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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기도

" 기도할때 무엇을 지향 할 것인가 ? "


기도할 때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


 


1.
아무리 소견머리 없는 사람이라도 점잖은 어른에게 무엇을 청할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마음에 들게끔 부탁할 수 있을까를 미리 생각합니다. 더구나 어지신 예수님이 비는 법을 가르쳐주셨다면, 어느 한 가지를 마음먹고 청할 경우 무엇을 그리고 무엇 때문에 청하여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조심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주님이시여, 당신은 말 한마디로 "아버지,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소서." 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모든 것을 다 아시는 분께는 여러 말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2.
그렇습니다. 영원하신 지혜시여, 당신과 아버지 사이라면 그것으로 넉넉합니다. 그러길래 당신은 올리브 동산에서 당신의 뜻과 두려움을 말씀하시고는 당신을 아버지의 뜻에 맡겨버리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 주님이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아버지의 뜻에 스스로를 온전히 내맡기신 당신처럼 그토록 자신을 완전히 바치지는 않았습니다. 무엇을 지목하여 빌어야 한다고 당신이 가르치셨으니, 우리는 잘 살펴서 좋은 것이면 청하고, 그렇지 않으면 청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자유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것으 얻지 못하면 주님이 주시는 것이라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우선 손에 들어 있는 돈처럼 보이지 않으면 그것으로 부자가 될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입니다.

3.
아아, 하느님! 우리의 믿음은 잠자고 있습니다. 반드시 벌이 있으면, 반드시 상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치려 하지 않습니다. 따님들이여, 여러분이 "주의 기도"에서 비는 그것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알아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래야먄 영원하신 아버지가 그것을 주실 때 여러분은 쌀쌀하게 거절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좋은지 안 좋은지를 잘 헤아려서 나쁜 것이거든 청하지 말고 빛을 주십사하고 주님께 비십시오. 우리는 장님입니다. 그래서 생명을 주는 음식은 역겨워하고, 오히려 죽음에로 이끄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아아, 그 지겹고 영원한 죽음!

4.
좋으신 예수님은 우리 안에 당신의 나라가 있기를 빌 때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그 나라가 임하시며"라고 하셨습니다. 따님들이여, 우리 스승님의 지혜가 얼마나 크신가 생각해 봅시다. 나는 여기서 잠시 생각을 멈추고, 우리는 이 '나라'라는 말로 무엇을 비는지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힘이 너무 모자람을 보시고, 이 세상에서 부터 당신의 나라를 마련해주시지 않으면 우리가 영원하신 아버지의 이름을 기리고 높이고 거룩히 빛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좋으신 예수님은 이 두 가지를 빌게 하신 것입니다.

따님들이여, 우리는 알아야겠습니다. 빌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은혜를 내리시는 주님의 마음에 들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여기서 내 나름대로 알아들은 것을 여러분에게 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 말이 마음에 맞지 않으면, 여러분 마음대로 생각을 달리하셔도 좋습니다. 우리 스승님은 완전한 자유를 여러분에게 주십니다. 교회가 가르치는 바를 여러분이 다 받아들인다면 말입니다.

5.
나는 천국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복이 있겠지마는, 그 중에도 가장 큰 복은 다시는 세상의 것을 마음에 두지 않고 오직 자기 안의 안정과 영광을 누리며 즐거워하는 이들과 다같이 즐거워하며, 모두가 하느님을 기리고 그 거룩하심을 나타내고 찬미하며 무궁한 평화와 더없는 만족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서는 모든 이가 주님을 사랑하며, 영혼이 하는 일이란 오직 당신을 사랑하는 것 뿐입니다. 당신을 환히 알기 때문에 아니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그와같이 사랑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천국에서처럼 오롯하게 사랑할 수야 없습니다만, 주님을 더 알았던들 지금 우리가 사랑하고 있는 것보다는 당신을 사랑하는 법이 훨씬 달라졌을 것입니다.

6.
말을 하다 보니 이 기도를 드리고 구송기도를 잘 바치려면 천사가 되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사실 우리 스승님의 뜻이 그러한지도 모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당신은 이렇듯 드높은 것을 빌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시면서도 불가능한 것을 비는 것이라고는 절대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승의 바닷길을 가고 있는 탓으로 이 감옥을 벗어난 성도들처럼 완전하지는 못할망정, 하느님의 도우심이 있으면 귀양살이를 하는 영혼이라도 다음과 같은 은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하느님은 나그넷길에 지친 사람들에게 언젠가 그 모든 기능을 쉬게 하고 영혼의 고요를 맛보게 해주십니다 천국에로 이끌어들이신 영혼들이나 못보는 것을 그들에게도 분명히 깨닫게 해주시는 것입니다. 주께서 이런 은혜를 아직 세상에 있는 그들에게 주시는 까닭은, 이 은혜를 마치 담보로 삼아서 이승에서 잠깐 맛본 그것을 영원토록 누리러 가는 길에 큰 희망으로 삼으라 하심인 것입니다.

7.
내가 알기로는, 전에도 말한 바와 같이 구송기도를 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는 그들도 모르게 드높은 관상에로 올려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어떤 분은 구송기도 외에 다른 기도는 도무지 하지 못하고 거기에만 붙매어 있어서 다르게 해보려고 하면 정신이 어찌나 헷갈리는지 못 견뎌 했습니다. 그분은 '주의 기도'을 여러번 외우면서 그때마다 주님이 흘리신 성혈을 묵상하기도 하고, 몇 시간을 기도로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 사람이 한 번은 나한테 와서 몹시걱정을 하며 말하기를, 자기는 입으로 외우지 않고는 묵상이고 관상이고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외우는 기도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주의 기도'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이미 순수한 관상기도를 하고 있고, 주님을 당신과 결합시키려고 그들 드높이 올려주신 것을 알았습니다. 그 사람이 그토록 큰 은혜를 받고 있다는 것은 그의 행실로 미루어보아 잘 알 수 있을 만큼 그는 빈틈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주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구송기도를 못내 부러워했습니다. 이와같이 관상자들 아주 싫어하는 여러분이라도 조금도 거짓이 없는 깨끗한 양심을 지니고 구송기도를 제대로 드리기만 한다면 관상자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