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되다
안셀름 그륀
사람은 긴 여행 후에 안락한 자기 집에서 휴식에 잠기듯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편안히 쉴 수 있다.
본질상 사랑이신 하느님은 우리가 편안함을 느끼고 마음에 들며 안전함을 느끼는 집이다.
우리만 하느님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도 우리 안에 머무신다.
인간의 깊은 갈망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인데,
이 갈망이 충족된다는 것은,
어느 날 한 사람이 나타나서 나의 갈망이 충족될 정도로
나를 조건없이 사랑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이 갈망은 궁극적으로 오직 하느님에 의해서만 충족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갈망은 조건 없이 사랑받음으로써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이 됨으로써 충족되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을 뿐 아니라 나 자신이 '사랑이 되는 것',
바로 이것이 나에게는 만족스럽고 실망스러운 모든 경험들을 포함한
인간적인 사랑 체험의 목표이다.
다만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랑만을 내 안에서 느낀다.
사랑이 나를 채운다.
그리고 내가 사랑이 되는 이 체험을 통해
'하느님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그분 안에 있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이해하게 된다.
나는 많은 노인들의 얼굴 표정에서 그들이 사랑이라는 것을 보게 딘다.
나는 아토스(Athos;수도하는 남자들만 살고 있는 그리스의 어떤 반도) 산에서 만난
한 손님신부와 악수를 하면서 그 사랑을 느낀 적이 있다.
나에게 내민 그의 손에서,
그가 나에게 손으로 사랑을 전하려고 했을 뿐 아니라,
그가 사랑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 손에서 이 영적인 사람의 온 몸을 흐르고 있었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느님이 본질상 사랑이듯이 우리의 목표는 하느님처럼 사랑이 되는 것이다.
하느님처럼 우리 자신으로부터 사랑일 수는 없다.
오직 사랑하고 사랑받는 인간적인 경험을 통해서
차츰 사랑의 신비 속으로 들어갈 때에만, 사랑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 사랑의 신비 안에서
모든 사랑의 진정한 원천이 하느님 자신이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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