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고통 앞에서 정치적 중립은 없습니다>
2014, 9, 6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평화방송 라디오 오늘의 강론)
루카 6,1-5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가로질러 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먹었다. 바리사이 몇 사람이 말하였다.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한 일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아무도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집어서 먹고 자기 일행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 정치적 중립은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다녀가신지 어느덧 20여일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4박 5일의 방한 일정 동안 교황님께서 하셨던 말씀과 보여주셨던 행동은 여전히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께서는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 가운데 무엇이 가장 가슴 깊이 남아 있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시복미사를 집전하시기 위해서 광화문광장에 들어오시던 장면이 가장 감격스럽게 떠오릅니다. 저는 시복미사 때에 제대 옆 사제석이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던 곳에 몇몇 신부님들과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렇게라도 함으로써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소박한 마음에서 말입니다.
교황님께서 카퍼레이드를 하시면서 세월호 유가족들 앞을 지나가실 때, 가족들은 모두 자리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손 피켓을 들고 말입니다. 단 한 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그 당시 이미 30일이 훨씬 넘게 목숨을 건 단식을 이어가던 고 이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 씨만 바리케이드 바로 옆에 서 있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유민이 아버지가 서 있던 곳에 이르자 차를 멈추시고 내리셨습니다. 그리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민이 아버지의 피눈물 나는 절실한 이야기를 경청하셨고 온 마음으로 그를 품에 안으셨습니다. 먼발치에서 이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시복식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 장면을 본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아마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교황님과 유민 아버지의 감격스러운 만남을 지켜본 전 세계 많은 이들도 같은 마음으로 눈시울을 붉혔을 것입니다.
그런데 경호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사전 조율 없이 카퍼레이드 도중에 차를 멈추는 것, 거기에 더하여 국빈이 차에서 내려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안의 핵심인물을 직접 만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습니다. 믿음의 벗님들께서는 교황님께서 차를 세우신 후에 유민이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 내리시던 장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호원들은 갑작스런 상황을 막으려는듯했지만, 교황청 경호원들은 교황님의 뜻을 존중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수많은 사람들의 감동의 눈물 저편에는 분명 적지 않은 사람들의 비난어린 시선들이 역사적인 명장면 곳곳에 흠집을 냈을 것입니다. 이들은 교황님께 묻고 싶었을 것입니다. “당신은 어째서 카퍼레이드 도중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십니까?” “당신은 어째서 남의 나라의 정치에 관여하십니까?” “종교 지도자인 당신은 왜 남의 나라 한복판에서 가장 정치적인 행동을 하십니까?” 라고 말이지요.
이러한 비난어린 물음을 의식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사람의 일’, ‘사람을 살리는 일’로 보지 않고, 단지 ‘정치적 사안’으로 축소시켜 적당히 무마하려는 이들에게 답하듯이, 교황님께서는 로마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사제이고, 그래서 당연히 고통 받는 사람을 가깝게 여깁니다.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 정치적 중립은 없습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교황님의 최고의 명언이라고 꼽고 싶은,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 정치적 중립은 없습니다.”라는 말씀은 ‘정치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사람이 정치보다 우선’이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 라는 바리사이들의 고발에,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다.” 라는 대답을 통해 사람이, 사람의 생명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안식일법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과 태도는, 이처럼 교황님의 행동과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고, 이제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결단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예수님과 바리사이 가운에 어느 편에 서 계십니까?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2014, 9, 6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평화방송 라디오 오늘의 강론)
루카 6,1-5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가로질러 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먹었다. 바리사이 몇 사람이 말하였다.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한 일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아무도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집어서 먹고 자기 일행에게도 주지 않았느냐?”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 정치적 중립은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다녀가신지 어느덧 20여일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4박 5일의 방한 일정 동안 교황님께서 하셨던 말씀과 보여주셨던 행동은 여전히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께서는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 가운데 무엇이 가장 가슴 깊이 남아 있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시복미사를 집전하시기 위해서 광화문광장에 들어오시던 장면이 가장 감격스럽게 떠오릅니다. 저는 시복미사 때에 제대 옆 사제석이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던 곳에 몇몇 신부님들과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렇게라도 함으로써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었던 소박한 마음에서 말입니다.
교황님께서 카퍼레이드를 하시면서 세월호 유가족들 앞을 지나가실 때, 가족들은 모두 자리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손 피켓을 들고 말입니다. 단 한 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그 당시 이미 30일이 훨씬 넘게 목숨을 건 단식을 이어가던 고 이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 씨만 바리케이드 바로 옆에 서 있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유민이 아버지가 서 있던 곳에 이르자 차를 멈추시고 내리셨습니다. 그리고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민이 아버지의 피눈물 나는 절실한 이야기를 경청하셨고 온 마음으로 그를 품에 안으셨습니다. 먼발치에서 이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시복식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 장면을 본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아마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교황님과 유민 아버지의 감격스러운 만남을 지켜본 전 세계 많은 이들도 같은 마음으로 눈시울을 붉혔을 것입니다.
그런데 경호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로 사전 조율 없이 카퍼레이드 도중에 차를 멈추는 것, 거기에 더하여 국빈이 차에서 내려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안의 핵심인물을 직접 만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습니다. 믿음의 벗님들께서는 교황님께서 차를 세우신 후에 유민이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 내리시던 장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호원들은 갑작스런 상황을 막으려는듯했지만, 교황청 경호원들은 교황님의 뜻을 존중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수많은 사람들의 감동의 눈물 저편에는 분명 적지 않은 사람들의 비난어린 시선들이 역사적인 명장면 곳곳에 흠집을 냈을 것입니다. 이들은 교황님께 묻고 싶었을 것입니다. “당신은 어째서 카퍼레이드 도중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십니까?” “당신은 어째서 남의 나라의 정치에 관여하십니까?” “종교 지도자인 당신은 왜 남의 나라 한복판에서 가장 정치적인 행동을 하십니까?” 라고 말이지요.
이러한 비난어린 물음을 의식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사람의 일’, ‘사람을 살리는 일’로 보지 않고, 단지 ‘정치적 사안’으로 축소시켜 적당히 무마하려는 이들에게 답하듯이, 교황님께서는 로마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사제이고, 그래서 당연히 고통 받는 사람을 가깝게 여깁니다.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 정치적 중립은 없습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교황님의 최고의 명언이라고 꼽고 싶은, “인간적인 고통 앞에서 정치적 중립은 없습니다.”라는 말씀은 ‘정치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사람이 정치보다 우선’이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당신들은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오?” 라는 바리사이들의 고발에,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다.” 라는 대답을 통해 사람이, 사람의 생명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안식일법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과 태도는, 이처럼 교황님의 행동과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고, 이제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결단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예수님과 바리사이 가운에 어느 편에 서 계십니까?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젊은이야, 일어나라! 죽은자야, 부활하라! / 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 (0) | 2014.09.17 |
---|---|
~ 다짐 / 상지종(베르나르도) 신부님 ~ (0) | 2014.09.11 |
~ 때에 맞게 살아야 합니다. /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 (0) | 2014.09.05 |
~ 주님과 함께 하기 위해 어디로 갈 건가 ? /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 (0) | 2014.09.04 |
~ 가난이에게 달려 갑니다 . /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 (0) | 2014.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