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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

~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 / 안셀름 그륀 신부님 ~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

 

                                                    안셀름 그륀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조건 없이 사랑하셨다.

이것이 우리 삶의 바탕을 이루는 실제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죄인일지라도,

끊임없이 우리 자신과 하느님을 간과하며 살아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우리에게 누누이 약속해 주신 예수의 핵심 메시지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면 그분께서 우리를 찾으신다는 데서 표현된다.

그분의 사랑은, 우리가 우리의 재산과 삶의 에너지를

낯선 곳에서 다 써버리고 돌아오면,

마치 잃었던 아들을 되찾듯 당신의 부성애로 인자하게

우리를 다시 받아주시는 데서 표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비록 잘못하여 죄를 짓더라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조건없이 사랑하신다는 것을 끊임없이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성서의 진술에 근거하는 이 이론적 통찰이 가슴까지 도달하여

우리의 자기이해를 완전히 바꾸기까지는, 많은 경우 오래 걸린다.

 

하느님의 조건없는 사랑은 예수의 십자가 죽음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요한 복음 저자는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사랑의 완성으로 이해하였다.

요한 복음 저자는 십자가의 이 조건 없는 사랑을 '텔로스'(telos),

즉 '완성'이라는 말로 묘사한다.

 

'텔로스'는 '신비 속으로 부르심'을 뜻하기도 한다.

예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포용하시고

모든 부수어진 것을 온전하게 만드시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시는,

조건 없고 완전한 하느님 사랑의 신비 속으로 나를 인도하신다.

 

십자가는 모든 대립의 상징이다.

하느님께서는 내 안에 있는 모든 모순을 사랑하신다.

높은 것과 낮은 것, 밝은 것과 어두운 것,

선한 것과 악한 것,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

내 안에 있는 이 모든 모순을 하느님께서는 사랑하신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 가득히 당신 품에 안으시려고

십자가 위에서 두 팔을 활짝 펼치셨다. 

나는 십자가의 이 예수께서 나를 위해서도 돌아가셨고,

당신의 벌린 팔로 나를 안아주신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하느님의 사랑이 십자가에서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감싸 안으셨다는 것을 나는 믿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