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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사순 제 4주간 수요일 복음묵상 / 기경호(프란치스코) 신부님 -

사순 4주 수 요한 5,17-30(15.3.18)

 

"그분께서 하시는 것을 아들도 그대로 할 따름이다.”(요한 5,19)

The Work of Christ

 

                        

 주님이 하시는 것을 그대로 하는 십자가길  

 

선(善)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온 인간은 선(善)을 갈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조금만 틈이 보이고, 몸이 편안해지고 배가 따뜻해지면

그 몹쓸 ‘거짓 자아’ 곧 ‘육(肉)의 영’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여 자기 뜻과

생각에 따라 생각하고 움직이며 스스로를 어둠 속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 봐도 주님 손바닥 안에 있고 그분의 눈길 안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벳자타 못가에서 병자를 고치신 사실에 대하여

 제멋대로 판단하고 말하는 유다인들에 대한 예수님의 첫 번째 대답이다.

 

예수님께서는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5,17)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을 하느님과 대등한 아들로 계시하시며 당신의 사명을 밝히신다.

 

그러나 이를 신성모독으로 본 유다인들은 예수님에 대한 적대감이 끓어올라

 더욱 그분을 죽이려고 하였다.

이어 예수님께서는 세 가지 주제가 담긴 긴 답변을 하신다.

 

첫 번째는 표징을 보여주실 때나 심판하실 때 늘 하느님의 뜻대로 하신다는 것

(19-20절. 30절)이고,

 

두 번째는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받아(21-24절)

사람을 살리고 심판하시니 하느님과 동등하시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현재(24-27절)와 미래의 종말(28-29절)에 관한 종말론적인 사상이다.

 

예수께서는 긴 답변을 통하여 안식일의 율법을 부정하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깊은 뜻을 몸으로 보여주셨다.

 

곧 하느님께서 하시는 것을 그대로 하실 따름인 예수님의 말씀과 표징은

 인간생명에 대한 존중과 한없는 사랑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의 신비에 관한 핵심적인 두 요소가 들어 있다.

 

곧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인간들의 삶과 죽음을 좌우하는 권능과

(21,25-26. 28-29절),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이끌어주시는 심판 권한도(29절) 물려받으셨다.

 

 이 두 가지 요소는 곧 예수님의 하느님과의 완전한 일치를 보여주며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그분이 하시는 것을 그대로 행하시는 것이

예수님의 사명이었음을 말해준다.

 

우리도 하느님, 예수님과 완전한 동화(同化)를 이루는 삶을 살아야 하리라!

아무리 바쁘고 하고싶은 게 많아도 주님과 동화되기 위한

변형과 쇄신의 추구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하느님께서는 가엾은 이스라엘을 ‘잊지 않는다.’

(이사 49,15)고 하시면서 황폐함에 풍요를, 갇힘에 해방을, 어둠에 빛을 주시고

굶주림과 갈증을 없애주시리라는 희망과 위로를 주신다

(이사 49,8-13 참조).

 

사실 그렇다!

 각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받고 태어나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가지만

 어떤 처지에 있어도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살아간다.

 

그분의 눈길 앞에서 살아간다.

 이 가장 근원적인 삶의 존재방식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내 생각에 대단한 일을 이루고, 남부럽지 않게 살고,

무엇이든 내 뜻대로 이루며 살아도,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번민과 외로움 속에 살아도

하느님께서는 바로 거기에 함께 하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를 숨 쉬게 하는 ‘주님 현존의식’이요 생명의 양식이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하시는 것을 아들도 그대로 할 따름이다”(5,19) 하고 말씀하신다.

 

주님 안에서 숨 쉬며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길도, 어떤 처지에서든

그분의 눈길 앞에 있음을 의식하고 그분이 원하시는 것을 그분이 하시는 대로

 자신 모두를 바치고 되돌리며 살아내는 외길이다.

 

 거꾸로 일상의 삶에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분의 뜻을 따라’ 행동함으로써

 세상적인 박해와 시련을 받게 되고,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실 그건 피할 수 없는 십자가다.

그러나 우리 목숨의 주인이신 분께서 늘 나와 함께하신다.

 

주님께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그분이 하시는 것을 그대로 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의 길로 나아가자!

 

주님과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 참 행복의 길을...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