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사순 제 3주간 금요일 / 오상선 신부님 ~

2021년 3월 12일 사순 제3주간 금요일

 

2021.03

1.97MB


오늘 미사의 말씀에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가 선명히 드러납니다.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29-31)

첫째 가는 계명을 묻는 율법 학자에게 예수님께서 답하십니다. 이는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고 골자입니다.

사람에게 주어진 이 모든 의무는 그분이 한 분이신 하느님이심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도 그분과 관계성에서 벗어나서는 생겨날 수도 존재할 수도 없지요. 이 세상과 사람을 창조하신 분, 양육하시고 돌보시는 분, 행복하라고 가르치시고 축복하시는 분, 그분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시고 목적이십니다.

그런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우리가 끌어모아야 하는 것들, 즉 '마음'과 '목숨'과 '정신'과 '힘'은 한 존재의 전부를 가리킵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생명을 덜어내어 사람을 지으셨고, 사람은 온 존재의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이끌립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의 모상이 영혼 깊이 새겨져 있으니, 하느님처럼 사람도 사랑하는 일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제1독서에서는 배반한 이스라엘과 주님 사이에 다시 화해의 분위기가 흐릅니다.

"저희 손으로 만든 것을 보고, 다시는 '우리 하느님!'이라 말하지 않으렵니다."(호세 14,4)

이야말로 주님께서 바라시는 고백입니다. 하느님을 뒤로 하고 다른 우상을 기웃거리며 유일신 야훼 신앙을 훼손했던 이들이 주님 앞에 돌아와 다시는 헛된 것에 한눈 팔지 않겠다고 맹세합니다.

"그들의 마음을 고쳐 주고, 기꺼이 그들을 사랑해 주리라."(호세 14,5)

주님은 그동안의 상처입고 분노한 마음을 잊고, 속없이 백성을 반기십니다. 그분은 백성이 언제라도 돌아오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하십니다. 그분 본성이 자비이시고, 그분 존재가 곧 사랑 자체이시기 때문입니다.

"내 백성이 내 말을 듣기만 한다면, 이스라엘이 내 길을 걷기만 한다면, 내 백성에게 나는 기름진 참밀을 먹이고, 바위틈의 석청으로 배부르게 하리라."(화답송)

우리가 당신과의 관계 안에 다시 들어가기만 한다면, 주님은 우리에게 영원한 양식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기름진 참밀"은 주님의 몸인 지극히 거룩한 성체를 가리키고, "바위틈의 석청"은 바위이신 주님께서 머금고 계신, 꿀보다도 더 달콤한 생명의 말씀입니다.

말씀과 성체. 이 둘은 새 하늘 새 땅이 이루어지고,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모든 이가 천상 예수살렘에서 혼인잔치 음식으로 배부를 때까지 이 지상의 광야 순례길에서 우리를 지탱해 줄 소중한 양식이 될 것입니다.

"나는 네 사랑으로 족하다."고 주님께서 속삭이십니다. 나중에 성공해서 교회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이담에 부자 되면 많이 봉헌하겠다고 주님을 마냥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면서 우상에게서 눈을 못 떼는 우리에게 주님께서 보여 주시는 속내입니다.

사랑하는 벗님! 존재의 온 힘을 다 끌어모아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오늘 되시길 기원합니다. 사랑은 우리를 하느님과 닮게 하고, 이웃과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영약입니다. 사랑이신 분 안에서 사랑이 되어 가고 있는 여러분 모두를 축복하며, 예수님의 말씀을 선물로 드립니다.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마르 12,34)