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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오 신부님 말씀

~ 눈은 눈으로 / 김종오 신부님 ~

 

 

오늘의말씀(김종오신부.14.6.16.연중제11주.월.)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마태오.5,38,39)

 

정당하게 인정되는 아픔은 쉽게 아물지만 부당하게 당하는 아픔은 우리의 영혼까지 멍들게 합니다. 억울하게 당한 고통스러운 사연을 적어도 하나씩은 품고 사는 우리이기에 우리는 모두가 상처를 받은 피해자입니다.

 

인정할 수도 없는 우리 안의 아픔은 또 다른 아픔을 줍니다. 아팠던 만큼 다른 사람도 아파야 위로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억울하게 당한 만큼 사람들을 억울하게 만들어야 혼자 억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가해자가 됩니다.

 

우리는 피해자요 가해자입니다. 상처를 받고 상처를 줍니다. 고통을 당하고 고통을 줍니다. 상처를 입은 만큼 상처를 주고 고통을 당한 만큼 고통을 줍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앙갚음을 합니다. 우리가 아픈 만큼 다른 사람도 아프게 하고 싶은 악의 욕구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습니다. 우리가 받은 상처는 오래 기억하지만 우리가 준 상처는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입니다. 공감하는 역량이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믿는 것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연약하고 무력한 과거의 자신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받은 상처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처받은 과거가 없었거나, 과거를 되돌릴 수 있으리라는 헛된 가정(假定)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이미 일어난 모든 일은 어떤 일이든 이미 일어난 사실입니다. 바꿀 수 없는 현실입니다. 불합리하고 부당하게 일어난 사실을 거부하는 만큼 우리는 가해자가 되지만, 사실을 수용하는 만큼 상처는 선물이 됩니다. 현실은 자주 부당하고 불공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