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럼, 이제 구송기도로 되돌아오겠씁니다. 그것은 이미 말한 마봐 같이 입으로 외워도 제대로 잘 바쳐져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도록 주님의 은혜를 받는 것입니다.
이 기도를 할 때 맨 처음에 할 것은 성호와 양심성찰, 그리고 죄의 고백이라는 것은 이미 우리가 아는 바입니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여러분의 짝을 가지는 일입니다. 짝이라면 여러분이 바치려는 기도를 가르쳐주신 바로 그 스승님도다 더 좋은 짝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분을 여러분 옆에 모시고 그분이 얼마나 큰 사랑과 겸손을 가지고 여러분을 가르치고 계시는지를 그려보십시오. 그리고 - 내 말을 한번 믿는 셈치고 - 그분의 곁을 떠나지 않도록 해보십시오.
여러분이 이렇게 그분을 줄곧 곁에 뫼시는 한, 그리고 그분이 오직 사랑으로 당신 곁을 떠나지 않고 당신의 뜻을 채우려고 애쓰는 여러분을 보시는 한, 여러분이 당신을 내칠 수 없고, 당신 또한 여러분을 버리시실 리 없습니다. 그리하여 그분은 여러분이 하는 일마다 도우실 것이요. 여러분은 어디서든지 그분과 함께 있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러하신 님을 곁에 뫼시는 일을 예사로 여길 수 있겠습니까?
2.자매들이여, 오랫 동안 무엇을 생각할 수 없고, 생각이 자꾸 헷갈리거든 제발 이렇게 해보십시오. 해보면 곧 되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사실 나도 여러 해 동안 어느 한 가지 일에다 정신을 골똘하게 모을 수 없었는데, 이것은 여간 큰 고생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겸손을 가지고 빌면서 힘쓰기만 하면, 주님은 우리를 외롭게 버려두시지 않고 반드시 당신 짝이 되어주실 것입니다. 일 년을 두고 이 일에 애써서 성공하지 못하면 더 오랫 동안 해봅시다. 이토록 좋은 일에 시간이 드는 것을 아까워할 게 없으니 누가 우리 뒤를 쫒을까 조바심할 까닭이 없지 않습니까? 거듭하는 말입니다마는, 해보면 될 것이니 힘써 참다우신 스승님을 곁에 뫼시며 살아봅시다.
3.내가 여기서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하느님만 골똘하게 생각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오성을 가지고 숱한 추리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거창하고 아리송한 명상을 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하느님을 보고만 있으라는 것뿐입니다. 힘이 모자라서 오랫 동안은 못 한다 하더라도 일순간 영혼의 눈을 주님께 돌리는 것쯤은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추한 것을 보는 눈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그것을 보지 못한단 말입니까?
사랑하는 따님들이여, 여러분의 님께서는 여러분한테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으시고 그분 앞에서 온갖 미운 짓 더러운 짓을 다해도 참아주시고 무슨 일이 있어도 여러분을 외면함이 없으시거늘, 밖의 것에서 눈을 떼어 몇 번이나마 당신께 눈길을 돌리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보십시오, 그분은 당신의 신부에게 말씀하신 바와 같이 우리가 당신을 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여러분이 원하시는대로 당신을 보여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오직 당신께 눈길을 돌리는 것 뿐, 당신 편에서 우리를 싫어하시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4.금술이 좋은 여자는 남편이 근심할 때 슬픈 얼굴을 하고, 남편이 기뻐할 때는 자기는 별로 그렇지 않더라도 기쁜 기색을 하는 것입니다. 자매들이여, 여러분은 어떤 시집살이를 면하였는지 생각해보십시오. 그런데 주님은 진정 에누리 없이 우리에게 매어 지내십니다. 스스로 당신을 우리의 종으로 삼으시고 우리는 안주인이 되어서 우리가 하라는 대로 그분은 하고 계십니다.
마음이 기뻐거들랑 부활하신 당신을 우러러보십시오. 무덤을 뛰쳐나오신 그 모습은 상상만하여도 기쁨이 벅차올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 휘황찬란하심! 그 아름다우심! 그 엄위로우심! 그 영광스러운 승리! 이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거대한 나라를 쳐서 얻고 돌아오시듯, 님은 그 모든 것을 여러분에게 주시기 위함이며, 당신마저 주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듯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주시기만 하시는 님에게 여러분의 눈길을 돌린다는 것이 무엇이 그리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5.고생스럽고 슬프거든 게쎄마니 동산의 길로 눈을 돌리십시오. 인내 자체이신 분이시면서도 괴로움을 하소영하셨으니, 그 영혼이 당하시는 고통이 얼마나 심하셨겠습니까?
여러분에 대한 그 막중한 사랑 때문에 형틀기둥에 묶이시어 갖은 고통을 겪으시며, 갈기갈기 찢겨나간 그 살점들을 보십시오. 모진 닦달질을 받으시고, 침뱉음을 당하시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배신과 저버림을 당하셔도 누구 하나 편들어주는 이 없이 추위에 떨며 외로움 속에 던져지신 그 고통~~. 그 하나 하나가 여러분의 위안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그 모습을 보십시오. 사람들은 당신에게 숨쉬실 겨를도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너나 당신은 그 아름다우시고 자비로우시고 눈물이 흥건한 눈으로 여러분을 보고 계십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위로하시고자 당신의 고통은 잊으시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당신을 위로해드리고자 함께 가고 머리를 치켜 당신을 뵈오려 하기 때문입니다.
