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상기도

' 거둠의 기도에 대해서,,,'

거둠의 기도에 대해서


 


1.
이제는 우리 스승님이 "하늘에 계신"이라고 하신 말씀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즉, 하늘이 무엇인지, 여러분은 그 지극히 거룩하신 아버지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이것을 아는 일이 여러분에게는 예사롭게 생각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말해둡니다. 어수선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믿을 뿐만 아니라 체험을 통하여 깨치려고 하는 데에도 이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은 정신을 집중시키고 영혼을 거두어주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
하느님은 어디든지 계시다는 것은 여러분이 잘 알고 있습니다. 임금 계신 곳이 궁궐이라면, 하느님 계신 곳은 하늘입니다. 그리고 하느님 계신곳이 온통 영광뿐이라는 것도 여러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성아우구스티누스가 하신 말씀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는 여러 곳에서 하느님을 찾다가 결국 자신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진리를 깨닫는 것이 어수선한 영혼에 있어서 대단찮은 일이라고 여기십니까? 영원하신 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싶고, 같이 즐기고 싶고, 구태여 하늘로 올라갈 것도 큰소리로 말할 것도 없는 이 진리를 아는 것이 대단찮은 일이라고 여기십니까?

여러분이 아무리 낮은 소리로 말하더라도 주님은 우리 곁에 게시니 우리 말소리를 들으실 것이고, 주님을 찾아가는 데에는 날개가 필요없을 것입니다. 오직 고요 속에 '나'를 두고 '나' 안에서' 당신을 보면 그만인 것입니다.

그토록 좋으신 손님을 앞에 두고 서먹해 할 것 없이 다만 겸손되이 아버지께 하듯이 말씀드리고, 청하고, 고생을 이야기하고, 돌보아주시기를 빌고, 그러면서도 여러분은 그분의 부당한 자식이라고 느끼면 되는 것입니다.

3.
수줍어 하는 것을 겸손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마는, 여러분은 그러지 마십시오. 임금님이 여러분에게 은총을 내리실 때 그것을 받지 않는 것이 겸손이 아니라, 오히려 받잡고 그것이 얼마나 과분하가를 느끼면서 즐거워하는 것이 겸손인 것입니다. 내게 은혜를 내리시려고, 나와 같이 즐기시려고 오신 천지의 대와님을 내 집에 뫼시고도 겸손한답시고 그분께 대답도 안하고, 같이 있기도 싫어하고, 주시는 것도 받지 않고, 그분 혼자 계시게 내버려둔다면, 이 얼마나 우스꽝스런 겸손이겠습니까? 임금님이 어서 무엇을 청하라 말씀하셔도 겸손한답시고 청승맞게 그냥 앉아 있고, 여러분이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시고 그분이 떠나시려 해도 그냥 내버려둔다면, 이 얼마나 우스운 겸손이겠습니까?

따님들이여, 제발 그런 겸손일랑 가지지 마십시오. 오직 그분을 아버지처럼, 오빠처럼, 상전처럼, 님처럼 대하십시오.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좋도록 해나가면, 그분은 그분 마음에 드실 일을 여러분에게 친히 가르쳐주실 것입니다.

어리석게 굴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의 님이시니 청할 것은 청하고, 여러분을 그분의 정배답게 대하시도록 해드려야 할 것입니다.

4.
이와같이 기도하는 것은 비록 구송기도의 경우라도 가장 짧은 시간에 정신을 집중시킬 수 있고 아울러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습니다. 이러한 기도를 <거둠>이라 일컬음은 영혼이 제 모든 능력(기관)을 거두어들여 자기 안으로 들어가 주님과 같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주님은 영혼을 가르치시려, 그리고 <고요의 기도>에로 이끄시러 오시는데, 다른 방법을 해서는 이토록 빨리 와주지 않습니다.

영혼이 자기 안에 혼자 있으면, 구태여 정신이 지치도록 갈바리아 산이나 올리브 동산, 그리고 형틀 기둥을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자기 안에서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할 수 있고, 아드님을 그려보며 아버지께 그 아드님을 바칠 수 있는 것입니다.

