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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오 신부님 말씀

+ 진리이신 성령의 임무 +

† 진리이신 성령의 임무 †


-박상대 신부-


1차 고별사에 이어 2차 고별사가 행해지는 가운데 고별의 밤은 깊어만 간다. 예수님은 아직도 하실 말씀이 많으시다. 그렇게 길지 않은 3년간의 공생활,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하시면서 그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고 놀라운 업적을 보이셨다. 이 모든 가르침과 행적을 요약하는 고별의 밤이 지금까지 그 어느 밤보다 길어지면서 제자들의 집중력도 점점 떨어져 간다.

이미 제자 1명은 자리를 떠나 가야할 길로 갔고, 나머지 11명은 이 밤이 스승과 마지막 밤이 될 줄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제자들의 집중력은 떨어졌지만 그 중에 누군가는 고별의 유언들을 머릿속에 담았다. 그것을 성령의 감도(感導)로 후일 이렇게 기록하였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업적에 대한 제자들의 이해와 학습능력을 감안하여(12절) 또 다시 '진리이신 성령'을 계시하신다. 이미 이 밤의 고별사에서 두 번씩이나 '진리이신 성령'에 대하여 언급되었다.(14,17; 15,26) 어제 복음에서도 예수께서는 '협조자'이신 성령계시를 통하여 성령의 실제적 차원을 암시하셨다.

오늘은 예수께서 '진리'이신 성령계시를 통하여 제자들을 가르치신다. 이는 성령 하느님에 대한 학습적(學習的) 차원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진리의 성령'께서 자기 고유의 무엇을 제자들에게 교수(敎授)하시는 것은 아니다. '진리의 성령'은 제자들을 '진리'에로 이끌어 깨닫게 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신다. 여기서 진리는 무엇인가? 진리는 바로 길이요, 생명이신 예수님 당신이시다.(14,6)

그러므로 '진리의 성령'은 제자들을 당신께로 이끌어 주실 자신의 성령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말씀인즉, 바로 하느님의 진리이시다. 그러나 제자들은 아직까지 진리를 온전히 파악하는데 여러모로 부족하다. 온전한 진리 파악이란 예수님의 인격 안에 나타난 하느님의 계시를 온전히 깨닫는 것이다. '진리의 성령'은 계시된 내용에 대한 올바른 해석자이시며, 이는 과거, 현재, 미래를 포함한 시간과 역사의 전부를 주관하신다.(13절) 진리의 성령은 제자들에 대한 학습을 통하여 예수님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14절) 제자들이 진리의 성령을 통하여 열심히 학습한다고 해서 예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데 일조(一助)하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을 영광스럽게 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성령께서 계시된 진리(성자)를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하심으로써 아버지께서 아들을 영광스럽게 하는 일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령의 활동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이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세상에 대한 자기계시를 위해 아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주셨으므로(요한 3,35),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다 아들의 것"(15절)이며, "아들의 것은 다 아버지의 것"이다.(요한 17,10) 이로써 우리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 하느님의 관계와 삼위일체 하느님의 내적 생명의 구조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다. 물론 우리의 깨달음은 세례와 견진성사를 통하여 우리를 자신을 성전(聖殿)으로 삼으신 '진리의 성령'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