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자매들이여, 놀라지 마십시오. 천국으로 가는 왕도, 이 하늘스런 길에 접어들자면 여러 가지 사정을 두루 살펴야 합니다. 이 길을 가노라면 큰 보화가 얻어지는 만큼, 고생이 많다고 하는 것은 우리 생각일 따름입니다. 때가 오면 이 엄청난 보화에 비겨 우리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2.그럼, 이 길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고 싶어하는 사람, 즉 생명의 물을 마시는 데까지 가려고 하는 사람에게 말머리를 돌려 봅시다. 어디서부터 길을 시작해야 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길을 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주 굳게 다져진 일대 결심이라고, 말하자면 생명수에 닿을 때까지는 무엇이 오든, 무슨 일이 생기든, 무어라 지껄이든, 고생이 아무리 크든, 누가 저편에 가 닿건, 가다가 죽건, 기진맥진이 되건, 세상이 꺼지건, 모두 상관하지 말고 줄곧 나아갈 결심만이 필요한 것입니다. 가다가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말을 중얼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입니다.
"이건 위험하다", "아무개는 여기서 망쳤다.", "누구는 속아 넘어갔다.", "누구는 기도를 많이 했어도 떨어지고 말았다.", "이건 덕에 해롭다.", "여자로서는 할 일이 아니다.", "착각을 일으키고 말걸.", "차라리 길쌈이나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렇게까지 마음을 쓸 것이야 없잖아?", "주의 기도나 성모송 한 번이면 그만이지."
3.그렇습니다. 자매들이여, 나 역시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님의 그 입에서 흘러나온 기도를 바탕 삼아서 여러분이 기도 드린다면 언제나 훌륭한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당연한 이유가 있는 것이니, 우리의 본성이 이다지도 약하지 않다든지, 우리의 열심이 이다지도 미지근하지 않다면, 기도책이나 기도의 방법론들이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이들은 묵주기도의 현의를 묵상할 때 정신집중이 되지 않아서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이것도 저것도 다시 시시하게만 생각하므로, 나는 아주 고상한 문제를 제외하고 다만 '주의 기도'를 바탕삼아 기도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에 대하여 말해볼까 합니다. 책이 없어도 어느 책보다 훌륭한 '주의 기고'만 열심으로 또 겸손되게 묵상하면 다른 책이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4.내가 항상 좋아하는 것이 복음 성경의 말씀이고, 이것은 어떤 썩 잘된 책들보다 내 마음을 잘 가다듬게 해주었습니다. 더구나 나는 책을 쓴 사람이 그다지 권위있는 이가 아니면 아예 그 책을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슬기로운 스승님을 가까이 하십시오. 정녕 만족할 만한 어떤 상념을 가르쳐주실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여러분에게 말하려는 것은 '주의 기도'의 풀이가 아니고, 다만 '주의 기도'의 말씀에 대한 몇 가지 고찰뿐입니다. 풀이야 대한 책이야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지만 그것은 내가 감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뿐더러, 그런 책이 없다손 치더라도 내가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수작일 것입니다.
우리는 신심을 기르려고 무진 애를 쓰지마는, 오히려 책이 너무 많아서 신심을 잃는 수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자기가 직접 무엇을 가르칠 때, 그 제자를 사랑으로 대하고 그 제자를 가르쳐서 많이 알아듣게 도와주는 것을 큰 낙으로 삼습니다. 하느님이신 스승님도 우리를 이와같이 다루실 것입니다.
5.그러므로 여러분을 겁에 질리게 하거나 여러 가지 위험을 그려 보이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예사로 생각하면 그만입니다. 크나큰 보화를 얻으려 하는 사람이 강도가 득실거리는 길을 가면서 위험이 없기를 바란다면 우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 세상이 그렇게도 인심이 좋아서 여러분이 그 보화를 그냥 가져가게 내버려둘 성싶습니까? 몇 푼 안되는 이익을 보자고 몇 날 며칠을 밤잠도 못 자가며 뜬눈으로 밤을 새워가며 몸과 마음을 괴롭혀야 하는 것이 세상 일이랍니다.
여러분은 얻으려 가든, 빼앗으러 가든 우리 임금님이 걸어가시고, 그 간선자와 성자들이 걸어가신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길로 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하면서 여러분을 겁에 질리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길도 없이 보화를 얻으러 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어떠한 위험을 겪겠습니까?