5.
천지를 창조하신 분이 계시는 영혼의 자그마한 하늘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자기를 헷갈리게 하는 감각의 세계를 떠나 그것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훌륭한 길을 걷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들은 얼마 안되는 시간으로 많은 길을 걸었으므로 곧 생물을 마시기에 이를 것입니다. 그들은 배를 타고 가는 사람과 같아서 뭍으로 가면 아주 더딜 것을, 순풍만 조금 불어주면 불과 며칠 만에 포구에 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6.
그들은 벌써 바다 위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비록 물에서 아주 떨어지지는 않았을망정, 모든 감관을 자기 안으로 거두어들이는 그 동안 만큼은 물을 떠날 수 있는 것입니다. '거둠질'이 참다울수록 그것은 묘한 결과를 내기 때문에 쉽사리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묘한 결과는 체험한 사람이나 알 수 있는 것으로, 나는 어떻다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한바탕 놀이로 보기 때문에 영혼이 그 놀이터를 잠시 떠나는 것이라고 해서 좋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혼은 가장 좋은 때를 보아 떠나는 것으로 마치 이것은 적을 피하여 견고한 성 안으로 들어가는 이에게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계의 사물에서 감관을 거두어들이고 모든 것을 알은 체 아니할 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눈이 감겨지며 그것들이 보이지 않고 영혼의 눈만이 환히 밝아 오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이 길을 가는 사람은 거의 항상 눈을 감고 기도하게 마련인데, 이것은 여러가지 점으로 보아 훌륭한 슴관이라 하겠습니다. 이승의 것을 안보겠다는 이러한 태도는 처음에는 힘이 들겠지만 나중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도할 때 눈을 감는 것보다 눈을 뜨는 편이 더 힘들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영혼은 육체를 희생시킴으로써 단련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악화된 육체를 버려둔 채 앞으로 그와 겨룰 힘을 더욱 기르게 됩니다.

7.
'거둠질'이 더하고 덜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다지 깊지 못하면 처음에는 신통한 결과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육체는 항복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제 목이 잘리우는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제 권리를 도로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얼마 동안 힘들여가면서 버릇을 익히기만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타나 나중에는 기도를 시작할 때는 마치 꿀을 받으러 벌통 안을 날아드는 벌들처럼 자기 자신이 그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께서는 당신을 위하여 바친 시간을 보시고 그 대가를 영혼에게 갚아주시어 의지가 주권을 차지하도록 마련하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모든 감관이 의지에 복종하하고 거두어지기 위해서는 영혼이 거둠질을 하겠다는 눈치만 보여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뒤에 감관들이 혹시 밖으로 뛰쳐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들은 포로나 노예의 몸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 전처럼 해를 입히지는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의지가 그것들을 다시 불러들이면 날쎄게 되돌아오고 이렇게 하기를 거듭하고 나면 주께서 그 감관들도 완전한 관상 안에 오롯이 잠겨 있도록 해주실 것입니다.

8.
내가 이제까지 말한 것들을 잘 이해하도록 노력하십시오. 별로 분명치 않게 보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실천하려드는 이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바닷길을 걷는 사람들을 생각해봅시다. 길은 빨리 가는 것이 상책이니 어떻게 하면 빨리 가는 법을 배울 수있는 가에 대해 말해봅시다. 이 길로 가는 사람들(거둠질 하는 영혼)은 죄지을 기회를 많이 피하게 되고, 하느님 사랑의 불꽃이 곧 잘 붙습니다. 불 자체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오성의 바람이 건듯 불어 불꽃이 닿기만 해도 온통 타버리는 것입니다. 영혼은 주님과 홀로 있고 밖에 거추장스런 것이 없으므로 불붙기에는 십상인 것입니다.

9.
이제는 우리 안에 있는 화려하고 웅장한 궁전을 상상해 봅시다. 그것은 임금님의 궁전답게 모두가 금이며 갖가지 보석으로 치장된 집입니다. 한편 여러분도 그 궁전을 짓는 데 한 몫 한다고 합시다. 사실상 순결하고 덕을 갖춘 영혼처럼 아름다운 궁전도 없으며, 덕이 많을수록 그 궁전의 보석들은 더욱 반짝입니다. 이 궁전 안에는 대왕님이 계신다고 생각해봅시다. 그 임금님은 더할 나위 없이 값진 옥좌에 앉아 계시면서 여러분의 아버지가 되어주십니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의 마음인 것입니다.