6.이렇게 당신을 우러러보노라면 여러분은 마음이 감동될 것입니다. 우러러뵈올 뿐 아니라 그분과 말하고 싶어지기까지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어낸 기도가 아니라마음에서 우러나오는 - 주님은 이런 기도를 좋아하시므로 - 애절한 기도가 하고 싶거든 이렇게 말씀드리십시오.
아아, 온 누리의 하느님, 진정 내 님이시여. 나같이 하잘 것없는 것을 당신의 짝으로 삼으려 하시다니 당신은 그다지도 아쉬우시옵니까? 님이여, 내 행복이시여, 이 몸이 당신 곁에 있는 것을 대견히 여기심을 나는 당신의 그 얼굴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아아 주여, 천사들이 당신을 혼자 내버려두며, 당신의 아버지마저 당신을 위로해주지 않으시니, 대체 어찌 된 일이옵니까? 나 하나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당하려고 하셨다면, 나는 당신을 위하여 하는 것이 무엇이옵니까? 무엇을 불평하고 있는 것이옵니까? 그 지경이 되신 당신을 보고 나는 부끄러워 못 견디겠습니까? 주여 이제부터는 어떠한 고생이라도 다 치르렵니다.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당신을 닮는 것을 크나큰 영광으로 삼겠습니다. 같이 가십시다. 주여, 어디로 가시든지 나도 가리이다. 어디를 거치시든지 나도 거치리이다.
7.따님들이여, 십자가를 지십시오.주님의 고생을 덜어드리려는 판에 유다인들이 여러분을 짓밟는다고 해서 그게 큰일이겠씁니까? 그들이 지껄이는 소리를 귀담아 듣지 말고 그들의 넋두리를 들은 체하지 마십시오. 님과같이 넘어지며 엎어지더라도 십자가를 붙들고 놓치지 마십시오. 깊이 헤아리십시오. 당신이 얼마나 기진맥진하셨는가를, 그리고 여러분이 당하는 고생보다 당신의 것은 얼마나 크셨는가를, 아무리 큰 고생을 상상해보고 아무리 싫도록 참아보려고 한대도, 주님의 고생에 비기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니 여러분은 오히려 속이 후련할 것입니다.
8.자매들이여, 여러분은 이렇게 말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님이 이 세상에 계시던 때처럼 육안으로 당신을 뵐 수만 있으면, 기꺼이 참고 당신한테서 눈을 떼지 않겠지마는 그렇지 않은 바에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우선 당장 조금만 힘쓰면 마음 안에 주님을 뵈올 것을, 눈길을 가다듬는 그 일조차 하기를 꺼리는 사람이 막달레나와 같이 자기의 죽음을 무릎쓰고 십자가의 발치에 서 있기란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보십시오. 성모 마리아와 이 복된 성녀가 무슨 일을 당했는가를, 그 얼마나 끔찍스런 위협과 악담과 간단없는 공격, 그리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소리들을 들으셨습니까? 얼마나 예의바른 백성들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지옥의 깍듯이 예의바른 족속, 악마의 사신들이 거기 있었습니다. 실로 두 분이 당하신 고통은 끔찍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나 큰 다른 고통을 앞에 두고 있던 그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매들이여, 작은 고생도 못하는 사람이 큰 고생을 감당하리라 생각지 마십시오. 작은 것에 단련되어야 큰 것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9.여기 도움이 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다름아니라 여러분의 마음에 드는 주님의 성패聖牌나 상본을 몸에 지니는 것입니다. 품안에 지니고 가끔씩 꺼내어 주님과 이야기를 하면 여러분이 말할 것을 당신이 가르쳐주실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곧잘 이야기를 하는 여러분이 주님과는 이야기할 것이 없대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아예 그런 생각일랑 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주님과 이야기하는 것도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누구와 이야기를 안하든지, 그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는 것은 그만큼 두 사람 사이를 뜨게 만드는 것이고, 그 사람을 알지 못하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친척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오고가는 정이 없으면 친척도 친구도 끊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10.생각을 가다듬고 구송기도를 잘 바치기 위해서는 우리 말로 잘 엮어진 책을 읽는 것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글의 매력으로 기도하는 법을 차차 익혀서 다시는 묵상을 꺼려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몇몇 해를 남편 곁을 떠나 있는 아내의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그 아내의 마음을 움직여서 시집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여러가지 수단을 써야 되듯이 죄인인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영혼과 마음은 제 좋은 낙 - 낙이라기보다는 고생이라는게 더 나을 듯 합니다. - 을 찾아서 싸다기에만 익숙해져서 자기가 불쌍하다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한 영혼이 제 집이 그리워서 돌아갈 마음이 생기기 까지에는 여러 가지 수단을 써야 하므로 하나씩 하나씩 서서히 그 수단을 써나가지 않으면 필경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거듭 다짐합니다마는, 내가 말해온 바를 여러분이 조심스럽게 익혀나가면 커다란 이익을 얻을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크다는 것은 나로서는 시늉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지신 스승님 곁에 지켜앉아 여러분에게 가르치신 바를 배우기로 굳은 결의를 하십시오. 주께서는 여러분을 당신의 훌륭한 제자로 만드실 것이고, 여러분이 그분을 저버리지 않는 한, 그분은 여러분을 저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 말씀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 첫마다에서 벌써 여러분에 대한 그분의 사랑을 알 수 있습니다. 스승이 자기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야말로 제자에게 있어서는 적잖은 행복과 기쁨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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