6.사랑하는 따님들이여, 그 사람들은 우리와 비교가 안 될 만큼 훨씬 더 큰 위험을 겪었습니다. 눈앞에 위험이 닥쳐왔을 때에야 비로소 깨닫는데, 그때는 벌써 아무도 구원의 손길을 펴줄 이도 없고, 물은 다 없어져서 많고 적고가 문제가 아니라 웅덩이물이건 시냇물이건 마실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보십시오. 싸워야 할 원수들은 허구많은데 한 방울의 물조차 없으니 어떻게 길을 가겠습니까? 언제 죽어도 갈증으로 죽을 것은 뻔한 사실입니다.
따님들이여, 우리는 싫든 좋든, 길이야 다르든 말든, 모두가 이 샘으로 길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내 말을 믿고 기도외에 딴 길이 있다고 누가 말하거든 속을까 조심하십시오.
7.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누구의 경우에 있어서든 묵상기도를 해야 되느냐 아니면 구송기도를 해야 디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분에게 있어서는 두 가지 다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수도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니 누가 이것을 위험한 일이라고 말하거든 오히려 말하는 그 사람을 위험 자체로 보고 멀이하십시오. 내가 일어주는 이 말을 행여 잊을까 조심하십시오. 반드시 쓰일 때가 있을 것입니다.
위험한 것은 겸손을 가지지 않는 것이요 다른 덕이 없는 것이지, 기도의 길이 위험한데 하느님께서 그 길을 걸으라고 하실 리가 만무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악마가 공포심을 조작해서 기도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거꾸러뜨리려는 술책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8.보십시오. 세상이 얼마나 혼미한지를! 기도를 하지 않고 망상을 하였기 때문에 수만 명이 이단과 악으로 떨어졌건마는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어떤 이들은 기도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악마가 자기 일에 성공하려고 그들을 떨어지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악마가 도덕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킨 것입니다. 이것을 빙자해서 자기를 구하려는 사람은 경계가 필요하니, 악에서 구원되려다가 오히려 선을 피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조작도 이만하면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악질적인 것으로 악마의 짓이라는 것은 아주 뻔한 사실입니다.
아아, 주여, 몸소 당신을 돌보시옵소서. 당신의 말씀을 거꾸로 알아 듣는 이 꼴을 보시옵소서. 비오니, 당신 종들에게 이같은 약함을 허락지 마옵소서.
9.그나마 불행 중 크게 다행한 일은 여러분을 도와주는 이가 항상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종다운 종은 하느님께 빛을 받아 참다운 길을 걷게 되어 그러한 공포 속에서도 길을 멎지 않으려는 마음이 자꾸만 커가는 것입니다. 그는 악마가 쳐들어올 때를 환히 내다보고 있다가 몸을 빼쳐서 그놈의 머리를 부숴놓습니다. 그때 악마가 당하는 참패란 졸개들한테서 받은 그 어느 쾌감보다도 더 심한 것입니다.
악마는 혼란과 자기가 심어놓은 불화의 틈을 타서 열심이라는 미명으로 눈을 흐려 놓아 반봉사가 된 사람들을 이끌고 가는 때가 있습니다. 그때 하느님께서는 곧 누군가를 내세워서 사람들 눈을 열게 하시고, 악마가 길을 못 보게 눈을 흐려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십니다. 장하시어라! 하느님은 한두 사람을 시켜서 진리를 말하게 하셔도 숱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것보다 나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차츰 길을 다시 찾게 되고, 하느님은 그들에게 용기를 더하시게 됩니다.
그들은 기도생활이 위험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도가 얼마나 좋다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해하려 힘쓰고, 영성체를 자주 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자주 성체를 영합니다. 이와같이 한두 사람이 보다 완전한 것을 겁없이 따라갈 때 주님을, 즉 잃어버렸던 것을 다시 얻게 되는 것입니다.
10.그러므로 자매들이여, 공포심을 버리십시오.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그 따위 말을 가지고 염려할 것은 조금도 없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이때는 사람들을 다 믿을 때가 아닙니다. 믿을 사람들은 오직 그리스도의 생활을 본떠서 사는 사람들뿐입니다. 깨끗한 양심과 겸손을 간직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가벼이 보고, 어머니 성교회가 가르치시는 것을 굳게 믿으십시오. 이것이 바른 길을 가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무서울 것이 없는 것을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누가 여러분에게 공포심을 집어 넣으려 하거든 겸손한 태도로 그에게 여러분의 길을 밝혀주십시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말해 주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이 회칙이고, 이것을 명하는 만큼 그대로 지켜야 한다."
만약에 그가 "그것은 구송기도에 대한 말이다."라고 하면, 입으로 외는 기도라 해서 마음도 뜻도 없어야 하느냐고 되물어보십시오. 그는 다른 대답을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여러분은 묵상기도를 해야되고, 주께서 허락하신다면 관상기도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자인하는 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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