10.
언뜻 보면 엉뚱하게 느껴질는지 모르지만,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비유를 들었는데 여러분에게 적잖이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사실 우리네 여성들은 학식이 없는지라 우리들 안에는 우리가 겉으로 보는 것보다도 비길 데 없이 값진 무엇이 있다는 것을 잘 깨치기 위하여 이렇게 해야만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 안이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제발 이런 얼빠진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여성들 뿐이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조심하며 우리 안에 어떤 분이 계시는가를 생각한다면, 우리 자신을 세상 것에다가 넘기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우리 안에 지니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그것들은 너무나 하잘것없기 때문입니다. 허기진 짐승은 미끼같이 보이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집어 삼키지마는, 우리는 짐승과 달라야하지 않겠습니까?

11.
여러분은 이 말을 듣고 뻔한 일 아니냐고 하면서 웃을 것입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내게는 한동안 깜깜한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영혼이 있는 줄이야 알고 있었지만 그 영혼이 얼마나 값지며, 그 안에 어떤 분이 계시는가에 대해서는 몰랐습니다. 나는 세상의 헛된 영화에 눈이 어두워서 이것을 못 보았던 것입니다.

자금 생각하면, 그때 내가 지금의 나처럼 내 영혼의 작은 궁전안에 하늘나라의 임금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았던들, 그토록 당신을 혼자 버려두지 않고 다만 몇 번이라도 당신과 같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토록 내 궁전이 더러워지지 않도록 조심하였을 것입니다.

아무튼 억천 세계를 당신의 크심으로 채우실 수 있는 그분께서 이 조그마한 것 안에 당신을 용납하시다니,이렇듯 신묘한 일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정말로 주님이시기에 당신 자유대로 하시고,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우리 치수에 당신을 맞추시는 것입니다.

12.
영혼이 이 길에 처음 들어섰을 때는, 그토록 작은 것이 그토록 크신 분을 자기 안에 지니는 것을 보고 그가 놀라서 자지러질까봐 당신을 알려주시지 않으십니다. 차츰차츰 그 영혼을 키워가면서 당신이 그 안에 자리를 잡으실 만큼 키워놓으신 다음에야 그에게 알려주십니다.

당신 자유대로 하신다고 하셨는데, 이는 당신 마음대로 이 궁전을 크게 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이 궁전을 당신 것으로 아낌없이 드리고 말끔히 비워드려서 당신이 쓰시든 쓰시지 않든 당신 처분대로 하시게 해드리는 것입니다. 주께서 권리를 가지셨으니 당신은 이것을 거절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우리 의지를 꺾지 아니하시고 우리가 당신께 드리는 것만을 받아들이고, 온통 우리를 당신께 바치기 전에는 온통 당신을 우리에게 주시지 아니 하십니다.

확실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두고두고 여러분에게 되풀이합니다마는, 영혼이 온전히 당신 것이 되어서 당신 마음대로 하실 수 있는 경우에만 당신은 그 영혼 안에서 역사하시는 것입니다 어떻게 역사하시는지는 나도 모릅니다만, 어떻게 하시든지 당신은 모든 것을 알맞게 처리하십니다.

만일 우리가 이 궁전을 망나니와 쓰레기로 채워놓은다면 임금님은 그 시신들을 거느리시고 어떻게 여기에 계시겠습니까? 그러한 혼잡속에서는 잠시 동안 계시는 것 조차 못 할 노릇일 것입니다.

13.
따님들이여, 당신이 오시면 혼자 오실 성싶습니까? 당신 아드님이 "하늘에 계신"이라고 하신 말씀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렇듯 크신 임금님이 혼자 오시게 그 시신侍臣들이 내버려둘리가 만무합니다. 오히려 그들은 당신을 항상 곁에서 뫼시고 있으면서 우리가 잘 되라고 당신께 빌 것닙니다. 그들은 사랑이 가득한 분들로서, 이 세상 사람들같이 생각하지 마십시오. 세상에는 임금이나 교회 장상이 무슨 목적이 있거나, 아니면 마음에 있어서 누구를 우대해주면 당장 시기와 질투가 일어나고, 후대를 받은 사람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애매하게 미움을 받기가 일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