을 언제나 내리실 것이니 모자랄까 두려워할 것은 조금도 없을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당신을 어기는 일이 없게 하여주소서. 아멘.

3.
그럼, 내가 말해온 이 길을 처음부터 틀리지 않게 걸으려면 어떻게 시작을 해야 되는지 여정의 출발점에 대하여 말해보겠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부가 시작에 달여 있는 까닭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여기서 말하는 그 결심이 없는 사람은 아예 시작도 말라은 것은 아닙니다. 주님은 고쳐서 잘 되게 하실 수도 있으시고, 단 한 발자국만 내딛는 것도 그 자체가 적지 않은 덕이니 주께서는 반드시 그 갚음을 잊지 않으실 것입니다. 말하자면 방사 놓은 묵주와같이 기도를 바칠 때마다 은헤를 얻고, 횟수가 많을수록 그만치 많이 은혜를 받지마는, 그것을 궤속에 간수해두기만 하면 차라리 없는 것만도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한 길로 곧장 가지 않더라도 걸어온 그것이나마 빛을 주어서 다른 길로 잘 갈수 있도록 비추어줄 것이고, 걸어갈수록 그만치 더 비추어줄 것입니다. 결국 가다가 마는 한이 있더라도 시작했다는 사실은 해롭지 않은 것이 분명하니, 이는 선이 악이 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자매들이여, 여러분이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어떤 이들이 기도생활을 할 마음이 있다거나 다소 취미를 가졌거든 이 커다란 행복에이 길을 시작부터 겁내지 않도록 힘써주십시오.

그리고 주님의 사랑으로 여러분에게 간청하는 바는, 언제나 여러분의 대화가 상대방에게 그 어떤 이익을 위한 것이 되도록 하십시오. 자매들이여, 여러분의 기도는 남의 영혼을 위하는 것인 만큼, 주님께 항상 이것을 빌어야 하고, 만약에 방법을 다하여 이에 힘쓰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일 것입니다.

4.
정말 친척다운 친척이 되려거든 참다운 이 사랑을 가질 것이며, 정말 벗다운 벗이 되려거든 이 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으십시오. 묵상 중에 그러해야 되듯이, 진리가 여러분 마음속에 있을 때는 바야흐로 이웃에게 주어야 할 사랑을 똑똑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매들이여, 어린애들의 장난을 할 때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세상에서 좋다는 그 우정 같은 것은 말입니다. 친척하고나 누구하고나 "날 사랑하지?" , "내가 싫지?" 하는 따위 말투가 여러분 가운데 남아 있어서는 안됩니다. 다만 중대한 어떤 목적이나 샹대방 영혼의 이익 같은 뚜렷한 명분이 있다면 예외일 것입니다. 친척이나 형제, 아니면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여러분이 말하는 진리를 듣고 받아들이기 위하여 이런 말씨로 권한다든지 마음에 솔깃한 사랑의 표현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께 대한 여러 말보다 이른바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는 더 힘이 있고 솔깃해지는 수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계기로 훗날 하느님 말씀까지 알아듣게 되는 것이니, 이와같이 남에게 이익을 줄 뜻으로 하는 말이라면 구태여 나는 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하등의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여러분도 모르는 사이에 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여러분이 수도자라는 것, 여러분 하는 일이 기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여러분이 "나는 열심한 수녀처럼 보이기는 싫다."라고 말하여서는 안됩니다. 여러분이 좋고 나쁜 것을 그들은 단체의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뿐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말만 하기로 되어 있는 수녀가 그렇지 않은 채 꾸미는 것도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아니면 아주 큰 잘못입니다. 이런 것들이 여러분이 가져야 할 몸가짐과 말로서, 여러분을 만나는 사람들이 이것을 익혀서 알아야 하는데, 그들이 애써 익히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 못 할 큰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5.
그때 여러분을 버릇없다 한들 무슨 상관이며, 위선자란 한들 무슨 대수겠습니까? 오히려 여러분에게는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니 여러분의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은 다시는 여러분을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아라비야 말을 모르는 사람이아라비아 말밖에 모르는 사람과 오랫 동안 이야기한다면 재미가 없어 배겨내지 못할 것이고, 새 말을 익히자면 시간이 여간 걸리지 않아 손해가 적지 아니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손해를 입을 것도, 피곤할 터무니도 없어서 오히려 편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나와 같은 경험이 없으니 그것이 얼마나 영혼에 해로운지 아마 모를 것입니다. 새 말 하나를 외우고 나면 다른 말은 잊어버리고, 다른 말을 다시 배우다보면 새 말을 또 잊어버리고 이렇게 늘 수선만 피우게 마련인데, 이런 짓은 절대로 피해야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다루기 시작한 이 길에서는 영혼의 고요, 평화가 더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6.
여러분과 가까이 하면서 여러분의 말귀를 알아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여러분이 비록 가르치는 신분은 아닐지라도 여러분의 말을 익혀나가면 크게 유익하다는 점을 말해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귀찮게 생각하지 말고 여러분은 오직 열심과 사랑과 기도로써 그를 도와서 크게 유익하다는 점을 알아듣게 해주고, 나아가서는 그를 가르쳐줄 스승을 찾아가게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주께서 이와같이 여러분을 시켜서 한 사람의 영혼이 행복에 눈을 뜨게 한다면, 그 갚음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닐 것입니다.

나같이 잘못 걸어온 사람이 이 길을 들어서 말하려니 얼마나 많은 일들이 떠오르는지! 주님은 내가 실천한 것보다 자매들이 내 말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시기를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